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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통신사, 자금난에 '케이블 도둑'까지 겹쳐 붕괴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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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통신사, 자금난에 '케이블 도둑'까지 겹쳐 붕괴 직전

레바논 통신사 '알파' 앞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레바논 통신사 '알파' 앞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레바논 통신사가 국가 경제 붕괴 이후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계속 적자가 날 정도로 운영이 어려운 가운데 케이블 장비 도둑질 같은 일이 계속 일어나면서 레바논 통신사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레바논 통신사는 한때 레바논의 캐시카우로 새로운 설비, 임금,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금이 있는 기업이었다. 2019년 경제붕괴 이후 2020년 국가에 반환된 레바논 통신사 알파(Alfa)와 터치(Touch)는 통신망을 운영할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를 사기 위해 대부분의 자금을 쓰고 있을 정도로 수익이 급감했다.
조니 콤(Johnny Corm) 레바논 통신 장관은 "우리는 지금 당장 앞에 닥친 문제 때문에 장기적 문제를 생각하거나 시스템을 바꿀 여력이 없다. 지금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도 버겁다"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답했다.

콤 장관은 "매일 도둑질이 일어난다. 더 이상 보안팀이 도둑을 막을 여력이 없어 레바논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할 지경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통신사들이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을 구축하거나 가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동안 레바논 통신사들은 그들의 네트워크 케이블을 훔치려는 도둑을 막는 일을 처리하는 데 급급해 하고 있다.

지난해 레바논의 발전소가 겨우 유지되고 있었을 때 연료비는 통신사의 총 지출의 7%를 차지하고 있었다. 올해는 통신사의 연료비가 올라 지출의 3분의 2 이상이 되었다. 레바논은 2019년 이후 100%이상 물가가 인플레이션 되고 화폐가치가 폭락했다. 특히 연료수입이 문제인데 원화가치가 폭락해 연료수입이 어렵고 연료수입을 못하니 발전기를 돌리지 못하고 있어 하루 22시간 이상이 단전상태로 알려져 있다.

달러로 따지자면 현제 레바논 통신사의 수입은 2019년 레바논 위기 이전의 5%에 불과하다. 이는 레바논 통화의 폭락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2018년에 1달러당 1500파운드였던 환율일 때 통신사 터치는 8억5000만 달러(약 1조89억 원)의 가치를 가진 기업이었으나 지금 환율인 1달러당 3만1000파운드로 계산을 해 보면 4500만 달러(약 534억 원)로 가치가 줄어든다.

콤 장관은 회사가 레바논의 이미 거의 빈 금고에서 돈을 지원받지 않으려면 통신 요금을 조정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신 요금 조정은 내각의 승인이 필요한데 내각은 2020년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항구 폭발 사건 이후 3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
통신사는 인터넷 정전과 약한 신호 등의 문제를 매일 겪고 있지만 회사의 개선 전망은 암울하다. 물가가 미친 듯이 상승한 가운데 직원 임금은 때로는 차비도 충당할지 못할 정도로 적다. 회사의 직원 중 절반이 낮은 임금 때문에 일터에 나오지 않고 있다. 콤 장관은 이전에는 부패 때문에 통신사의 수익이 하락하고 있다고들 했지만 이제는 경제 붕괴의 영향이 부패보다 훨씬 더 심하다고 밝혔다.

레바논은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외환이 급격하게 빠져 나갔으며 2020년 항구가 폭발하여 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사건에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내각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할 정도로 나라가 혼란스럽다. 콤 장관은 "부패가 많았을 때는 돈이 많았다. 지금은 돈이 없다"면서 현재 상황을 비판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