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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델타 변이발 코로나사태 재악화에 ‘출근제 복귀’ 추진하던 기업들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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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델타 변이발 코로나사태 재악화에 ‘출근제 복귀’ 추진하던 기업들 '멘붕'

미국 주요 광역도시권의 사무실 점유율 추이. 사무실 점유율이 증가했다면 출근제로 복귀한 기업이 그만큼 많이 늘었다는 뜻이다. 사진=Kastle Systems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주요 광역도시권의 사무실 점유율 추이. 사무실 점유율이 증가했다면 출근제로 복귀한 기업이 그만큼 많이 늘었다는 뜻이다. 사진=Kastle Systems

미국 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을 하기 전의 상태로 빠르게 되돌아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의 독립기념일까지 미국 전체 성인의 70%에게 최소 한차례 백신을 맞히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애초 목표였던 집단 면역을 이루지 못한 것에 그치지 않고 백신 접종을 왜 한 것이지 의문이 들 정도로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

이 모든 상황을 역전시킨 주범은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델타 변이다. 델데 변이 리스크가 벌써부터 미국 사회 곳곳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한 것으로 보인다. 파란불이 켜지는 듯했던 방역 전선에 빨간불이 다시 켜졌다. 빠른 회복세를 보여온 미국 경제에도 불확실성이 덮치고 있다.

델타 변이로 상황이 얼마나 거꾸로 되돌아갔는지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라는 방역 수칙을 27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것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백신을 2차례 접종한 사람이라도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의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하는 등 방역 전선을 다시 강화하고 나선 것. 이제야 코로나 사태에서 탈출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에게는 충격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많은 상황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28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델타 변이 리스크의 등장으로 당장 재검토가 불가피한 것으로 재계 전반에서 확산됐던 출근제 복귀 움직임이 지적되고 있다.

◇출근제 복귀 준비하던 기업들 멘붕 상태


CNBC에 따르면 코로나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을 전제로 재택근무제를 줄이거나 코로나형 탄력적 근무제로 대체하거나 출근제 복귀를 준비해왔던 상당수 미국 기업들은 멘붕에 빠진 분위기다.
글로벌 인재관리 컨설팅업체 글로벌워크플레이스애널리틱스의 케이트 리스터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들어 출근제로 복귀하는 계획을 시행해야 하는지 재검토해야 하는지를 놓고 기업들로부터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신규 확진자가 매일 같이 급증하고 있고 백신 접종률은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올가을께 대유행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출근제 복귀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경영진이 사전에 사원들에게 출근제 복귀 방침을 밝혔다고 해서 복귀 시점을 변경하지 말란 법은 없다”며 상황 변화에 틴력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의료솔루션 전문업체 매트릭스메디컬네크워크의 대니얼 멜처 최고의료책임자(CMO)도 “경영진 입장에서는 근로자를 사무실로 다시 들일 때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직장이 됐든 집이 됐든 이 두가지를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스크 착용을 장려하는 선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 환자를 가려낼 수 있는 진단검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감염자 동선까지 추적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델타 변이발 코로나 사태 악화로 기업 활동이 파국을 맞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출근제 복귀 성급했다는 자성론도


경제전문지 포춘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출근제 복귀가 검토되고 있거나 추진돼 왔는데 델타 변이라는 암초가 등장하면서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복귀하는 문제를 재계가 지나치게 쉽게 접근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춘은 특히 애플, 골드만삭스, 제록스, JP모건, AIG, 애보트를 비롯해 출근제 복귀를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굴지의 대기업들에 대해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것이 아님에도 근로자의 안전을 외면한채 성급하게 출근제 복귀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출근제 복귀를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 애플은 9월까지로 생각했던 복귀 시점을 10월로 늦추겠다고 최근 발표하고 오프라인 사업장에서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장하고 나섰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역시 사무실 복귀를 강하게 추진해왔던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경우도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인력에 한해 뉴욕 본사에 출근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춘에 따르면 현실적인 문제는 이미 상당수 기업이 사무실 복귀 체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데 있다. 건물시설관리 전문업체 캐슬시스템스가 최근 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출근제 복귀 방침을 밝혔던 기업의 3분의 1 정도가 이미 가량이 이미 복귀를 단행했거나 늦어도 가을까지는 복귀를 완료할 예정이었기 때문.

델타 변이로 코로나 사태가 다시 악화되면서 상당한 예산을 들여 근무 체제 전환을 추진해온 이들에게는 어렵게 돌려놓은 것을 다시 돌려놓아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발등에 떨어졌다는 얘기다.

포춘은 “델타 변이가 확산되기 전부터 재택근무제를 선호하는 근로자들이 퇴사하는 움직임 이미 있었다”면서 “델타 변이로 코로나 사태가 다시 악화되면서 재택근무가 보장되지 않으면 이직을 선택하는 근로자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포춘은 애플이 출근제 복귀 시점을 10월로 연기한 것에 대해 “긴급 처방일뿐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면서 “현재의 추세라면 델타 변이는 10월이 되면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포춘은 이어 “애플을 비롯해 연내 출근제 복귀를 추진해왔던 기업들은 이미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백신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기본적으로 마련해놓고 다른 일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