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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USB-C 표준 충전기' 반대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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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USB-C 표준 충전기' 반대하는 진짜 이유

애플의 ‘라이트닝’ 충전 케이블. 사진=더버지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의 ‘라이트닝’ 충전 케이블. 사진=더버지
유럽연합(EU)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용 충전기의 규격을 ‘USB-C 타입’으로 단일화하는 내용의 ‘표준 충전기’ 도입 관련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최근 밝히자 독자적인 규격의 충전기를 아이폰 등 자사 제품에 적용해온 애플이 예상대로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 법안이 시행에 들어가게 되면 2년 안에 애플 제품을 비롯한 모든 모바일 기기의 충전기는 유럽에서 유통될 경우 USB-C 규격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EU가 표준 충전기 도입의 이유로 내세운 논리는 충전기 규격이 통일되지 않아 폐충전기를 비롯한 전자 폐기물이 엄청난 규모로 양산돼 환경을 해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애플은 USB-C로 충전기를 통일하면 애플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라이트닝’ 단자를 사용해온 수많은 애플 기기 사용자들의 불편이 따를뿐 아니라 규격 변경으로 인해 폐충전기가 오히려 대량 발생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반박하고 있다.

아이폰의 누적 판매대수만 해도 20억대가 넘는 등 라이트닝 충전방식을 사용하는 애플 고객이 이미 무시할 수 없이 많은 현실을 무시하고 USB-C로 규격을 통일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전자 쓰레기를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애플의 반박 논리가 황당무계한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속내가 따로 있다는 지적이다. EU의 모바일 기기 충전기 표준화 행보에도 애플이 여전히 꼿꼿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을 짚어본다.

◇애플의 속내

25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애플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가 결코 전부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EU가 표준화 작업에 들어간 USB-C 충전방식이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안드로이드폰에 이미 대부분 적용되고 있는 마당에 애플이 EU의 압박을 울며겨자 먹기로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비록 아이폰은 예외로 남겼지만 애플이 태블릿PC ‘아이패드’와 노트북PC ‘맥북’ 제품 가운데 상당수에 USB-C 충전단자를 이미 적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현재 EU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기반한 스마트폰과 애플 운영체제에 기반한 아이폰의 비중은 7대 3 정도다.

그러나 더버지는 “애플은 기존 고객이 불편해지고 폐충전기가 오히려 증가한다는 논리를 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라이트닝 방식 충전 케이블을 비롯한 관련 용품 시장이 사라질 것을 우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의 모바일 기기에는 애플이 만든 정품 충전 케이블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수한 서드파티(일반) 업체들이 라이트닝 방식의 충전 케이블을 비롯한 용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애플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은 필수다. 물론 제품을 만들 때도 애플에 비용을 치러야 하고 제품을 팔때도 애플에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구조다.

EU 시장에서 USB-C 충전기가 표준으로 단일화되면 애플이 혼자서 쥐락펴락해온 어마어마한 규모의 충전기 시장이 최소한 급격히 줄어들거나 최악의 경우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하는게 애플 입장에서는 당연지사라는 것.

◇애플의 또다른 선택지

EU의 움직임에 협력하는 것 말고는 애플에게 선택지가 없다고 보는 것은 짧은 생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애플이 USB-C 충전기를 도입하기는 커녕 아예 무선 충전방식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다.

애플이 앞으로 만드는 모바일 기기에 대해서는 유선 충전방식을 적용하는 것을 중단하고 충전단자가 없는 무선 충전방식으로 전환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무선 충전방식은 수년전부터 애플이 검토해온 기술이지만 타이밍을 잡지 못해 결행하지 못했는데 EU에서 USB-C 표준화 카드를 들고 나오니 차제에 무선 충전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인 셈이다.

더버지에 따르면 EU가 발표한 내용에도 애플에 불리하지 않은 대목이 있다는 지적이다.

EU이 제정 방침을 밝힌 모바일 기기 충전방식 단일화 법안은 유선 충전방식에 국한한 것이지 무선 충전방식은 적용 대상으로 삼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로 EU 집행위 대변인은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모바일 기기 충전방식이 무선이라면 USB-C로 표준화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법안을 처리하게 될 유럽의회가 언제 법안을 처리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법안이 가결되더라도 2년 후에 시행되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서는 USB-C를 도입하는 대신 독자적인 무선 충전기술을 개발할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