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박사 진단] 글로벌기업 쪼개기 열풍 왜? GE · J&J · 도시바 분할 사실상 해체

공유
0

[김박사 진단] 글로벌기업 쪼개기 열풍 왜? GE · J&J · 도시바 분할 사실상 해체

3가지 목적, 규모의 역경제 해소+ 분야별 전문화+ 기업가치 극대화

미국 뉴욕증시 모습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증시 모습
글로벌 공룡 대기업들의 기업 분할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사업별로 회사를 쪼개 각자 독자적으로 움직이도록 경영 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이같은 그룹 해체 또는 기업 분할의 움직임은 덩치가 너무 커 조직관리가 어려웠던 거대기업들의 이른바 "규모의 역경제"를 해소하는 시도로 글로벌 경영환경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17일 뉴욕증시 등에 따르면 제너럴일렉트릭(GE)과 존슨앤드존슨(J&J)은 최근 기업분할을 선언했다. GE의 최고경영자(CEO) 로런스 컬프 주니어는 기업분할 성명에서 "항공, 헬스케어, 에너지에 주력하는 3개의 기업으로 쪼개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3년 초까지 헬스케어 부문을, 2024년 초까지 재생에너지와 전력, 디지털 사업을 포함한 에너지 부문을 각각 분리하여 또 다른 기업으로 새 출범하는 것이다. 항공 부문은 계속 'GE'라는 사명을 유지하면서 헬스케어 부문의 지분 19.9%를 유지한다, 항공, 헬스케어, 에너지로 나누어 3개의 기업을 설립하여 각각 더 높은 집중도와 자원 배분, 전략적 유연성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으 기업 분할은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1800년대 후반 GE를 공동 창업한 이후 처음이다.
GE에 이어 미국의 거대 제약 대기업 존슨앤드존슨(J&J)도 그룹 해체를 선언했다. 엘렉스 고르스키 J&J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11월 까지 제약·의료기기 사업부를 남기고 연매출 150억 달러 규모의 소비자건강 부문을 떼어내는 기업 분할 작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독일 제약 대기업 머크도 최근 제조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에 소비자건강 사업부를 매각한 바 있다. 미국 화이자 역시 소비자건강 부문을 떼어냈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는 그룹을 분할했다.미국 쓰리엠(3M)도 분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룹 해체 및 분할의 열풍은 일본 열도에도 이어지고 있다. 발전 설비에서부터 반도체까지 광범위한 사업 영역을 수행해온 일본의 대표기업 도시바가 최근 회사를 3개 법인으로 분할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도시바는 발전설비 등을 다루는 ‘인프라서비스’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등 ‘디바이스’ 회사를 모체에서 떼어내 3개 법인 체제로 재편한다. 기존의 도시바 법인은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 홀딩스(옛 도시바메모리)와 상장 자회사인 도시바 테크를 관리하는 데에 주력한다. 3분할 계획이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1875년 창업의 명문 기업은 해체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 인프라와 반도체 등 폭넓은 사업 분야에서 약 300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도시바 같은 대기업이 분할되는 것은 일본역사상 처음이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회사 분할은 엄청난 변화이지만 서로 나뉘어 독립적으로 도시바의 경영이념을 이어나간다면 각 사업을 성장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 공룡 기업들이 이처럼 연이어 그룹 해체와 기업 분할에 나선 것은 덩치를 키우면 키우면 유리해지는 규모의 경제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의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소비자 기호 또한 급변하면서 큰 덩치로서는 이 같은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기 어렵기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대기업들의 분할 계획은 변화에 적응하는 조치라고 설명한다. 잘게 쪼개는 것이 급변하는 경제 동향과 소비자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의 규모가 일방적으로 커지던 산업화 시대 초기 단계에서는 업종을 다양하는 것이 생산성을 올리는데 유리했으나 분 초 단위로 생사가 엇갈리는 고도 정보화 시대는 분리 경영을 함으로써 효용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 주주들이 대거 늘어난 것도 분할의 한 요인이 됐다.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벌일 경우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행동주의 펀드 주주들이 나서 경영진들과 충돌을 빚는 사례가 많아 졌다. 다각화 경영이 기업 의사 결정에 있어 비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상호 간에 시너지 효과가 두드러지지도 않는데도 하나의 기업 울타리 속에 있으면 의 각자의 가치에 비해 보두 할인된 평가를 받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분할하면 주주 가치를 어느 정도 높일 수 있다. 또 저 평가에 대한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도 해소시킬 수 있다. 경영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한국 재계에서도 기업 쪼개기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규모의 역 경제를 해소하고 각 분야 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발전 전략을 모색한다는 점에서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룹 해체와 기업 분할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다만 한국 재벌 기업들의 최근 기업 분할은 오너가 소유권을 장악하면서도 분할 후 상장을 통해 공모자금을 확보하는 데에 좀 더 역점을 두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