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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가공식품의 지리적 표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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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가공식품의 지리적 표시제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가공식품의 지리적 표시제 보호는 지역 고유 식품의 명성을 유지하고 지역 가공식품 산업의 발전과 가공업체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원산지 표시제와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어 K-푸드가 세계화 되는데 있어 취약점이 되지 않도록 규제요인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산물의 원산지를 구명하는 일은 가공식품에 비하면 쉬운 편이다. 원료가 가지고 있는 화학적 특성을 최신 분석 장비를 통하여 얻어낼 수가 있다. 해당지역의 토양으로부터 유출된 무기질이나 그의 동위원소를 분석하거나 또는 식물체가 각기 다른 기후와 토양조건으로 인하여 생산하는 대사물질의 차이를 휘발성분을 분석하여 판별해 낼 수가 있다.

물론 매년 기후 변화에 따른 영향도 고려하여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최근 급격한 기후환경 변화로 인하여 과거의 데이터를 축적한다는 것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폭넓게 축적된 정보들이 유용한 결과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가공식품의 경우는 농산물 자체와는 많은 차이가 있어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사용되는 원료의 수가 많고 또 원료 중에는 외국에서 공급된 재료들도 있을 뿐만 아니라 발효시킨 제품의 경우 지역마다 만드는 제조 방법과 원료가 다르고 제조한 시점에 따른 영향 등 너무 많은 변수 속에서 그 차이점을 찾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원료가 단순한 상태에서 가공한 녹차라든가 와인이나 치즈, 홍삼 같은 경우 원산지에 따른 차이를 규명하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라서 관리하기가 쉽다. 그러나 된장이나 고추장, 쌈장처럼 여러 가지 원료가 복합적으로 들어간 경우 해당 제품의 원산지를 판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가공 제품의 원산지를 관리하면서 해당 제품의 차이를 과학적으로 구분하기가 용이하지 못하다면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속여서 제품을 만들어 판매 유통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참치통조림이나 감자를 이용한 과자의 경우 얼마든지 우리나라에서 생산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 속일 수가 있는 노릇이다.

와인이나 치즈의 경우 원산지 특유의 맛을 유지하고 있고 그들 제품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데이터가 뒷받침되고 있으며 그들 나름의 전통 방식과 역사 등 스토리텔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여건들이 있는 경우 자신감 있게 원산지 제도의 도입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런 면들이 매우 취약하다. 국내의 경우 지리적 표시 제도를 도입하여 해당지역의 특산물로 선정하여 적용하는 경우에도 마땅한 스토리텔링 요소가 부족한 상태로 폭넓게 많은 분야에 대하여 지리적 표시제를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식품의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텔링이 주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자도 필요한 실정이다.

식품을 제조함에 있어 각종 원료를 재조합하여 열을 가하거나 압력을 가하여 성분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소시지나 어묵, 대체육 같은 경우 다양한 제조방법으로 인하여 화학적인 성분변화도 일어나기 때문에 이것을 분석하여 원산지를 찾아낸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원료마다 원산지가 각기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이 된 것이라고 한다면 이를 추적,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제도관리를 잘 할 수 있는 법이나 규정을 만들어 적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제조업자의 양심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유럽에서 활용되고 있는 원산지 명칭 보호(PDO), 지리적 표시 보호(PGI), 증류·가향주의 지리적 표시(GI), 전통 특산품 보증(TSG)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해당요인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며 철저하게 관리체제를 구축해 나간다면 본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