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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독일 축구 산업에 도전, 비프로일레븐이 보여주는 성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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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독일 축구 산업에 도전, 비프로일레븐이 보여주는 성공 사례

독일프로축구 전문 프리랜서 기자 정재은



유럽 축구리그는 우리에게 더는 낯설지 않은 곳이다. 차범근과 박지성이 각각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고, 그들이 길을 열어놓은 덕에 후배 축구선수들은 그들이 열어놓은 길을 통해 유럽 리그 곳곳에 진출한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이상 프리미어리그), 이재성(마인츠05),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이상 분데스리가), 황의조(지롱댕 드 보르도, 리그앙), 이강인(마요르카, 라리가) 등이 활약 중이다.

축구선수만 유럽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게 아니다. 한국의 기업도 유럽 축구 산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8년부터 프리미어리그 명문 첼시의 공식 스폰서로 자리매김했다. 첼시 유니폼의 왼편에 현대차 로고가 큼직하게 박혀있다. 현대차 이전에는 2005년부터 약 10년간 삼성이 첼시와 동행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2015년부터 맨체스터 시티를 공식 후원하고 있고, 금호타이어는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14년에는 주식회사 오뚜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후원하기도 했다.

독일 시장은 어떨까? 분데스리가는 리그 특성상 한국 기업이 진출할 틈이 좁다. 50+1 제도 때문이다. 분데스리가는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이 구단 지분의 49%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제한했다. 나머지 지분 51%는 팬들이 갖고 있다. 팬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리그 철학이 담긴 제도다. 처음부터 기업과 손잡고 출범한 클럽과 세계적인 팀 바이에른 뮌헨을 제외하곤 대기업 스폰서 효과는 쉽게 보기 힘들다. 한국 기업이 진출할 틈도 당연히 좁다.

화려한 무대 위 대신 무대 뒤로 시선을 돌려보자. 분데스리가는 타 유럽 리그처럼 천문학적인 금액에 선수를 영입하는 리그가 아니다. 대기업이나 재벌의 후원이 없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선수 육성에 힘을 기울인다. 잘 키운 선수를 쓰거나, 비싼 값에 팔며 이득을 본다. U-15, U-16, U-17 등 연령별 훈련 프로그램이 따로 진행되고, 코치진도 각각 구성되어있다. 프로가 되기 전 마지막 점검 무대인 U-23팀은 실제로 프로 리그(3부)까지 승격할 수 있다. 현재 프라이부르크(SC Freiburg)에 있는 정우영 선수는 바이에른 뮌헨의 U-23팀에서 3부 승격을 맛보고, 우승까지 하며 프로로 가는 준비를 했다. 지금은 프라이부르크(SC Freiburg) 주전급으로 뛰는 중이다.

유소년팀뿐만 아니라 하부 리그도 탄탄하다. 독일축구협회(DFB)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리그시스템은 13개까지다. 총 31,645팀(2016-17기준)이 분포되어있다. 승강제가 도입돼 이론적으로는 최하위리그에서 상위리그까지 승격이 가능하다. 현재 1부에 있는 라이프치히와 호펜하임도 과거에는 5부 리그에 있었다.

틈새를 파고든 한국의 스타트업, 비프로일레븐

이렇게 무대 뒤를 살펴보면 한국 기업이 틈을 노릴 판이 충분히 크게 열려있다. 일찍이 이 판에 뛰어든 곳이 있다. 축구 영상 인공지능(AI) 분석 스타트업 기업인 ‘Bepro11(비프로일레븐)’이다. 서울대학교 교내 리그에서 시작해 K리그 주니어리그까지 도달한 비프로일레븐은 독일 시장에 겁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축구 비즈니스가 성장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라고 판단해서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상파울리(FC St. Pauli)를 비롯해 3부, 4부 리그의 팀들에게 자신들의 서비스를 소개했다. 강현욱 대표는 “배우러 갔다가 세일즈를 하는 기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독일 축구의 AI 서비스가 생각보다 뒤처져있는 걸 발견했다. 강 대표의 비프로가 사용하는 IT툴은 그들에게 신세계였다. 독일 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비프로 서비스를 구입하겠다고 달려들었다.

“독일에서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3개월 동안 한국에서 업그레이드 작업을 해서 2017년 2월에 다시 들고 함부르크에 갔다.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서 우리가 3개월 동안 다듬은 작품을 선보였다. 다들 3개월 만에 이걸 어떻게 했냐며 놀라더라. ‘우린 한국인이라 가능했다’라고 했다.(웃음)

1부리그 팀들이 얼마에 팔겠냐고 묻더라. 나는 ‘나 여기에 살면서 디벨롭을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상파울리에 ‘너희가 첫 고객으로 우릴 도와줄 수 있겠냐’고 요청했다.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고,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젊은 시절 다 바쳐서 한번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때부터 함부르크에 있는 3부, 4부 팀들까지 우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판을 키웠다.”

독일 함부르크 상파울리(FC St. Pauli)와 비프로일레븐 강현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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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비프로일레븐

비프로의 성공 비결

그렇게 커진 판은 독일을 넘어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잉글랜드로 뻗어 나갔다. 유료 고객만 500개사다. 현재는 잉글랜드로 건너가 저변을 확대 중이다. 유럽 축구 산업을 사로잡은 건 비프로의 매력적인 툴도 있지만, 강 대표의 자세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지며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취했다. 한국이라는 축구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곳에서 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던지는 구단도 많았다. 강 대표는 그런 구단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불만을 제기해도 언제든 피드백을 줄 수 있게 준비를 철저히 했다. 물론, 가장 핵심인 ‘서비스 툴’이 여느 유럽 팀의 툴보다 월등히 뛰어났기에 가능했다. 소프트웨어를 준비하고, 분석까지 하니 촬영부터 분석까지 수동으로 하던 구단들의 눈에는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다.

“기존에는 경기 분석을 하려면 여러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써야 했다. 지금은 우리의 소프트웨어 하나만 쓰니까 훨씬 효율적이다. 구단의 일주일 사이클을 보면 경기 중 촬영을 하며 실시간 분석하고, 바로바로 포착해서 벤치에 있는 코치들과 소통하고, 하프타임에 선수들과 라커룸 토크를 나눈다. 저기서 멈추지 않고 경기 끝나고 분석 자료를 만들어서 1, 2일 이내에 선수, 감독과 공유하고 훈련도 그 분석 자료에 맞춰서 짜고 다음 경기 하루 이틀 전에 상대 팀 경기까지 분석 및 연구를 한다. 여기 써야 하는 제품이 그동안 3, 4개 정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팀들은 돈은 돈대로 쓰고, 이 제품 저 제품 왔다 갔다 하니 적응에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전 세계에서 이 기능을 유일하게 다 합친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다. 또, 카메라 시스템도 좋다. 수동으로 찍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좋은 퀄리티의 영상이 나오고 카메라가 경기장 위에 높이 설치되어 있으니 감독들도 원거리 뷰를 볼 수 있으니 좋다.”

비프로일레븐 분석 통합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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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비프로일레븐 홈페이지

디자인도 비프로의 강점 중 하나다. 한국 스타트업은 심플하고 예쁘게 UI 및 인터페이스를 만들어낸다. UX에 대한 철학도 남다르다. 독일의 다소 투박한 디자인과 차별화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문 분석관뿐만 아니라 코치나 선수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강 대표는 말했다. “물론 다른 스타트업과 비교했을 때 우리 제품이 월등히 대단한 건 아니다. 그래도 다른 스타트업 종사자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해외에 나와 성공한 비결 중 하나가 디자인과 성능이라 꼽는 경우가 많다.”

강 대표는 여기에 타이밍까지 좋았다고 설명한다. 틈새시장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침투한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다. “우리가 독일로 넘어올 때 마침 데이터 분석 시장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단계였다. 점점 더 많은 구단이 2세대 제품을 쓰기 시작했다. 새로운 툴이 나오고, 대세가 바뀌니 다들 한 번쯤 사용해보는 단계였다. 우리도 달려들어 웬만한 클럽과 다 미팅을 가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쾰른이다. 우리의 첫 분데스리가 고객이라 각별한데, 미팅 후 계약까지 1개월도 안 걸렸다. 바이에른은 3년째 얘기가 오가는 중이고, 레알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역시 꾸준히 컨택중이다. 이렇게 컨택이 오가는 것도 다 타이밍이 맞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안 됐을 거다.”

적잖은 투자도 물론 비프로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1년 반에서 2년 주기로 투자를 받는다. 주요 투자자는 알토스벤처스로, 쿠팡, 직방, 배달의 민족 등 웬만한 한국 회사들이 다 거친 곳이다. 스타트업 투자 업계의 큰손이라 불리는 소프트뱅크의 투자도 받고, 삼성 측에서 지원도 든든히 해줬다. 현재까지 받은 투자액은 약 240억 원이다.

비프로를 통해 유소년의 밝은 미래를 꿈꾸다

비프로의 고객 중 대표적으로 호펜하임이 있다. 분데스리가 중위권을 유지하는 팀이다. 유소년을 훌륭하게 키워 만 23세까지 성장시킨 후, 타 구단에 좋은 이적료를 받고 파는 운영 방식을 갖고 있다. 이 운영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재능이 보이는 선수를 데려와 키워야 한다. 그런 선수를 데려오려면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 등 빅클럽보다 뛰어난 유소년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이 프로젝트에 비프로를 합류시켰다. 기존의 기술, 내부 분석, 선수 육성 철학에 자신이 있으니 최고의 분석 소프트웨어 시스템까지 갖추면 두려울 게 없다. 강 대표는 설명했다. “호펜하임은 ‘우리는 바이에른 뮌헨이나 도르트문트와 돈으로 싸우지 않는다. 기술로 싸운다. 돈으로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라면서 유소년 육성에 신경을 기울인다고 했다. 그들의 철학이 우리의 뜻과 잘 맞아 협업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레알소시에다드, 아틀레틱 빌바오 등 다들 유소년 선수를 키워내서 팔아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선수 육성에 관심이 많다보니 우리 서비스를 선호한다. 또, 성과가 나오니 점점 다른 구단에서도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유럽 진출 전에는 몰랐던 것들
강 대표가 생각하는 비프로의 약점은 마케팅이었다. 기술은 자신 있지만 마케팅과 세일즈에 자신이 없었다. 처음에는 고객이 늘어나는 속도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는 마케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직접 구단과 연락하며 ‘Stay in touch’ 자세를 유지했다. 2, 3개월에 한 번씩 구단들에게 비프로의 성과와, 새롭게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소개했다. 그렇게 구단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 강 대표에게 전 프랑크푸르트 단장(현 헤르타 베를린)이 진심 어린 피드백을 전했다. “그가 ‘너 미국 마케팅과 프랑스 마케팅의 차이를 알아?’라고 물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마케팅을 할 때 ‘일단 와서 써봐! 그럼 넌 좋아하게 될 거야!’라고 하며 모두에게 기회를 더 주려고 한다. 유럽은 다르다. ‘우리 제품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인데 네게 프리미엄을 줄게. 이걸 쓰면 네 품격이 더 올라갈 거야’식의 마케팅을 펼친다. 한국의 마케팅은 미국식에 가깝다. 더 저렴하게, 더 많은 이에게 도달하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성격이 급해서 공격적으로 무료로 준다고 하고, 써보면 알 거라 그러고, 내년에 계약하자 그러고. 그때 팀들 입장에선 수상해 보였던 거다. 갑자기 한국에서 온 애가 무료로 이걸? 어디 모자란가? 이런 생각을 했던 거다. 그 단장이 내게 “너희 회사 직원들 다 똑똑한데 너무 모든 걸 하루아침에 만들려고 해. 기술만 있다고 축구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건 아냐. 차분히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자주 오지 않을 럭셔리한 기회라는 걸 보여줘라”라고 피드백을 해줬다. 그게 기억에 남는다.”

잉글랜드에선 또 다른 챌린지다. 협회부터 거쳐야 했던 독일과 달리 잉글랜드는 개별 클럽 개개인의 힘이 강해 일일이 컨택을 해야한다. 팀마다 쓰는 툴도 다양한 탓에 비프로는 팀별로 커스터마이징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야 한다. 강 대표는 “분석 기술을 바라보는 수준이 독일보다 월등히 높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이재성 선수와 비프로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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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비프로일레븐

비프로의 성공 사례가 보여주는 시사점
강 대표는 독일 시장에 뛰어든 후, 한국 개발자들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체감했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속도, 디자인 감각, 툴에 대한 이해도 등이 독일의 현주소에 비해 한국이 월등하다고 전했다. 보수적이고, 좁아 보이는 독일의 축구 시장도 얼마든지 한국의 유능한 스타트업 기업이 뛰어들 수 있는 판이라는 뜻이다. 다만 유럽 축구의 본고장인 만큼 그에 걸맞은 존중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이 왜 10년 동안 수동으로 캠코더를 들고 촬영을 하는지 이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완벽한 제품을 가져와 권유하기보다는, 그들을 존중하고 신뢰를 쌓은 후에 서비스 제공을 권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한국의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플러스 요인이 될 거라고 강 대표는 첨언했다.

강 대표가 영상 분석 시스템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렸듯, 또 다른 시장은 분명히 존재한다. SNS 마케팅 에이전시, 구단 매거진 제작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당장 1, 2부 리그에 진출하지 못해도 하부 리그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면 1부 ‘승격’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 해당원고는 외부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