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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분야서도 여성 차별...종사자 수 적고 처우도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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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분야서도 여성 차별...종사자 수 적고 처우도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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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과학 리포트 2021. 사진=유네스코

유엔 산하에 설치돼 활동 중인 수많은 조직 가운데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있다.

지난 1979년 12월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은 유엔 인권 협약을 채택하면서 태어난 조직이다.

이 위원회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은 남녀차별이라는 문제가 아직도 극복하기 어려울 만큼 뿌리깊은 문제라는 뜻. 그러나 무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았다는 이 즈음에 첨단과학이나 첨단기술 분야만큼은 남녀차별 문제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유엔이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그런 기대감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을 걷는 분야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은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다.

27일(현지시간) 경제매체 나스닥에 따르면 과학계나 IT업계도 남녀차별에 관해서라면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은 유엔의 교육·과학·문화 전담기구인 유네스코가 최근 펴낸 ‘유네스코 과학 리포트 2021’에서 밝혀졌다.

보고서가 확인한 중요한 사실 가운데 하나는 지난 2019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집행된 벤처캐피털 자금 가운데 여성이 창업한 벤처캐피털업체에 지원된 돈은 전체의 2%에 그쳤다는 점과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연구직에 종사하는 사람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4명 가운데 한명이 안되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

◇연구직 종사자 중 여성 비율 33%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세계 107개국의 연구직 종사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최근 시점인 2018년을 기준으로 해도 전체 연구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3.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사실은 경제선진국일수록 여성의 진출 비율이 높고 후진국일수록 낮은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는 점이다. 연구직 종사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높은 나라 중에 경제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회원국은 오히려 소수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과학 분야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과학 분야에 걸쳐 여성의 과소대표 현상이 확인됐다.

◇재직 기간도 짧고 처우는 나빠

여성이 연구직에 종사하더라도 남성에 비해 재직 기간도 짧고 처우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고 국제 저널에 실리는 논문도 여성의 경우가 남성보다 크게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지난 1970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의 컴퓨터과학 관련 저널에 실린 300만건의 논문을 검토한 결과 이 분야의 남녀간 격차가 극복되는 시점은 2100년께로 예상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첨단과학 분야에서 종사하다 포기하는 여성의 규모는 남성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근무환경의 문제, 자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권한을 부여받지 못하는 문제, 진급 기회가 적은 문제 등이 주요한 배경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나스닥에 따르면 실리콘밸리뱅크가 캐나다, 중국, 영국, 미국 소재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지난 2019년 조사를 벌인 결과 조사 기업의 46%에서 여성 임원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분야의 남녀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관련 전문직 분야에서도 여성의 비율은 2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AI는 산업의 자동화 추세와 직결돼 있는 기술이라 미래 산업의 중추를 담당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이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려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높은 싱가포르·이탈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과 미국의 경우가 각각 28%, 23%였고 독일과 폴란드는 공히 16%, 브라질의 경우는 14%였다.

◇교육의 기회에서도 차별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연구직 현장에 투입되기 전에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도 기회의 차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지니어링 관련 학과를 나온 학부 졸업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28%, 컴퓨터과학 관련 전공을 GS 대학원 졸업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40%를 차지했기 때문.

◇4차 산업혁명의 아이러니

보고서는 “여성이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중심인 첨단과학·IT분야에 뛰어들고 싶어도 교육의 기회가 공평하지 않아 차별받는 문제와 더불어 관련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채 소수그룹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중도하차하는 여성들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남성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자동화의 확산으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 측면에서도 여성이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자동화로 인력 감원 가능성이 큰 직종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달한 반면, 인력 조정 가능성이 적은 직종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상황은 여성 1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때 또다른 여성 5명이 일자리를 잃은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이와 관련해, 나스닥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앞서 발표한 2021년 글로벌 젠더격차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남녀간 격차가 더 벌어져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남녀평등을 구현하는데 향후 100년이 소요뒬 것으로 예상됐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그 기간이 136년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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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20개국(G20)의 2018년 기준 연구직 종사자 중 여성 비율 현황. 사진=유네스코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