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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투자 확대… 글로벌 시장서 결실 맺는 제약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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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투자 확대… 글로벌 시장서 결실 맺는 제약바이오

매출 10% 이상 R&D 투자 제약바이오 부각, ASCO·ADA 등 국제학회 참여도 활발
지난해 완제의약품 수출 실적 전년비 92.3% 증가…무역수지 사상 첫 흑자 달성도
기술수출 넘어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 나선 K-바이오…글로벌제약강국 도약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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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환경 악화와 처방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과를 내고 있다. 국가 간 교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혁신신약, 기술기반의약품(TBM) 등으로 수출길을 개척하며 제약바이오강국의 기틀을 다지는 모습이다.

◇ 20여개사 매출 10% 이상 R&D 투입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2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대형제약사, 중소제약사 등 규모와 상관없이 다수가 R&D 투자를 확대했다. 연결기준 총 R&D 투자액은 전년(1조9149억원)대비 18.1% 증가한 2조2618억원으로 나타났고,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투자 비율은 9.7%로 0.2%p 증가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임상시험 기관 환자 모집 차질과 임상시험을 위한 해외 대조약 구입 등에 난항을 겪을 우려가 컸음에도 R&D 투자 열기는 식지 않았다는 의미다.

상위제약사의 경우 지난해 한미약품은 매출대비 21%에 달하는 2261억원을 R&D에 투입했고, 유한양행 2225억원(매출대비 13.7%), 대웅제약 1445억원(매출대비 13.6%), GC녹십자 1599억원(매출대비 10.63%) 등 매출 대비 10% 이상 R&D 투자가 이뤄졌다.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신약 등을 개발하는 셀트리온의 R&D 투자액은 3892억원(매출대비 21%)으로 최고 수준에 달했다.

상위제약사 뿐만 아니라 약물전달기술로 다양한 개량신약 등을 개발하는 비씨월드제약과 동구바이오제약은 각각 매출대비 16.4%, 10.18%, 안과질환 치료제를 주력으로 개발하는 삼천당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는 각각 14.5%와 15.9%,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메디포스트는 매출대비 16.4%를 R&D에 투입했다. 각각 기업 특색과 역량에 맞는 R&D 활동을 이어간 것이다.

이 밖에도 일동제약(13.9%), 대화제약(13.9%), 동아에스티(13.5%), 삼진제약(13.2%), 안국약품(11.8%), 유나이티드제약(11.6%), 종근당(11.4%), 에스티팜(10.6%) 등 총 24개사가 매출 대비 10% 이상 R&D 투자를 기록했다.

◇ 국내외 알린 R&D 성과…기술수출 ‘신기록’


적극적인 R&D 투자는 글로벌 무대에서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임상결과를 선보여 그간 연구 성과를 알리고, 글로벌 빅파마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거나 기술수출 계약 등을 통해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유한양행의 폐암신약 ‘레이저티닙’, 한미약품 표적항암제 ‘벨바라페닙’, 제넥신 DNA백신 ‘GX-188E’ 등이 소개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를 비롯해 미국당뇨학회(ADA) 등 세계에서 의료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국제 학회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바이오USA, 바이오유럽디지털(BIO Europe Digital)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컨퍼런스에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R&D 파이프라인 소개도 이뤄졌다.
특히 코로나19 속에서도 지난해 11월 바이오유럽디지털 행사에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으로 한국 특별 세션을 마련, 한국제약바이오산업을 알리고, 국내 기업과 현지 기업 간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갖는 자리도 열렸다.

이 같은 노력에 따라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업계 기술수출액은 알려진 금액만으로도 지난해 연간 기술수출액 10조원의 60%에 달하는 6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6월까지 15건의 기술수출을 기록했고, 하반기를 여는 7월에도 동아에스티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해 3건의 기술수출 사례가 나타났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업계 기술수출이 알려진 규모만 6조원을 넘었는데,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파이프라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라며 “글로벌 빅파마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만한 혁신신약 후보물질이나 혁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매우 적극적인데, 우리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이에 부응할 만한 기술적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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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약품 무역수지 사상최초 흑자…글로벌로 뻗는 K-바이오


R&D 투자 성과는 해외 수출 지표로도 확인됐다. 지난해 의약품 무역수지는 1조 3940억원을 기록, 1998년 집계 이래 사상 최초로 흑자를 달성했다. 무역수지는 우리나라의 상품 수출과 상품 수입의 차이를 일컫는데, 지난해 큰 폭의 의약품 수출실적 상승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전체 의약품 수출액 9조 9648억원 중 79.6%(7조 9308억원)를 차지한 완제의약품의 경우 수출액이 2019년 대비 92.3% 늘었다. 우리나라가 완제의약품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는 독일(18억 5596만 달러), 미국(7억 8061만 달러), 터키(5억 8955만 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유럽에서 11억 8582만달러, 북미에서 2억 3194만달러 수출액을 기록하면서 각각 전년대비 66.0%, 195.8% 증가했다. 이는 2019년 하반기 유럽과 미국에서 바이오의약품들이 잇따라 새롭게 품목허가를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웅제약은 올해 2분기 실적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신약 ‘펙수푸라잔’의 미국 기술수출 계약을 포함해 111억원의 기술료 수익이 반영됐다. 펙수프라잔의 중국, 중남미, 미국 등 글로벌 기술수출 규모는 누적 1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 6월 멕시코 의약품 조달회사 메디멕스를 통해 항암제 16종을 수출키로 했다. 계약 규모는 첫해 1404만달러, 2024년까지 4년간 총 약 5400만달러 규모다. 종근당은 중동 오만 제약사 매나진에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을 수출했다. 양사 협의로 계약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종근당은 매나진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중동지역 6개국에서 네스벨을 판매할 계획이다.

또 지난 6월 JW중외제약은 자체 기술로 제조한 항생제 원료 어타페넴을 미국에 출시했다고 밝혔다. 어타페넴은 페네실린, 세파계에 이어 카바페넴계의 차세대 항생제로 주목받는 원료다. 이 밖에도 대원제약은 지난 2월 중남미에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정맥마취제 ‘프리폴MCT주’를, 같은 달 경보제약은 스위스 스트라젠과 세파계 항생제 세포탁심나트륨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은 이 같은 산업계의 수출 성과에 대해 “매출대비 10%, 많게는 20%가까이 R&D에 투자하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혁신적인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만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예전과 같이 복제약만 생산하며 내수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거듭하는 행보가 우리나라를 글로벌 제약바이오강국에 다가서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하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a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