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태양광발전량 예측 '가상발전소'로 탄소중립·저렴한 전기공급 앞장

공유
2

태양광발전량 예측 '가상발전소'로 탄소중립·저렴한 전기공급 앞장

■ 공기업과 상생하는 기업 ② 남동발전 가상발전소 솔루션개발 '브이젠'
인공지능 접목해 'K-VPP' 플랫폼 자체 개발...2025년까지 4GW급 신재생 가상발전소 구축
예측 고도화로 발전사업자 수익 높이고 소비자에 저렴한 전기 공급...전체 전력망 안정 도모

한국남동발전이 태양광·풍력 등 분산된 소규모 재생에너지를 효율성 높게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가상발전소(VPP)' 구축에 필요한 가상발전소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업력 5년차의 신생 벤처기업 '브이젠'과 손을 잡아 눈길을 끈다.

브이젠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가상발전소 운영소프트웨어 'K-VPP' 솔루션을 자체 개발, 신생기업임에도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남동발전이 오는 2025년까지 4000억 원을 투입할 '분산전원 디지털플랫폼 구축 5개년 계획'에 핵심 파트너 역할을 맡게 됐다.
◇ 남동발전, 2025년까지 4GW급 신재생에너지 가상발전소 구축...브이젠, 핵심 파트너 '우뚝'

한국남동발전 KOEN 가상발전소 플랫폼 비즈니스센터에 구축된 브이젠의 가상발전소(왼쪽) 모습과 백승엽(오른쪽) 브이젠 대표. 사진=브이젠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남동발전 KOEN 가상발전소 플랫폼 비즈니스센터에 구축된 브이젠의 가상발전소(왼쪽) 모습과 백승엽(오른쪽) 브이젠 대표. 사진=브이젠

남동발전은 지난해 8월 '분산전원 디지털플랫폼 구축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첫 단계로 신재생에너지 가상발전소 구축을 추진, 지난 2월 VPP 솔루션 개발 벤처기업 브이젠과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 기반 전력중개사업 공동추진 업무협약'을 맺었다.

가상발전소(VPP)란 태양광·풍력 등 1메가와트(㎿) 이하의 분산돼 있는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전원을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운영하는 관제센터를 말한다.

현재의 가상발전소 기술은 각지에 분산돼 있는 소규모 발전기의 발전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뿐 아니라, 날씨·바람 등 기상정보를 분석해 태양광·풍력 등 각 분산 발전기의 전력 생산량을 하루 전에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충·방전 계획을 자동으로 세우거나 전력거래소에 전력판매를 입찰해 분산전원 발전사업자들이 최적의 전력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수준에 와 있다.

향후 미래의 가상발전소는 이 수준을 넘어 간헐성이 높은 태양광·풍력 등 각 분산 발전기를 날씨 등 상황에 따라 가상발전소 중앙제어실에서 원격으로 켜고 끔으로써 전력계통운영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전력수요자에게 최적으로 전력을 분배하는 통합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가상발전소 기술은 기상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해 각 분산 발전기의 발전량 예측치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원전이나 화력발전과 달리 간헐성이 높아 공급량 변동이 큰 만큼 앞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사전에 발전량 예측이 정확해야 전력수급 안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출력 변동성 대응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분산전원 발전사업자 등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하루 전에 미리 예측해 제출하고 당일 오차율 이내로 이행할 경우 정산금을 지급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남동발전과 브이젠의 가상발전소는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을 극대화해줄 뿐 아니라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브이젠은 독자기술인 '다층가상변수법을 응용한 인공지능 예측기술'을 접목해 전력 수급량 예측 정확도를 높인 자체 가상발전소 솔루션 'K-VPP 플랫폼'을 개발했다.

지난 2월 남동발전과 가상발전소 솔루션 공급계약을 체결한 브이젠은 현재 태양광·풍력·ESS·연료전지·소수력 등 남동발전의 58개 신재생 발전시설을 통합 관제하는 총 198메가와트(㎿)급의 가상발전소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이 가상발전소 솔루션(신재생통합관리시스템)은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과 전력중개 시스템으로 구성되며 내년 1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개발 진척율은 80% 수준이다.

남동발전은 내년 1월 준공될 브이젠의 솔루션을 기반으로, 오는 2025년까지 4000억 원을 투자해 가상발전소 용량을 4기가와트(GW)로 늘려 정부의 그린 뉴딜을 선도하는 '한국형 통합 가상발전소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브이젠은 남동발전의 '영농형태양광 운영지원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기존 남동발전의 영농형태양광 전용 시스템이 전력중개사업도 수행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지난 5월 10㎿ 용량의 외부 신재생 분산전원을 전력중개사업에 적용하는 실증사업을 완료했다.

◇발전소 디지털트윈·디지털 증권거래 플랫폼도 추진..."가상발전소 분야 최고 기업 될 것"

한국남동발전의 KOEN 가상발전소 플랫폼 비즈니스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통합관제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국남동발전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남동발전의 KOEN 가상발전소 플랫폼 비즈니스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통합관제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국남동발전

브이젠을 이끌고 있는 백승엽 대표는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산업공학 박사 출신으로, 대우고등기술연구원, STX솔라(주) 연구소장을 역임한 후 지난 2017년 브이젠을 창업했다.

태양광 제조분야 대기업 연구소에서 태양광 분야 전방산업인 태양전지와 모듈 분야 개발을 이끌던 백 대표는 자연스레 후방산업인 발전과 전기시장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유럽과 미국에서 가상발전소 기술을 접한 백 대표는 신재생 가상발전소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VPP 1위 사업자'를 목표로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백 대표는 "해외에서는 이미 2010년대 초에 인공지능 기반 예측과 최적화 기술을 활용한 가상발전소 기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백 대표는 "평소 IT분야에서의 사업을 꿈꾸고 있던 차에 ICT기술에 기반해 인공지능·최적화기술을 활용한 전력거래 가상발전소는 내게는 안정된 대기업, 40대 중반이라는 나이, 가장의 무게 등 창업 도전을 막고 있던 장애물에도 너무 매력적이었다"며 창업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국내외 석박사 등 전문인력을 영입해 K-VPP를 개발한 백 대표는 지난 2월 남동발전과 국내 최대규모인 가상발전소 솔루션 공급계약 체결한 뒤 국내 벤처투자사 퓨처플레이·신한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데에도 성공했다.

백 대표는 현재 주류를 이루는 태양광 발전량 예측기술은 물론, 상대적으로 미개척 분야인 풍력 발전량 예측기술도 고도화해 '가상발전소 1위 사업자'로 미국, 호주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브이젠 간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 기반 전력중개사업 공동추진 업무협약식 모습. 사진=한국남동발전 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브이젠 간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 기반 전력중개사업 공동추진 업무협약식 모습. 사진=한국남동발전

이밖에 브이젠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발전소 시뮬레이터', 신재생 발전시장에 프로슈머의 참여를 유도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디지털 유동화 증권거래 플랫폼' 등 진화된 사업으로 확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발전소 시뮬레이터사업은 디지털 트윈을 접목해 기존 화력발전소 제어실과 똑같은 운전 시뮬레이터를 구축, 발전기 가동, 셧다운 등 발전소 신입직원의 직무훈련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디지털 유동화 증권거래 플랫폼(RE1M)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신재생발전소의 자산가치를 소규모화해 발전소 소유자나 투자자들이 언제든지 쉽게 현금화할 수 있도록 돕는 증권거래 플랫폼을 만드는 사업이다.

현재 브이젠은 RE1M 사업 실현을 위해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한 규제특례 또는 임시허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 사업이 현실화되면 발전소 소유자는 빠른 투자 회수가 가능하고 투자자는 소액으로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백승엽 대표는 "가상발전소는 전력판매자에겐 수익증대를, 소비자에겐 저렴한 전기를, 전체 전력망에는 전력공급 안정을 주는 1석 3조의 기술이자 신재생 기술과 인공지능·최적화 기술이 융합된 신사업"이라며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을 이끄는 선도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