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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 르포] "외환위기때보다 더 힘들어요"… 흥정 대신 한숨 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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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 르포] "외환위기때보다 더 힘들어요"… 흥정 대신 한숨 소리만

한 집 걸러 한 집 꼴로 임대문의 붙은 점포들만 즐비
방문객 최수 1만명에서 지금은 열 손가락 안팎 줄어
주차공간도 불편해 대형마트로 발길 돌리는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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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대형 골목엔 인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사진=안희진 기자


“하루 한 푼도 못 버는 날이 많아요. 거리에 사람이 없어서 노점들도 문을 일찍 닫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본동 상가에서 만난 건식품 가게 주인 A씨(40대)가 한 말이다. 그는 “코로나 사태 이후 상황이 더 많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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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4시 먹자골목 거리 사진. 사진=류으뜸 기자


먹자골목도 손님보다는 음식을 팔려는 주인들만 눈에 띄었다. 먹자골목 입구에서 호떡장사를 하는 B씨(50대)는 “사람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다”면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도 이러지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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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3시 E월드상가 앞 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사진=안희진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들이 지난 3일과 7일 오후 두 번 찾아간 남대문시장은 텅 빈 운동장을 보듯 한산하기만 했다. 상인들의 말처럼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명절이 다가오지만 추석 대목과 거리가 멀었다. 이맘때쯤이면 사람들로 북적여야 하는 거리에는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았다.

추석 대목이 사라진 이유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의 발길이 끊긴 것이 꼽힌다. 하늘길이 막히고 사람들이 오지 않아 상인들의 영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남대문시장 상인회 조승상 주임은 “코로나 이전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이 각각 하루 최소 1만 명이었다”면서 “지금은 시장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을 한 명도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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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4시 E월드상가 3층 곳곳에 점포들이 비어있다. 사진=류으뜸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점포가 문을 닫았다. 집합상가 안에는 한 집 걸러 한 집 꼴로 임대문의가 붙은 점포들이 보였다.

E월드 3층에 있는 꽃상가 운영회 관계자 홍씨는 “예전엔 권리금을 내고도 사람들이 들어왔다. 지금은 월세를 깎아준다 해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보이는 것처럼 전체 평수 대비 40%가 빈 곳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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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5시 중앙상가 C동 1층 상가 안 빈 점포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류으뜸 기자


중앙상가 C동에 있는 1층 토탈패션상가도 마찬가지였다. 반평생 옷가게를 운영했다는 C씨(70대)는 “보이는 것처럼 장사가 안 되니 사람들이 계약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나가버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조승상 주임은 “남대문시장에 있는 점포 약 1만 점 가운데 900개 정도가 폐점했다”면서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이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점포들이 사라지고 있는 건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남대문 소규모 상가(연면적 330㎡ 이하) 공실률은 8.1%다. 지난해 2분기 공실률 5.3%와 비교하면 2.8% 포인트 상승했다.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 초과) 공실률도 크게 뛰었다. 올해 2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2.6%로 지난해 2분기 공실률(8.2%)에 견주어 4.4% 포인트 높다.

상인들이 떠나니 임대료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서울 중구 P중개업소 대표 D씨는 “남대문시장 중심거리의 상가 임대료는 월 600만 원 이상이었다. 지금은 500만 원 이하로 내려갔다. 골목 상가 임대료도 월 500만 원 이하에서 3분의 1(150만 원) 정도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남대문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1㎡ 당 77만 원으로 지난해 2분기(82만 원)보다 6% 하락했다. 올해 2분기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1㎡ 당 58만 3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69만 6000원)와 비교해서 19.3% 내려갔다. 올해 2분기 집합상가 임대료는 1㎡ 당 19만 1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 19만 9800원보다 3.5%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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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4시 한영상가 앞 골목. 사진=안희진 기자


남대문시장에서 40년 동안 장사해온 한영상가의 한 옷가게 주인 C(60대)씨는 “오늘 하루 매출이 5000원이다. 보통 일주일에 이틀은 개시도 못하고 장사를 접는다”면서 “1층에 점포가 30개 있었는데 지금은 5개만 남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아 내국인 방문만으로 버텨야 하는데 이마저도 힘들다. 서울 중구에는 남대문시장 주변에 롯데마트 서울역점, 하나로마트 서대문점 등 대형마트가 곳곳에 있다. 대형마트는 추석을 맞아 선물세트, 할인판매 등 다양한 행사를 한다.

반면 남대문시장은 코로나로 이번 명절에 행사를 못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사람들이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기 십상이다.

앞서 말한 A씨의 남편은 “남대문시장에 주차공간이 없어 손님들이 길가에 주차했다가 딱지를 뗀다”면서 “사람들이 주차하기 편한 대형마트로 간다”고 하소연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추석 대목은 이제 옛말이라는 걸 느꼈다. 한때 ‘고양이 뿔 빼고 다 있다’고 불린 이곳은 이제 ‘사람 빼고 다 있다’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7일 오후 남대문시장에 내린 비처럼 상인들의 마음도 울고 있었다.


류으뜸·안희진·조하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frind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