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상품 품귀 사태' 물류 대란 때문만은 아니다

공유
2

[초점] 美 '상품 품귀 사태' 물류 대란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개인 소비지출 추이. 주황색은 상품 소비지출, 파란색은 서비스 소비지출로 상품 소비가 최근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미 상무부/비즈니스인사이더
미국의 개인 소비지출 추이. 주황색은 상품 소비지출, 파란색은 서비스 소비지출로 상품 소비가 최근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미 상무부/비즈니스인사이더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유명한 글로벌 유통업체 코스트코가 최근 화물선 대여에 나섰다는 소식이 주요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미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로 매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글로벌 물류 대란의 여파로 상품 재고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코스트코는 매장에 따라 1인당 구매량을 제한하는 긴급 조치까지 내리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를 비롯한 주요 유통업체와 소매점들도 급증한 수요에 맞춰 상품을 조달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공급망 경색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상품 가격과 운송비가 치솟는 현상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의 조업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심각한 반도체 부족 사태뿐 아니라 거의 모든 상품에 걸쳐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이 ‘거의 모든 상품의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할 정도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목도되고 있는 상품 품귀 사태가 글로벌 공급망 경색으로 인한 물류 대란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소매업계 매출 급증


20일(이하 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또다른 이유로 꼽히는 것은 바로 미국 소비자들 자신이다.

물류 대란의 여파로 상품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물류 대란이 아니더라도 미국 소비자의 사재기가 폭발에 가까운 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미국 유통업계를 대변하는 전미소매협회(NRF)는 지난 15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글로벌 공급망 대란과 인플레이션 추세 속에서도 미국의 개인소비지출이 9월 들어 여전히 증가했다”면서 “특히 소비자들은 외식, 오락, 여행 등 서비스보다 상품 구매에 훨씬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NRF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미국 소매업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5%나 증가했다. 지난해의 매출 증가율이 8%였던 사실을 고려하면 급팽창한 수준이다.

매튜 셰이 NRF 최고경영자(CEO)는 “이는 미국인의 소비욕구가 현재 매우 강한 상태에 있다는걸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꺾이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 경색이 이어지고 구인난이 계속되는 가운데도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NRF 소속 잭 클라인헨즈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가 워낙 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상품 품귀 현상이 아니었다면 개인 소비지출은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재고율 10년내 최저 수준


재고율도 이같은 추세를 뒷받침하는 주요한 경제지표다.

재고율이란 추가 생산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재고가 완전히 소진되는 기간을 나타낸 것으로 재고 상품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판매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재고율이 낮을수록 그만큼 재고가 빨리 소진되고 있음을, 즉 판매가 빨리 되고 있음을 뜻한다.

미 인구조사국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재고·판매비율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전역에서 심각한 상품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원인은 공급이 부족한 것도 분명히 있지만 소비자들이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물건을 마구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상품 소비지출 급팽창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의 진단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BEA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개인소비 지출 행태가 반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전에는 상품에 대한 소비지출보다 서비스에 대한 소비지출이 두배 정도 많은 수준이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서비스에 쓰는 돈은 크게 늘지 않은 반면 상품에 쓰는 돈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물론 서비스 업계가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던 반면에 코로나 사태로 장기간 억눌린 소비욕구가 폭발한 결과로 보인다.

BEA에 따르면 미국의 개인 소비지출은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직후인 지난해 4월 바닥을 친 뒤 상품이나 서비스나 관계 없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에 상품에 대한 지출은 여전히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재고율 추이. 사진=미 인구조사국/FRED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재고율 추이. 사진=미 인구조사국/FRED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