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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에도 노조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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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에도 노조 생기나

스타벅스 간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타벅스 간판. 사진=로이터

‘바리스타에게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무노조 정책을 고수해온 세계 최대 커피 체인업체 스타벅스에서 처음으로 이런 주장을 내세운 노조가 생길 가능성이 열렸다.

미국 뉴욕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버펄로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3곳에서 노조 결성 투표가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결성은 미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라 스타벅스 사측에서 투표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 대신 노조를 추진하는 측이 계획하고 있는 노조 결성 투표 방식을 문제 삼고 나섰다. 그러나 노조를 준비하는 측도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양측 간 신경전이 뜨겁다.

이 문제에 관해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부당 노동행위 등을 감독하는 연방기관인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

사측의 주장이 관철될 경우 노조 결성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NLRB가 노조 추진 직원들의 계획에 손을 들어줄 경우 스타벅스가 지난 1971년 창업한 이래 유지해온 무노조 정책은 사실상 무너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결성 투표 방식 문제


이번달 기준으로 미국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은 1만5000곳에 육박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30만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투표 방식에 대한 스타벅스 노사 양측의 합의가 이뤄져 버펄로 소재 3곳의 매장에서 노조가 결성될 경우 미국은 물론 전세계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스타벅스 경영진이 이 사안에 대해 입장을 적극 개진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양측은 노조 결성 투표 방식을 둘러싸고 현재 정면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다.

버펄로 소재 매장 3곳에서 노조 결성 투표를 추진하고 있는 직원들이 NLRB에 제출한 계획은 각각의 매장에서 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것. 독자적인 노조가 아니라 공공 및 민간부문에 속한 서비스 노동자를 대변하는 조합원 200만명 규모의 미국 최대 산별노조인 북미서비스노조(SEIU)의 지부로 등록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겠다는게 이들이 NLRB에 신고한 내용이다.

투표 방식에 대한 이견은 이날 양측이 참여한 가운데 NLRB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스타벅스 경영진을 대표하는 앨런 모델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관례 법령에 따르면 매장별로 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장별 투표 대신에 버펄로 지역에 소재한 스타벅스 매장 20곳 전체를 대상으로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매장별 투표로 갈 경우 노조 결성 투표가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스타벅스 사측의 판단인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매장별 투표를 하지 않고 지역 매장 전체를 묶어 투표를 하게 된다면 전체 투표자의 과반을 득표해야 노조 결성이 가결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매장별 투표보다 전체 매장 투표가 노조 추진 세력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규모 매장별로 투표를 하게 되면 직원 규모가 적기 때문에 설득 작업이 쉬운 반면, 지역 전체 매장을 묶어 투표를 하게 되면 직원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세를 규합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노조 추진 세력을 대변하는 이안 헤이즈 변호사는 블룸버그와 서면 인터뷰에서 “지역 매장 전체를 묶어 투표하는 것은 지난 수십년 간의 선례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투표 방식이 문제가 되는 이유


청문회가 이제 시작된 것이므로 NLRB의 처분 결과를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를 주관한 토머스 밀러 청문 담당 감독관이 전날 청문회를 개시하면서 원론적으로 내비친 입장은 스타벅스 경영진에게 불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NLRB에서 그동안 있었던 선례에 따르면 매장별로 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사측이 매장별로 투표를 실시하면 곤란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면 NLRB의 처분이 노조 추진 세력에게 유리한 쪽으로 나올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제프리 허슈 노스캐롤라이나대 법대 교수는 “노조 입장에서는 직원이 적어야 목소리를 모으기가 쉽기 때문에 작은 단위로 노조를 결성하는 것을 선호하는게 일반적인 반면, 사용자 측에서는 반대로 목소리를 모으기가 어려운 큰 단위의 노조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NLRB 위원장을 역임한 마크 피어스는 “스타벅스 경영진 측에서는 매장별로 노조가 결성되면 직원 규모가 적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고 스타벅스 매장의 운영이 여러 매장에 걸쳐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매장간 직원 이동도 빈번하다는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