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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의 교육단상] '교양' 없는 한국 대학의 슬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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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의 교육단상] '교양' 없는 한국 대학의 슬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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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전 중부대 총장
한국 대학에 교양이 없다. 대학에서 교양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대학경영자들이나 대다수 교수들은 교양교육에 관심이 없거나 때로 부정적이기까지 하다. 교양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 전문가도 전담교수도 부족하다. 어떻게 교육해야 학생들의 교양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대학생들의 교양 수준이 높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대학이 학생들의 교양 수준을 얼마나 향상시키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교양 수준에 도달하여 졸업하는지를 확인해 주는 객관적인 연구 결과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교육 영역에서는 인성과 교양은 같은 용어로 보아도 무방하다. 일반적으로 초중등학교에서는 인성교육으로, 대학에서는 교양교육이라 부른다. 대학의 교양교육 만큼이나 초중등학교에서의 인성교육 또한 문제가 심각하다. 대학입시 준비에 비중을 두고 있는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비하여 초등학교에서는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초등학교에서조차 인성교육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교사들은 인성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사명감은 강하지만 인성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의 부족에 대하여 호소하고 있다. 특히 교사들이 인성교육을 효과있게 실행할 수 있는 준비된 전문성이나 정보, 연수기회 등이 부족하다. 그리고 학생들의 인성은 학교교육 이전에 가정교육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오는 학교 인성교육에 대한 낮은 효능감도 교사들의 인성교육에 대한 사기를 꺾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안된 아이들을 학교가 어찌할 수 있겠느냐는 무력감이 강하다.

초중등학교에서의 이런 인성교육 상황에서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들은 대학의 교양교육을 받을 기초적인 준비조차 되어 있지 못한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대학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우리 아이들이 인성 내지 교양을 기를수 있는 마지막 체계적인 교육 기회가 된다. 한국의 청년들 70% 이상이 대학을 졸업하여 사회로 배출된다. 인성교육 교양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에 의하여 우리 사회가 돌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달해 국내총생산(GDP)은 10위권이며 1인당 국민소득도 3만불을 넘어섰다. 높은 경제 수준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회 지표들을 보면 한국인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혼인율과 출산율은 낮아지고 자살률은 높아지고 있다. 전체 범죄률은 완만히 낮아지고 있으나 형사범죄율은 높다. 이런 사회적인 현상이 우리 학교의 인성교육과 교양교육의 부족 때문에 발생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무관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대학교육협의회 부설기관인 교양기초교육원의 교양교육에 대한 정의에 의하면 교양이란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올바른 세계관과 건전한 가치관을 확립하는 데 요구되는’ 특성을 의미한다. 이 정의는 초중등학교의 인성교육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인성교육진흥법에서의 인성에 대한 정의와 거의 같다. 인성 내지 교양이 의미하는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이란 예(禮), 효(孝), 정직 등의 도덕적 특성만이 아니라 책임, 존중, 배려, 협동 등의 마음가짐을 포함해서 의사소통능력이나 갈등해결능력 등의 통합된 능력 특성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열거된 다양한 특성들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서 교양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이해 능력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다수가 이런 교양을 갖추고 있다면 경제 발전은 물론 사회안정과 사회문제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게 해주는 교양은 그 자체로서 교양있는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준다.

직업과 기술은 우리를 경제적으로 잘 살게는 해주지만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행복한 사회와 삶을 위하여 대학을 포함한 학교는 물론 가정을 포함한 사회 전체 그리고 정부에서도 직업과 기술에 대한 관심 만큼이나 우리 아이들의 인성과 교양을 높이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엄상현 전 중부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