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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니 크라카타우스틸, '고로 욕심'에 위기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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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니 크라카타우스틸, '고로 욕심'에 위기 자초

포스코와 합작으로 고로 건설 꿈 실현
일관제철 욕심에 거액 투자했으나 실패
포스코 붙들기 지속하지만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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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스틸이 합작 설립한 크라카타우포스코 고로 전경. 사진=크라카타우포스코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사업 구조 변화를 불러 일으킨 크라카타우스틸의 경영난은 ‘고로’에 대한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철강산업은 쇳물을 직접 생산하는 ‘상공정’과 쇳물로 만든 슬라브, 빌릿을 가공해 제품을 만드는 ‘하공정’으로 나뉜다. 포스코보다 2년 후 설립된 크라카타우스틸은 인도네시아 1위 업체로 성장했으나 고로 상공정 설비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0년 포스코와 함께 크라카타우포스코를 설립해 드디어 고로 설비를 갖게 되었다. 이 고로는 당시 동남아시아 지역 최초이자, 포스코가 해외에 처음 건설한 것이다.

고로의 쇳물 생산량 300만t은 당시 크라카타우스틸의 조강 생산량(240만t)을 뛰어넘는 규모였다. 2014년 고로 가동을 시작한 크라카타우포스코는 2018년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며 올해까지 4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동남아국가 중 최초로 상‧하공정 모두 보유

고로 건설 이전까지 크라카타우스틸은 반제품을 해외에서 수입해 열연 및 냉연강판 선재를 생산해 왔다. 철강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높았을 때는 자국내 생산제품 가격이 비싸더라도 잘 팔렸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이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국산 철강재가 범람해 국제 시세를 폭락시켰다. 상상을 뛰어넘는 수입산 제품의 낮은 가격으로 생산원가와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는 주변국 철강업체들이 경쟁력을 상실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철강재에 대한 수입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다.

이런 상황에서 크라카타우스틸은 크라카타우포스코가 생산한 쇳물로 만든 반제품을 공급받게 되면서 일관제철 사업자로서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반제품 가격 등락에 상관없이 양질의 반제품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하공정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도권 욕심에 사업 이점 살리지 못해

그런데 여기서 크라카타우스틸의 행보는 업계의 관행과는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고로는 포스코와 합작하지만 하공정은 자신이 독자적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칠레곤 단지의 생산 시스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로는 물론 열연과 냉연공장을 함께 입주시켜야 했는데 그러질 않았다. 고로 가동 직후 벌어진 철강과 수요산업의 침체로 이어지면서 하공정 투자는 차일피일 미뤄었다. 이러다보니 칠레곤 고로는 후판공장만 있는 반쪽짜리 단지로 운영을 시작했다.

포스코와 합작 이전에 크라카타우스틸은 자체적으로 고로건설을 추진했다. 120만t 규모로, 2008년부터 추진했으나 실제 가동에 들어간 것은 무려 10년이나 지난 2018년 12월로, 뒤늦게 시작한 크라카타우포스코에 비해서도 더디게 진행됐고, 2008년부터 8억5000만 달러(약 1조 원)를 쏟아붓는 등 당초 예산보다 두 배의 돈을 더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동은 시작했지만 오히려 물건을 만들수록 적자만 늘었다. 고로는 건설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설비인 하드웨어(H/W)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뛰어난 품질의 쇳물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없으면, 다시말해 소프트웨어(S/W) 측면의 능력이 수반되어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가동 전부터 높은 부채를 안고 있던 고로는 제품 판매도 늘지 않으면서 1년 만인 2019년 12월 5일 가동을 중단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손절매 했으면 크라카타우스틸의 손해는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고로 실패는 크라카타우스틸의 경영난에 결정적인 충격을 주었고, 현재 파산을 눈 앞에 둔 배경이 되었다.

내년 4.4조원 투자 실행 여부 불투명

인도네시아 언론은 지난 9월 포스코와 크라카타우스틸이 2022년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보도했다. 크라카타우포스코가 목표로 한 1000만t급 철강 클러스터 로드맵을 실현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투자 규모는 53조 루피아(약 4조4200억 원)이다.

그런데, 이 발표 주체자는 실미 카림(Silmy Karim) 크라카타우 스틸 사장이었다. 경영난 타개 중인 크라카타우스틸이 4조 원이 넘는 합작 투자를 단행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포스코도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10년 전 고로 건설을 시작했을 때 예상 투자액이 30억 달러(약 3조 원)였는데 4조 원이 넘는 투자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은 포스코와 크라카타우스틸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포스코와 크라카타우스틸은 최초 합작을 결정하면서 300만t급 고로 1기 건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1단계 공사가 마무리 되면 사업 여건을 봐가며 2단계 사업 – 동급 고로 1기 추가 건설 –을 추진해 찔레곤의 쇳물 생산량을 600만t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만약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사업을 확대한다면, 2기 고로 건설을 핵심으로 하고, 하공정 투자를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바오우그룹 등 중국 철강사와 신일본제철의 외연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조강생산량 ‘7000만t+알파(α)’ 전략을 제시한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사업 역량을 강화할 것은 확실하다. 최근 한국과 인도네시아간 방위산업을 비롯한 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현대자동차가 현지에서 자동차 생산을 늘리는 등 수요산업 고도화에 따른 고부가가치 철강재 판매도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주변 국가들, 즉 아세안(AES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으로의 진출의 전진기지라는 상징성도 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크라카타우스틸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면서, “인도네시아측의 요청에 부응할 것인지, 독자경영을 통해 다른 방법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할 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