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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기업의 문화예술공헌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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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기업의 문화예술공헌사업



김혜영(유민) 주 프랑스 한국 문화원 전시/언론 담당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동안 문을 닫았던 박물관, 공연장, 극장이 점진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면서 프랑스 문화예술계가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미술작품 기증을 기념해 오는 7월 21일부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1,400여점, 국립중앙박물관에 20,000여점이 기증된다고 하니, 그 가치와 규모가 실로 놀라울 정도다. 더 나아가 이건희 미술관 건립이 추진된다는 사실은 앞으로 한국 미술계에 큰 반향을 가져올 소식이 아닐까 싶다.

국내 이건희 미술관 건립 소식에 이어,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프랑스에서도 역시 새로 문을 연 미술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구찌(Gucci), 입생 로랑(Yves Saint Laurent) 등 다수의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의 피노 컬렉션(Collection Pinault)이 그 주인공이다.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은 1767년에 문을 열었던 파리의 근대 역사의 산 증인 중 하나인 파리 증권 거래소에 피노 컬렉션 미술관을 오픈했다. 피노 컬렉션은 이미 이탈리아 베네치아 푼타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 팔레 그라시(Palazzo Grassi)를 소유하고 있지만, 그 전부터 꾸준히 파리에 미술관 개관을 위해 노력해왔다. 2000년에 불로뉴 숲 인근 섬인 세갱 섬(Ile Seguin)에 미술관을 짓기 위해 정부와 5년간 협상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오히려 라이벌 기업인 루이비통재단(Fondation Louis Vuitton)에 선수를 빼앗기게 되었다. 파리 중앙에 위치한 증권거래소는 2014년부터 시작된 파리시의 리인벤터파리(Réinventer Paris)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피노재단·파리시·상공회의소가 협의하여 피노재단에 파리 증권거래소를 50년간 대여의 형태로 양도하기로 결정, 2021년 드디어 미술관으로 개관되었다.
프랑수아 피노 대표는 “파리 중심부 파리증권거래소에 개인 컬렉션 미술관을 개관하게 된 것은 내가 이제까지 일궈온 문화프로젝트의 한 단계 도약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에 대한 내 열정을 현시대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라고 말하며, 20년 이상 노력했던 자신의 숙원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렇게 대중에게 기업가의 컬렉션을 소개하고 특별전,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미술관은 기업이 가진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보여주고, 컬렉션들을 대중들과 공유함과 동시에 예술가 지원 사업을 통해 사회공헌의 이미지와 기업 자체의 긍정적 이미지를 창출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문화예술 공헌 사업들이 점차 활성화되는 배경에는 프랑스 정부의 기업 메세나 활동 장려 정책이 밑받침 되어있다. 1990년대부터 기업들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본격적으로 기업 메세나 활동이 활발해졌다. 예를 들어, 기업 재단의 경우, 2003년에 불과 3개 정도의 재단이 창설되었으나 2008년에 이르러서는 50여개의 재단이 창설되었다. 또한 2017년에 들어서는 프랑스 전체 기업 중 9%가 메세나(30-36억)활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메세나 기업들 중 문화분야 메세나 기업들의 비중이 2013년에는 23%에서 2017년에는 38%로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 측면에서도 현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민간 문화예술 지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 미술관 건립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를 맡아 그 나라,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기도 한다. 피노 컬렉션 미술관은 일본 유명 건축가 안도 타다오(Ando Tadao)가 설계를 맡았고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건축으로 유명한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맡아 마치 돛을 펼친 범선의 모습을 하고 있다.

피노컬렉션 미술관(좌)/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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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기고자 소장 자료


미술관 건립뿐 아니라 기업들은 최근 들어 기업 제품에 문화예술적 이미지를 접목시키기 위해 프랑스 대표 국립박물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문화 강국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 등 국립 박물관들 또한 몇 년 전 부터 기관의 재정 자립성 확보와 기관 자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해외 분관 설립, 기업들과의 협업 사업을 진행하는 데 적극적이다. 프랑스 대표 박물관인 루브르박물관은 브랜드와의 협업을 환영하고 있다. 제프 쿤스(Jeff Koons)가 디자인한 모나리자 얼굴이 찍힌 루이비통(Louis Vuitton) 가방 시리즈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되었고, 프랑스 향수 브랜드 불리(Bully)에서는 사모트라케의 니케상(Victoire de Samothrace), 밀로의 비너스(Vénus de Milo) 등과 같은 루브르의 대표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루브르 컬렉션을 런칭했다. 오프화이트(Off White)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역시 루브르 레오나르도 다빈치 특별전에 맞춰 콜라보레이션 제품의 옷을 디자인해 선보였다. 이 외에도 로댕 박물관(Musée Rodin)에서 진행된 디올(Dior)패션쇼, 앵발리드에서 개최된 입생 로랑 패션쇼 등 박물관과 브랜드의 만남은 계속 되고 있다.

로댕 박물관의 디올(Dior)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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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기고자 소장 자료

이러한 기업들의 문화예술분야 사업은 기업 자체로는 예술품 수집, 세제혜택, 기업 브랜드 이미지 쇄신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가 도출 되는 동시에 동시대 예술계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문화예술분야 육성 사업을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 발굴 및 예술가들의 창작활동 지원이 이뤄지고, 지역 상징물의 하나로 자리 잡는 기업 미술관 설립 및 박물관 등 문화예술기관들과의 협업 사업은 문화예술계 발전 및 지역 및 국가의 문화,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는 소위 소프트 파워 시대에 살고 있다고 얘기한다. 경제력, 군사력과는 다른 부드러운 문화의 힘은 한 국가의 이미지와 외교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상황에서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 활동의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정부-기업간 협업이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도 고찰해 볼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 해당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