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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소식지 새해 첫 호에 ‘F-5 특집기사’ 실었는데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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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소식지 새해 첫 호에 ‘F-5 특집기사’ 실었는데 사고

‘타이거2’ 별칭에 임인년을 여는 기종 선정했는데
11일 만에 전투기 추락사고로 조종사 순직 애도
조종사‧정비사, 인터뷰 기사에서 ‘노후화’ 문제 지적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KF-5E 제공호 편대가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 공군이미지 확대보기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KF-5E 제공호 편대가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 공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烏飛梨落)’라는 속담을 대한민국 공군이 이처럼 절실하게 느낀 적은 없을 것이다.

공군은 매달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소식지 ‘월간 공군’을 발간해 온‧오프라인으로 무료 배포를 하고 있다. 2022년 첫 호(1월호)의 기획특집은 ‘공군의 호랑이 F-5, 올해도 출격 준비 끝!’이라는 제목으로 F-5 전투기를 다뤘다. 공군이 보유한 모든 전투기 가운데 F-5E/F가 ‘타이거2(Tiger-2)’라는 별칭을 갖고 있어 임인년을 기념하는 기종으로 ‘공군의 검은 호랑이’로 택했다는 것이다.

월간 공군의 발행일자는 1월 1일이었다. 그로부터 11일 후 공군 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한 대가 기지에서 이륙 후 상승 중 좌우 엔진 화재 경고등이 켜진 뒤 곧바로 기체가 급강하해 경기도 화성시 한 야산에 추락했다. 전투기 조종사 심정민 대위(이후 소령으로 추대)는 비상탈출에 실패해 안타깝게도 순직했다. 공군 당국은 추락 기체로부터 회수한 비행기록장치 일부를 분석한 결과, ‘이륙 직후 기체 양쪽 엔진의 화재 경고등이 켜지고 기수가 급강하하는 등 조종계통에 이상이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월간 공군의 특집기사는 이번 사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공군으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기사는 F-5 전투기의 장점을 부각시켰지만, 조종사와 정비사의 인터뷰에는 50년 가까이 현역 기종으로 남아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암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아주 단순한 2세대 전투기…성능개량 투자했으면”


먼저 F-5에 대해 김 모 조종사(소령)는 “아주 단순한 2세대 전투기다. 전투기가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임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다. 기본에 충실한 전투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동만 걸면 바로 출격할 수 있어 다른 전투기들이 비해 2배 가까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래서 보통 F-5는 전방 기지에 배치돼 초도 전력으로 활용된다”면서, “2세대 전투기와 비교했을 때 고속이든 저속이든 뛰어난 안정성을 보인다. 전투기 중에서는 굉장히 작은 축에 끼다 보니 근접 교전을 할 때 적기가 육안으로 F-5를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F-5의 아쉬운 점에 대해 김 모 소령은 “전투기 자체에 대해서는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50년 가까이 된 전투기에 바랄 수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운용할 줄 알았더라면, 전투기 성능개량에 조금 더 투자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현역 조종사도 전문가들이 꼬집었던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F-5 조종사로서 느끼는 자부심에 대한 김 모 소령의 답변은 F-5의 문제점은 더욱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F-5 조종사들은 공중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판단과 결정, 조종을 조종사 스스로 해야 한다”면서, “최신 기종은 이러한 부분을 뒷받침해주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있지만. F-5는 오로지 조종사의 몫이다. 그만큼 조종사의 기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이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전투기는 조종사에게 매력적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월간공군 2022년 1월호에 실린 'F-5' 전투기 특집기사. 사진= 월간공군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월간공군 2022년 1월호에 실린 'F-5' 전투기 특집기사. 사진= 월간공군 캡처


제작사‧미 공군도 정비실력 인정했는데 사고가


변 모 정비사(상사)는 F-5 전투기를 “아날로그 전투기 중 최고다. 항공기를 정비라는 데 굉장히 수월하다. 최신 기종과 달리 하드웨어 정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프트웨어 정비 비중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전자화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변 모 상사는 F-5 정비사로서 느끼는 자부심에 대해 “몇 년 전에 F-5 제작사와 미 공군에 F-5 정비 관련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한국 공군의 F-5 정비실력이 우리보다 뛰어난데, 왜 물어보냐’는 것이었다”라면서, “제작국과 제작사에서 인정할 정도이니, 대한민국 공군의 정비실력이 최고라고 자부해도 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조종사와 정비사의 의견을 종합하면, F-5는 정비가 수월해, 출격 시간이 빠르며, 기본에 충실한, 비행 상황에서 맞이하는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뛰어난 기량의 조종사가 조종해야 하는 아날로그 2세대 전투기다. 이러한 F-5가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노하우를 보유한 정비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도, 공군의 F-5는 2000년 이후 총 10차례에 걸쳐 13대가 추락했고, 15명의 조종사가 순직했다. 아무리 완벽한 정비를 해도 노후화한 기체의 사고 위험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월간 공군 기사는 “F-5 조종사, 정비사는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며, 올 한해도 호랑이 모양을 꼭 닳은 한반도를 평화롭게 수호할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됐다. 전문가들은 언제까지 공군의 소중한 인재들이 ‘주어진 현실’에 맞추려다가 희생을 치러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