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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반도체 패권 행보에 '한때 강국' 일본 근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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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반도체 패권 행보에 '한때 강국' 일본 근심만

일본 최대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마이크로컨트롤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최대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마이크로컨트롤러. 사진=로이터

대만과 한국에 빼앗긴 반도체 패권을 되찾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앞다퉈 반도체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대만과 한국이 시장을 장악하기 전까지 한때 패권을 누렸지만 이를 지켜보기만 할 수 밖에 없는 일본의 근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쟁 대열에 뛰어들어야 마땅하지만 그럴 여력은 없기 때문이다.

◇세계 10위


지난 30년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퇴보를 거듭한 끝에 일본이 현재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세계 10위권.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공세적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서면서 일본은 그나마의 위치도 지키지 못하고 퇴락할 것이라는 우려에 휩싸여 있다.

아베 신조 전 수상이 지난 5월 집권 자민당의 디지털경제 관련 정책회의에서 “그동안 해왔던대로 계속 할 수는 없다”면서 “뭔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올초 발표한 자료는 일본의 고민을 잘 드러내준다. 오는 2030년께면 일본의 반도체시장 점유율이 제로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담겨 있기 때문.

반도체 제작의 핵심소재인 실리콘 웨이퍼, 반도체 제조용 필름, 반도체 생산장비 등에서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이 조차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TSMC의 생산거점 다각화


특히 뒤늦게 패권 회복에 나선 미국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의 공장을 하나도 아니고 여러군데 미국 본토에 유치하는데 최근 성공한 것을 놓고 우려가 크다.

니시가와 가즈미 일본 경제산업통상성 정보기술(IT) 과장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미국 반도체 업계와 TSMC가 근거리에서 협력을 하게 되면 그만큼 양측의 경쟁은 커지게 마련”이라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그마나 유지되고 있는 일본의 경쟁력을 잠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장의 안정적인 조업에 불안을 느껴 생산 거점의 다각화에 나선 TSMC가 일본을 완전히 제껴놓은 것은 아니다.

수도 도쿄에 TSMC 연구개발센터를 완공했고 신규 공장을 일본에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TSMC가 애리조나주를 비롯해 미국에 새로 짓기로 한 공장들에 비하면 규모가 새발의 피 수준이다.

◇자금이 문제


스가 여시히데 현 총리가 지난 6월 경제산업통상성이 올린 반도체 산업 육성에 관한 전략을 승인하는 등 부랴부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지원 정책에 필요한 '총알'이 문제라서다.

지금까지 일본이 반도체를 비롯한 IT 산업의 반도체 부족 문제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수급 불안을 해결하고 5G 서비스 확대를 위해 쏟아부은 자금은 45억달러(약 5조3000억원) 규모. 그러나 이 마저도 미국, 중국, 유로존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비하면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수준이라는게 문제.

미국의 경우만 봐도 미 상원이 최근 통과시킨 IT 관련 육성 법안에 투입될 예정인 예산은 반도체 산업 지원 자금 540억달러(약 63조원)를 포함해 1900억달러(약 222조원)에 달한다. 유럽연합(EU)이 경우는 디지털 산업 지원에 1590억달러(약 186조원)를 책정했다.

일본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에 따르면 “현 수준의 정부 지원 정책으로는 일본의 반도체 업계가 되살아나기는 어렵다”면서 “다른 나라에서처럼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