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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체인지, 빅립, 파이낸셜 스토리...SK 세미나 속 ‘어려운 경영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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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체인지, 빅립, 파이낸셜 스토리...SK 세미나 속 ‘어려운 경영화두’

[고운 우리말, 쉬운 경제 36] SK그룹 아쉬운 외국어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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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체인지 여정의 마지막 단계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관계사의 스토리를 엮어 SK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명한 그룹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빅립(Big Reap, 더 큰 수확)’을 거두고, 이해관계자와 함께 나눠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CEO(최고경영자)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CEO들에게 던진 화두다.

SK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16년부터 각 사들이 치열하게 딥체인지(Deep Change)를 실행한 결과, 파이낸셜 스토리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딥체인지, 빅립, 파이낸셜 스토리. 최 회장이 던진 큰 경영 화두들이다.

딥체인지(deep change)는 사업 구조의 ‘근원적 변화’를 말한다. 빅립(Big Reap)도 생소하다. 영어 해석 그대로 ‘더 큰 수확’이다. 이어 나오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는 기업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 신뢰와 공감을 쌓는 경영 방식이다. 최 회장이 내세운 경영 화두답게 모두 우리말로 담기 쉽지 않고 깊이가 있다.
“넷제로(Net Zero)는 SK의 생존과 미래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도전적 과제이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어려움이 있겠으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앞서 20일 개막 스피치를 통해 주문한 말이다. 여기서도 넷제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등 외국어가 보인다.

넷제로(Net Zero)는 온실가스 순(Net) 배출을 0(Zero)으로 만드는 것이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하는 균형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말로 다듬기 쉽지 않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도 경영 측면으로 접근하면 어려운 용어가 된다. 기업이 취급하고 있는 모든 사업 부문과 제품의 집합체를 뜻한다.

이 밖에 이날 나온 보도자료 속에는 밸류체인, 세션, 패널 등 기업 경영과 세미나용 외국어가 더 있다.

밸류체인은 ‘고운 우리말, 쉬운 경제 22회’에 나왔던 용어다. 경제신문에서 특히 많이 쓴다. ‘밸류체인’은 우리말로 ‘가치사슬’이라고 쓸 수 있다. 기업이 전략 방안으로 사업 단위를 세분화하고 그 연계성을 체계 있게 사슬처럼 묶어(체인처럼) 가치(밸류)를 창출하는 것이다.

세션은 세미나 등에서 ‘시간’, ‘분과’ 뜻으로 사용된다. 패널은 ‘발표자’, ‘토론자’ 정도로 하면 무난하다.

SK 관계자는 보도자료 끝에 “딥체인지 추진이 개별 회사의 파이낸셜 스토리 완성 차원을 넘어, ESG 바탕의 차별적인 철학과 가치를 지닌 그룹 스토리로 한층 진화해야 하는 새로운 여정으로 나아가게 됐다”라고 말하며 마무리 지었다.

SK의 이번 세미나는 그룹의 경영철학을 논하는 자리로 ‘화두’ 하나하나마다 깊이가 있었다. 문제는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들이다. 나라를 이끄는 그룹답게 고운 우리말 쓰기에도 앞장섰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감수 : 황인석 경기대 교수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