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성에게 기회를주었으나 버티지 못하는 것을 어쩌라는 말이냐?’ 필자는 이러한 상황이라면 여성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왜 버티지 못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답하고 싶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성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못하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하고 여성은 남성의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워킹맘은 나쁜 엄마라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아이를 위해서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한다. 여성은 중요도가 낮고 확장성이 낮은 직무에 배치되어 탄탄한 경력자본을 축적하지 못해 고위직으로 도약하지 못하는경우도 많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여성이 마주하는 한계들을 제거해주어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지않을까?
글로벌 금융기관 크레디트 스위스가 2016년 3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여성 경영진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여성 임원이 15% 이상인 기업과 10% 이하인 기업으로나눠 비교했다. 여성임원 비율이 15% 이상인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자기자본 이익률(ROE)이 18% 높았다. 여성 CEO가 있는 기업 ROE는 19%의 프리미엄이 있었다.
임원 인사를 추적해 13년간 163개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비, 인수합병(M&A) 비율, 주주에게 보내는 서한 내용 등을 분석해 여성들이TMT(Top Management Team)에 합류한 후 기업의 장기 전략 변화를 분석하였다. 여성임원이 증가한 기업들은 더 변화에 개방적이며 덜 위험을 추구했다. 위험감수 성향의 용어 사용 빈도는 14% 감소, 변화에 대한개방성을 시사하는 용어 빈도는 10% 증가했다.
기업의 임원층에 여성이 많아지면 왜 이런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고위층의 ‘인지적 다양성’이높아지기 때문이다. 인지적 다양성이란 집단 내 정보수집과 정보처리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이 반영되는 정도를의미하는데 인지적 다양성이 증가하면 의사결정 시간이 길어지지만 의사결정의 질은 좋아진다. 다양한 관점에서기업의 기회나 위기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하면 창의성이 향상된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성이 필요치 않은 분야는 어디란 말인가?
두 눈을 반짝이며 새로운 도전에 들떠 있던 그 많던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여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조직에서 사라지지 않고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 최대의 미개발 자원은 단연코 ‘여성’이다. 여성의 적극적인 경제참여와 리더로의 도약이 불황에 빠진 대한민국을구할 수 있다. 그러니 여성인재를 더욱 등용하고 크게 키우기 위해서 노력해보자. 남녀모두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유재경 국민대 겸임교수&여성리더십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