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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재발방지' 약속한 네이버·카카오…준법감시 조직 안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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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재발방지' 약속한 네이버·카카오…준법감시 조직 안 만드나?

삼성·롯데 독립 위원회 설치와 대조적…그룹 내 컴플라이언스 부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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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포털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여론의 잇따른 뭇매를 맞으면서 사과문과 상생안을 제시했다. 대기업들이 사과와 상생안을 내놓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상생안은 이전 삼성전자나 롯데와 달리 준법경영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다.

앞서 카카오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사회적 책임을 위한 상생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와 혁신 사업 중심으로 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 5년간 3000억 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이 담겼다.
카카오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정자료 제출 누락으로 현장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고의누락 의도가 판단될 경우 검찰에 고발당할 수 있다.

카카오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해 금융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금융사가 비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돼 금산분리를 위반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여기에 헤어샵과 대리운전, 꽃배달 등 골목상권 침해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결국 카카오가 항복한 것이다.

김범수 의장은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던 40대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네이버 노조와 동료 직원들은 해당 직원을 괴롭히던 상사가 다른 직원까지 지속적으로 괴롭혔으며 이에 대해 임원들의 비호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창립멤버인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의를 표하고 한성숙 대표가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한성숙 대표는 당시 사내 이메일을 통해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 전체 문화를 다시 들여다보고 점검하면서 네이버가 생각하는 리더십과 건강한 문화는 어떤 것일지 등을 고민하고 세워나가는 노력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네이버와 카카오가 잇달아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한 가운데 이들이 내놓은 대안이 기존 재벌들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독립된 준법감시 조직의 설치다.
삼성전자는 2019년 국정농단 사태 재판 중 재판부의 요청으로 독립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김지형 전 대법관에게 직접 찾아가 위원장직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형 현재 준법감시위원장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대법관을 지냈다. 대법관 시절 김영란 대법관 등과 함께 여러 판결에서 진보 성향 의견을 주로 내기도 했다.

변호사 시절에는 구의역 지하철 사고 진상규명위원장, 삼성전자 반도체질환 조정위원회 위원장,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장 등 사회적 갈등 해결과 관련해 역할을 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출범 이후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권고했고 이 부회장도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와 함께 노조 설립을 인정하고 자녀들에게 경영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이후 삼성전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꾸준히 활동을 펼쳤으나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존재 이유에 대해 꾸준히 의심을 받았다. 특히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 당시 재판부의 요청으로 준법감시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재판 결과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

앞서 2016년 롯데그룹 경영비리로 검찰수사를 받던 신동빈 롯데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날 롯데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초대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위원장은 민형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맡았다.

다만 롯데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달리 별도의 조직이 아닌 대표이사 산하 기구로 위치했다. 현재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이인복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내부위원과 외부위원 각 3명 등 총 7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롯데의 경우 경영비리 등으로 오너리스크가 확대되고 기업 이미지가 실추됐을 때 준법감시 기구 카드를 꺼냈다. 이는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조직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를 대외에 알리고 실제로 경영 체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내부에 컴플라이언스 부서가 존재한다. 다만 현재 준법감시 기구 카드를 꺼내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직장문화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또 카카오는 공정위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한 게 아닌 만큼 준법감시 카드는 이르다"고 전했다.

다만 공정위가 카카오에 대해 지정자료를 고의누락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할 경우 준법감시 기구 설립 카드를 꺼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준법경영은 삼성이나 롯데같은 기존 재벌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 카카오처럼 재벌에 준하는 거대 기업이라면 준법경영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