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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 확장에 고객 기만…네이버·카카오·엔씨, '벤처 1세대'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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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 확장에 고객 기만…네이버·카카오·엔씨, '벤처 1세대'의 몰락

90년대 후반 벤처 열풍 이끈 창업자들 도덕성 논란…내달 국감 전원 증인 채택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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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각 사
1990년대 후반 벤처 붐을 이끈 벤처 1세대들이 잇달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이들이 세운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가 기존 대기업의 부조리 행태를 반복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현재 ESG를 강조하는 대기업들과 비교되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정자료 제출 누락으로 현장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고의누락 의도가 판단될 경우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검찰에 고발당할 수 있다.

카카오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해 금융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금융사가 비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돼 금산분리를 위반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특히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의장의 동생이 지난해까지 대표이사로 있었고 김 의장의 아내와 자녀들이 재직하고 있는 회사도 출범 초창기에는 김 의장이 처남이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두 자녀는 김 의장으로부터 260억원 규모의 케이큐브홀딩스의 지분도 증여받아 일각에서는 경영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두 자녀 외에도 10명 이상의 친인척에게 주식을 고루 배분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지분 승계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과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이 밖에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카카오의 잇따른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결국 꽃 배달과 간식 배달 등 골목상권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과 상생을 위한 기금을 5년 동안 3000억원 조성하겠다고 전했다.

김범수 의장은 올해 초 자발적 기부 운동 ‘더기빙플레지’의 기부자로 참여하고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계에서는 김 의장의 기부 금액이 약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2030 세대들 사이에서는 “카카오 주식을 1주라도 사겠다”며 김 의장의 기부 활동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골목상권 침해에 공정위 조사, 가족승계 논란 등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네이버는 올해 5월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던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고질적인 괴롭힘과 함께 임원진의 비호가 있었다는 것이 노조를 통해 알려지면서 네이버의 사내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실망이 커졌다.

당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사내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며 네이버 창립 멤버인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임했다.

여기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미공개 정보로 수백억 상당의 평가이익을 얻었다는 논란도 있었다. 당시 한 매체는 이해진 GIO 개인회사 지음이 네이버와 대웅제약이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대웅 지분을 확보, 평가이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네이버 측은 이에 대해 “지음이 대웅 주식을 취득한 것은 다나아데이터 설립보다 수년 전의 일”이라며 “다나아데이터는 2018년 11월 13일에 설립됐고 이해진 GIO 개인자산관리 회사인 지음은 다나아데이터 설립보다도 수년 전부터 대웅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2017년 네이버의 준대기업 집단 지정으로 지음이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해 해당지분 보유에 대해서도 공개했다”고 밝혔다.

넥슨, 넷마블과 함께 국내 3대 게임사 중 한 곳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안일한 게임 개발과 유저 기만으로 게임팬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소울2’ 등 모바일 대작들을 연이어 출시했다.

그러나 게임팬들 사이에서는 ‘리니지’의 BM(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가져다 써서 유저들의 과금을 강제했다는 비난을 샀다. 당시 김택진 대표는 ‘블레이드&소울2’ 출시 쇼케이스에서 "그 결과 기술적 혁신을 이뤄냈다. (게임산업 초창기에 느낄 수 있었던) 본연의 재미를 추구했다"고 밝혔으나 유저들은 ‘무협 리니지’라며 크게 실망했다.

특히 ‘블레이드&소울2’는 출시 이전부터 마케팅을 통해 ‘리니지’의 BM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름만 바꿨을 뿐 똑같은 과금 아이템을 배치해 유저들의 비난을 샀다. 또 ‘블레이드&소울2’의 흥행 실패가 이어지자 ‘리니지’에 이벤트를 열어 유저들의 과금을 유도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속칭 ‘린저씨’들이 게임을 떠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블레이드&소울2’의 흥행 실패로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 치고 있다. 올해 2월 주당 100만 원대에 이르던 엔씨소프트는 17일 기준 58만5000원에 머물렀다. 증발해버린 시가총액만 5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벤처 1세대의 몰락이 눈에 띄는 가운데 이들 중 대다수는 다음 달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게임 확률형 아이템과 직장 내 괴롭힘, 성과급 논란, 골목상권 침해 등 이슈에 대해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행보는 ESG 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기성 재벌들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SK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은 ESG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상생과 환경보호, 경영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2018년 65개에서 2020년 105개로 계열회사 수가 늘어난 카카오는 과거 문어발식 확장을 하던 재벌가를 그대로 답습해 비난을 사고 있다.

또 과거 영광을 이끌었던 ‘리니지’의 성공에 취해 새로운 혁신 모델을 개발하지 않고 BM을 복제하는 데 그친 엔씨소프트 역시 몰락을 앞당겼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벤처에서 시작해 중견급 재벌기업의 위치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경영자들이 벤처의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일 때는 최고경영자 한 명의 생각과 조직문화로 회사가 운영될 수 있지만, 네이버·카카오 등은 그 단계를 넘어섰음에도 여전히 ‘벤처 마인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것이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