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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네시아도 '자원 민족주의'로…주석·금 등 수출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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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네시아도 '자원 민족주의'로…주석·금 등 수출 금지

자원부국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틈타 자원민족주의로 회구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자원부국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틈타 자원민족주의로 회구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가 주석, 금, 구리에 대한 수출 금지를 검토하는 등 자원 민족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3년 중반에 세계 첨단산업의 중요 자원인 주석, 보크사이트, 금, 구리를 포함한 미가공 광물의 수출을 금지할 예정이다. 이 정책이 시행될 경우 그 파급 영향은 헤아릴 수 없다. 주요 광물은 전기 자동차, 첨단 반도체 및 21세기의 주요 산업의 핵심 기반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월에 돌연 석탄 수출을 한 달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세계는 요동쳤다. 일시적 중단에도 글로벌 경제가 흔들렸는데 만약 영구적 광물 수출 금지 조치를 할 경우 그 파급 영향은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자신의 입지 강화를 고려해 일부 광물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올해로 앞당길 수도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드는 일종의 보호무역주의나 자원 민족주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풍부한 천연 자원을 활용해 저개발로 힘들어 하는 국가를 부유하게 할 수 있는 불가피한 측면이라는 시각도 있다.

원자재 수출을 금지하면 관련 산업 부문에 대한 투자가 촉진되어 일자리가 창출되고 더 가치 있는 제품의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광업 부문이 경제의 6.4%만 차지하는 상태로 국가 발전을 위해 산업화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인도네시아가 2019년 10월 니켈 원광 수출 금지 조치를 2022년에서 2020년 1월로 앞당겨 시행하자 2020년 1월 EU는 세계무역기구(WTO)에 협의를 요청했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석 수출 금지는 정부가 기대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해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제련소에 투자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첨단 산업의 중요 자원인 주석, 보크사이트, 금, 구리 등이 풍부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는 세계 첨단 산업의 중요 자원인 주석, 보크사이트, 금, 구리 등이 풍부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인도네시아는 국제사회가 지적하는 것처럼 자원 민족주의가 아니고 아세안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가진 인도네시아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위도도 대통령이 여러 번 반복한 메시지다. 그는 자국 경제의 도약을 위해 천연자원의 수출이 아니라 관련 산업의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완제품으로 만든다면 부가가치는 10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위도도는 세계 주요 알루미늄 공급원인 자국 보크사이트에 대한 금지 조치 역시 올해 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광업 전문가 협회 리잘 카슬리 회장은 "글로벌 사회가 이해해야 할 것은 수출 금지 품목은 원자재이며 가공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자원 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인도네시아의 입장이다. 인도네시아는 천연자원이 풍부해 협상에 유리하다. 미국 지질연구소에 따르면 이 나라는 2020년 세계에서 5번째 보크사이트 생산국이었고 6번째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위도도가 수출 금지 대상을 언급할 때 자주 지목하는 광물인 주석의 경우 인도네시아는 두 번째 생산국이자 두 번째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자원은 스테인리스 스틸에 사용 되고 EV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는 니켈이다. 니켈 가격은 최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EV 생산을 늘리면서 주목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0년 기준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가장 큰 생산국이다. 또한 세계 최대의 니켈 매장량 보유국이다.

독일에 기반을 둔 바스프(BASF)와 프랑스 니켈 가공업체인 에라멧(Eramet)은 인도네시아에 니켈 및 코발트 정제 단지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 운영은 2020년대 중반에 시작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투자 조정 위원회에 따르면 테슬라, 중국의 CATL 및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른 대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투자 조정 위원회는 4개 국영기업의 벤처인 인도네시아 배터리 공사와 한국 LG그룹이 이끄는 컨소시엄이 12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의 수출 통계는 천연자원 금지 선언의 효과를 보여준다. 이 나라는 2019년에 10억 달러 상당의 니켈 광석과 정광을 수출했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소량만 수출했다. 한편, 스테인리스강 제조에 사용 되는 니켈의 수출 가치는 2020년에 거의 두 배 증가했다. 2021년 첫 10개월 동안 수출액은 2019년 전체에 비해 116% 증가했다.

천연자연인 주석.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천연자연인 주석.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철강 수출액도 증가했는데, 인도네시아의 고부가가치 스테인리스강 생산량 증가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천연자원 수출 금지령은 인도네시아에서 사용 가능한 천연자원이 국민들의 번영을 위해 완전히 활용되어야 한다는 헌법에 명시된 사항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민들의 지지도 높다.

원료 광물에 대한 사실상의 수출 금지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Susilo Bambang Yudhoyono)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4년부터 2014년까지 하원에서 모든 광산업체에 원료를 국내에서 처리하도록 의무화하는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발효되었다.

금지령은 2014년에 발효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몇 번의 조정과 지연을 거친 후 2023년 6월에 발효될 예정이다. 위도도에 대한 국민들의 확고한 지지를 고려할 때 추가 지연은 기대하기 어렵다.

위도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 부가가치를 높이도록 투자자와 수출업자를 설득한 대통령이다. 그는 인프라 대통령일 뿐만 아니라 경제를 변화시킨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고 있다. 위도도는 2030년에 인도네시아 국내 총생산이 천연자원 금수 등을 통한 각종 부가가치 증대로 지금보다 3배가 늘 것으로 믿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