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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글로벌 자동차업체들, 인도 시장서 애먹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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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글로벌 자동차업체들, 인도 시장서 애먹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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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자동차 엠블럼. 사진=로이터

세계 2위 인구대국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인도의 승용차 시장 역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연간 300억달러(약 35조원) 규모로 세계 5위 수준이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당연히 군침을 흘리고 공략에 열을 올릴만한 시장이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르다. GM과 함께 미국 자동차업계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포드자동차가 최근 인도 시장에서 사실상 발을 뺐다. 인도에 있는 생산시설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기 때문. 지난 20년간 공을 들인게 거의 물거품이 된 상황이다.

일본 스즈키자동차가 인도 국영기업 마루티와 손잡고 만든 마루티스즈키의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몇 년 더 노력한다고 해서 뚫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16일 경제매체 쿼츠에 따르면 문제는 인도 자동차시장을 난공불락으로 여기는 업체가 포드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승용차와 임의 소비재

포드차에 5년 앞서 GM은 지난 2017년 인도시장에서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이미 백기를 들었다.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완성차 제조업체 도요타자동차도 판매실적이 제자리를 맴돌자 인도에서 사업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난해 밝힌 바 있다.

굴지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유독 인도시장에서만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몇가지 짐작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첫 번째 문제는 가격이다. 인도 소비자들은 자동차 가격에 매우 민감해 저렴한 소형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소형차를 공급하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다.
인도 뭄바이의 신용평가업체 케어레이팅스의 바히슈타 운왈라 선임 애널리스트는 쿼츠와 인터뷰에서 인도 국민의 가처분 소득 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인도 소비자는 대부분 가처분 소득이 낮은 수준”이라면서 “이런 이유 때문에 승용차처럼 생활하는데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닌 임의 소비재의 수요는 인도 시장에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임의 소비재란 대중이 소비하는 재화, 용역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필수적이며 재정 상태에 따라 소비패턴의 변동이 심한 소비재로 자동차, 백화점, 레저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인도 전체에서 팔리는 자동차 가운데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그치고 있고 인도 국민의 대다수는 승용차 대신에 스쿠터나 오토바이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운왈라 애널리스트는 “외국 자동차 업체들이 인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판매가격도 최대한 낮게 책정하는 것, 유지비가 최대한 적게 드는 차를 내놓는 것, 판매망을 최대한 넓은 지역에 걸쳐 확보하는 것, AS를 확실히 제공하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포드차의 실패 원인

그렇다면 포드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는 뭘까.

가격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한 운왈라 애널리스트는 “마루티스즈키의 승용차 가격은 보통 500원 정도에서 시작하지만 포드차 승용차 가격은 최소 80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GM에서 임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라지브차바 MG모터인디아 대표는 “원자재 조달에서 재판매 과정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꿰차고 시장에 깊숙이 파고들지 않고서는 인도 시장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도와 일본의 합작업체인 마루티스즈키의 경우도 인도 지방 곳곳에 퍼져 있는 지역 유통네트워크와 적극 손을 잡고 공급망을 구축한 결과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GM이나 포드차 같은 업체들이 이런 부분에서 취약성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덩치만 믿고 인도 곳곳에 공급망을 확보하는 노력을 외면하고 독자적으로 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은 인도에서 통하기 어려운데 GM이나 포드는 이런 점을 경시했다는 것.

마루티스즈키는 그렇다치고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인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배경은 뭘까.

쿼츠가 인도시장 전문가들을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신차 출시에 역점을 둔 것과 기존 모델을 조금씩 바꿔 주기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신차를 시장에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포드차의 경우 신차 출시 간격이 매우 길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마루티스즈키와 현대차가 내년말까지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모델은 각각 8가지와 9가지에 달하지만 포드차의 경우 3가지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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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차의 인도시장 판매실적 추이. 사진=쿼츠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