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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저장 증설 없이 원전부터 해체? '탈원전'의 허술한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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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저장 증설 없이 원전부터 해체? '탈원전'의 허술한 민낯

원안위, 고리 1호기 해체계획 승인심사 연기에 "정부 원전해체산업 육성 비현실적" 비판
영구저장시설 없고 임시시설도 포화상태..."탈원전이 추가 저장 신규원전 걸림돌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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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017년 영구정지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고리 원전 1호기를 해체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승인심사가 무기한 연기됐다.

승인심사 연기는 한수원이 제출한 고리 원전 1호기 해체에 따른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계획이 충분하지 않다는 원안위의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수원이 원안위를 충족시킬 수준의 마땅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고리 원전 1호기 해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계획 충분하지 않다" 고리 1호기 해체심사 연기…한수원 마땅한 대안 없어 '고민'

16일 한수원과 원전업계에 따르면, 원안위는 지난 10일 한수원이 제출한 고리 1호기 최종 해체계획서에 승인 심사를 연기했다.

한수원이 제출한 해체계획서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계획이 충분하지 않아 해체승인 심사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원안위의 설명이다.

원안위에 따르면, 한수원 계획서에는 '고리 1호기 사용후핵연료는 정부 정책이 확정되면 계획을 별도로 수립해 관리할 예정'이라는 구체성이 결여된 내용밖에 없었다. 따라서, 원안위는 한수원에 계획서를 보완해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1978년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건설된 고리 원전 1호기는 국내 1호 원전으로, 2017년 6월 40년의 수명을 마치고 영구정지됐다. 한수원은 지난 5월 고리 1호기 해체승인 신청서를 원안위에 제출했다.

영구정지에 따른 해체 작업에 핵심 내용인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방사성 폐기물의 영향 때문이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원전 가동으로 배출되는 방사성물질인 '방사성 폐기물'은 방사능과 열 방출량을 기준으로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작업복·폐필터 등 상대적으로 방사능·열 발생량이 적은 '중·저준위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를 의미하는 '고준위폐기물' 등 2가지다.

처분기간(반감기)이 1만년 이상인 사용후핵연료는 지하 수백미터 아래에 심층보관(영구저장)해야 하지만, 국내에는 고준위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영구저장시설은 물론 중간저장시설도 없다.

◇ 40년 사용 고리 1호기 사용후핵연료 수백t 저장…국내 영구저장시설 없고, 임시저장시설도 곧 포화지경

현재 국내 사용후핵연료는 모두 전국에 흩어져 있는 원자력발전소 단지 내의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1차로 열을 식히기 위해 5년 동안 물 속에 보관하는 '습식저장'을 거쳐, 2차로 공기로 열을 식히는 '건식저장'을 거친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1기당 연간 30t 가량 배출한다. 따라서, 40년 동안 운영된 고리 1호기는 고리원전 부지 내에 수백t의 사용후핵연료를 임시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전국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들도 수년 내에 모두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 등을 뽑아내 전기생산에 재사용하는 '재처리' 과정은 국제조약상 일부 국가에만 허용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재처리' 권한이 없어 해외에 위탁 재처리만 가능하다.

신규 원전을 건설하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도 신규로 넉넉하게 건설할 수 있지만, '탈원전'을 표방한 정부는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해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시켜 놓은 상태다.

결국, 한꺼번에 수백t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에 한수원이 고리 1호기 사용후핵연료 처리계획을 수립하기가 곤란하고, 해체에 착수하기도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원전업계의 분석이다.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정부는 원전해체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청사진을 내놓았다. 2019년 4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고, 이어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해 핵심기술 확보를 통한 세계 원전해체시장 선점과 원전산업 전(全)주기 역량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원전 해체 시 가장 선행돼야 할 다량의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해체산업 발전이 정부의 바람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신규원전 건설을 억제하면서 원전해체산업을 키운다는 구상이지만, 이같은 탈원전 정책이 오히려 원전해체산업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성풍현 KAIST 명예교수(원자력·양자공학과)는 "국내 원전해체산업을 육성해 해외 원전해체시장에 진출한다는 정부의 비전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막상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고려하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구상"이라고 주장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