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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무노조 경영' 반전...사측 '부당 개입' 사실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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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무노조 경영' 반전...사측 '부당 개입' 사실 드러나

미 연방노동당국, 노조 결성 찬반투표 재실시 권고

미국 앨라배마주 베서머의 아마존 풀필먼트센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앨라배마주 베서머의 아마존 풀필먼트센터. 사진=로이터
아마존의 노동조합 결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점화됐다.

미 연방 노동당국이 지난 4월 앨라배마주 베서머 소재 아마존 물류사업장에서 있었던 노조 결성 찬반투표의 적법성을 문제 삼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투표에서 반대표가 찬성표를 압도해 아마존 최초의 노조 결성이 무산된 바 있는데 아마존 사측이 이 투표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재투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

이에 따라 아마존의 ‘무노조 경영원칙’이 지속될 것으로 보였던 상황이 새로운 반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아마존 사측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 첫 노조 결성에 관한 재투표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아직 지켜볼 대목이나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NLRB “사측이 부당하게 개입한 증거 확인돼”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 노동관계위원회(NLRB)의 크레스틴 마이어스 앨라배마 지역담당 청문책임자는 전날 발표한 아마존 노조 결성 찬반투표 관련 보고서에서 “여러 근거들을 살펴볼 때 아마존의 불법적인 반노조 정책으로 지난 4월 자유롭고 공정한 투표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재투표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4월초 베서머의 아마존 풀필먼트센터 근로자들이 진행한 노조 결성 찬반투표가 사측의 부당한 개입으로 적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당시 투표는 미국 소매·도매·백화점노동자조합(RWDSU)에 가입하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형식으로 실시됐고 찬성표는 16%에도 못미쳐 부결된 바 있다.

투표가 부결되자 RWDSU는 아마존 노조결성 찬반투표에 사측이 개입했다며 NLRB에 투표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고 NLRB는 그동안 청문절차를 밟고 검토작업을 벌인 결과 RWDSU의 손을 들어준 것.

NLRB 청문책임자가 인정한 근거 가운데 하나는 지난 5월 열린 청문회에서 RWDSU가 “노조 결성 찬반투표에 참여한 근로자들이 투표용지를 우편함에 넣는 과정이 베서머 물류사업장내 CCTV에 노출됐다”고 주장한 것.

당시 청문회에는 베서머 물류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출석해 “아마존 사업장에서 CCTV 카메라를 피할 수 없는 곳은 없다”면서 “사업장 안에 있는 것이라면 모두 CCTV에 잡힌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CCTV에 잡힐 수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투표는 감시를 당하는 가운데 투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관계법에 저촉된다는게 RWDSU의 주장이었다. 당시 투표는 NLRB의 관할 하에 베서머 물류센터 주차장에 설치된 우편함을 이용해 실시된 우편투표 방식이었다. 평시에는 직접 투표를 하는게 통상적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NLRB가 우편투표를 권고했다.

마이어스 청문책임자는 “아마존 사측이 설치한 우편함의 위치가 CCTV에 찍힐 수 있는 위치라는 주장은 합리적으로 보이며 재투표의 필요성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아마존 사측 “항고할 것”


NLRB에 따르면 앨라배마 지역 청문책임자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NLRB의 앨라배마 지역 담당관이 재투표 시행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되면 재투표는 확정된다. 다만 지역 담당관이 이같은 청문 결과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 사측은 NLRB의 이같은 청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오는 16일까지 청문책임자의 결정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규정에 따라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지난 4월의 노조 결성 찬반투표는 월마트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아마존에서 처음으로 노조가 출범하는 사건으로 이어질 문제였기 때문에 미국 경제계와 노동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던 사안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일부 개혁성향 정치인들도 아마존 노조 결성을 지지해왔다.

아마존의 유럽 지역 사업장 가운데는 노조가 결성된 경우가 있으나 아마존의 미국내 사업장에서는 아마존 경영진이 무노조 원칙을 고수함에 따라 아직 노조가 결성된 적이 없다. 베서머 사업장의 투표는 지난 2014년 아마존 창업 이래 처음으로 노조 결성이 시도된 이후 두 번째로 추진된 투표였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