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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순탄치 않을 수도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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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순탄치 않을 수도 있는 이유

인도네시아의 현재 수도 자카르타와 새 수도로 확정된 누산타라. 사진=9News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의 현재 수도 자카르타와 새 수도로 확정된 누산타라. 사진=9News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8월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발표한 수도 이전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국제적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의회가 18일(이하 현지시간) 수도를 현재 자바섬의 자카르타에서 북쪽에 위치한 보르네오섬의 이스트 칼리만탄으로 옮기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새 수도의 이름까지 ‘누산타라’로 정해졌다.

인도네시아가 수도 이전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에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약 57%가 몰려 있고 경제력 편중 현상도 심각해서다. 특히 자카르타의 경우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과 고층건물 급증 등의 영향으로 매년 평균 7.5㎝씩 지반이 내려앉아 자카르타 전체 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아진 위험천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수도 이전을 통해 목표하는 일이 제대로 달성될 수 있을지, 그에 앞서 수도 이전 계획 자체가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국민여론 충분히 수렴했는지 여부 놓고 논란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의 디지 시만준탁 연구원은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수도 자카르타와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에 인도네시아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돼 온 문제를 해소하는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수도 이전의 중요한 배경에 속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만준탁 연구원은 “자바섬에 전체의 60%에 육박하는 인구가 몰려 있고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 이 지역에서 나오면서 경제력이 편중돼 있는 문제를 수도 이전을 통해 해소하는 동시에 낙후한 동부 인도네시아를 경제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게 인도네시아의 목표”라며 수도 이전 추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위도도 대통령이 강력하게 주도해 추진해온 수도 이전 계획이 국민여론을 제대로 수렴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거쳤는지에 대해 아직 논란이 있어 향후 추진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시만준탁 연구원은 “역시 위도도 대통령 주도해 투자 촉진·고용 유연화 등을 목적으로 한 ‘일자리 창출법’이 노동 및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0년 10월 인도네시아 의회를 통과했으나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1월 근로자보다 사용자에게 일방적인 법률이라묘 앞으로 2년 안에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위헌 법률로 판단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법이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졸속 처리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처럼 최근 의회를 통과한 수도 이전 법률도 충분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신수도 예정지에서 멀리지 않은 물라와르만 공립대학교의 마헨드라 푸트라 쿠르니아 법대 학장을 비롯한 법률가들도 인도네시아 의회가 수도 이전 법안을 처리하기 전에 보낸 서한에서 “법안이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했는지 의문”이라고 졸속 법안 처리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은 아울러 “법안에서 누산타라 시장을 대통령이 5년마다 일방적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자연 재난과 수도 이전

인도네시아가 수도 이전 추진이라는 극약 처방을 쓰지 않을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위치적으로 환태평양 조산대에 포함돼 있어 지진, 홍수 등 재난에도 취약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각종 자연재난으로 발생 가능한 인도네시아의 연간 1인당 사망확률은 세계 10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신행정수도가 건설되는 누산타라와 인근 지역은 자바섬에 비해 자연 재난으로부터 상대적으로 피해를 적게 받는 위치여서 이 점도 수도 이전 추진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 속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 시드니대학교 토목공학부의 아런 옵다이크 교수는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지리적으로 유리한 지역으로 단순히 수도를 옮기는 것만으로 인도네시아가 자연 재난 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 정치적 이해 관계 때문에 환경을 훼손하는 정책을 비롯해 무리한 정책을 무분별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자연 재난을 빈번하게 만드는 또다른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알자지라는 “수도 이전을 강력 추진해온 위도도 대통령은 ‘인프라 대통령’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각종 대규모 토목 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해왔다”고 전했다.

◇2024년 대선 결과도 큰 변수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한편 인도네시아 영자일간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오는 2024년 열리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위도도 대통령이 3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도 수도 이전의 중요한 변수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는 5년이고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재선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므로 헌법 개정이 없으면 3연임이 불가능하지만 인도네시아 정가에서는 위도도 대통령이 3연임을 위한 개헌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개헌이라는 사안 자체가 위도도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구현될 수 있는 일은 아니어서 3연임 가능성을 벌써부터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여론조사기관 IPI가 지난달 성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위도도 대통령의 3연임에 대해 찬성하는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58%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헌법대로 2024년 인도네시아 대선이 치러지고 위도도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대권주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차기 정부를 맡을 경우 수도 이전 계획은 순항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진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