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수혜를 본 기업을 꼽자면 신풍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영광의 순간은 짧았다. 올 초 피라맥스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자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현재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나 업계 시각은 회의적이다.
악재도 줄을 잇는다. 최근 경찰은 신풍제약이 200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의약품 원료사와 허위로 거래하고 원료 단가를 부풀리는 방식 등으로 25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 결과 약 80억 원을 추징당했다.
대주주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도) 이슈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신풍제약은 자사주 128만 9550주를 2154억 원에 블록딜로 매각했고 올해 4월엔 지주사인 송암사도 200만 주(1680억 원)를 현금화했다.
블록딜은 매도자가 매수자를 미리 구해 장이 끝난 이후 지분을 넘기는 거래로 다음날 주가 하락의 가능성이 있다. 또 자사주 매각은 주가가 고점이라는 뜻으로 읽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이쯤에서 신풍제약은 제약사의 본질을 상기해야 한다. 제약기업의 사명은 생명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의약품을 개발해 인류 건강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라맥스 유효성 입증 실패, 탈세, 비자금 조성 혐의, 블록딜 논란 등이 올해 회사가 받아든 성적표다.
회사를 믿고 투자한 이들에게 입장을 전하고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ESG 경영에 힘쓰는 국내 제약사들과 반대로 간다면 업계에서도, 주주들에게도 외면받을 뿐이다.
이하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a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