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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현대건설, 정의선 회장에 ‘속앓이’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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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현대건설, 정의선 회장에 ‘속앓이’ 하는 이유?

정의선 회장, 현대엔지니어링 534만1962주 구주 매각, 신주모집 400만주보다 많아 이미지 악화 우려…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시 현대건설 디스카운트 현상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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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현대건설이 다음달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구주 매각을 둘러싸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현대차 오너가와 계열사에 대해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건축 등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고 지난해말 현재 현대건설이 지분 38.62%(2933만주)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이어 정의선 회장이 2대주주로 11.72%(890만3270주)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글로비스가 11.67%(886만7400주),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9.35%(710만200주), 정몽구 명예회장이 4.68%(355만2340주)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IPO를 위해 공동대표주관회사로 미래에셋증권, KB증권,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을 선정하고 지난해 12월 지분증권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공시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당 희망공모가액은 5만7900~7만5700원입니다. 최종 공모가액은 오는 25~26일의 수요예측을 통해 결정되며 28일 공모가액 확정공고가 날 예정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모하는 물량은 1600만주이며 희망공모가액 최저가 5만7900원으로는 9264억원, 최고가 7만5700원으로는 1조2112억원의 현금이 들어오게 됩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모 물량 1600만주 가운데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 등 현대차 오너가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구주 매각으로 공모물량의 75%인 1200만주를 팔 예정입니다. 이는 공모금액의 75%가 현대차그룹 오너가와 계열사에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공모가 5만7900원을 기준으로 모집 및 매출총액은 9264억원이며 이 가운데 구주 매각 매출대금이 6948억원, 발행제비용 40억7058만8000원을 제외하고 순조달금액은 2275억2941만2000원에 이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IPO로 9264억원을 조달하지만 이중 75%가 현대차그룹 오너가와 계열사로 빠져나가고 현대엔지니어링에 남는 조달금액은 2275억원 규모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인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IPO 후에도 보유 주식수를 그대로 가져가지만 지분은 38.62%에서 36.68%로 1.94%포인트 낮아지게 됩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534만1962주를 구주 매각으로 처리합니다. 정 회장은 지분 11.72%의 2대주주에서 주식매각으로 7.27%포인트를 낮춰 지분 4.45%의 5대주주가 됩니다. 과정에서 정 회장은 구주매각 대금으로 최저 3093억~최고 4044억원을 챙길 수 있습니다.

정의선 회장의 구주 매각 주식수는 공모시 신주 모집 400만주에 비해 134만1962주 많은 것으로 2대주주인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IPO를 이용해 주식을 팔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201만3174주를 매각해 구주매각 대금으로 최저 1166억~최고 1524억원을 갖게 됩니다.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161만1964주를 팔아 최저 933억~최고 1220억원의 현금을 챙길 수 있습니다.

정몽구 명예회장도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142만936주를 팔아 지분을 4.68%에서 2.67%로 낮추고 구주매각 대금으로 최저 823억~1076억원을 손에 쥘 수 있게 됐습니다.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 그리고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매각하는 주식은 모두 1200만주로 공모물량 1600만주의 75%에 달하며 구주매각 대금은 최저 6948억~최고 9084억원에 달합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IPO에서 현대차그룹 오너가와 계열사들이 지나치게 많은 구주매각을 하는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 내부에서도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구주매각에 대해 반발하는 모습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국건설기업노조 현대엔지니어링 지부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추진에 대해 “개인 대주주의 자기 이익 챙기기의 극을 보여준 사례로 시장 건전성을 해치는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난한바 있습니다.

노조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에 반대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각각 제출하며 “현대엔지니어링의 유가증권신고서 수리가 유보돼야 한다”고 촉구한바 있습니다.

노조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주 모집은 400만주에 불과한 반면 구주 매출은 1200만주에 달한다”며 “과도한 구주 매출은 개인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시장 악용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인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시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오너가와 계열사들이 대거 구주를 매각하면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이미지가 악화될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현대건설은 모회사의 자회사가 상장할 때 모회사 디스카운트 현상이 발생하면서 모회사의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 일반주주들의 반발 여부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그러나 최대주주가 현대자동차이며 정의선 회장이 실질적인 현대차그룹의 오너이기 때문에 오너가의 현대엔지니어링 구주매각에 제대로 반대 의견도 표명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