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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음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 크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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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음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 크게 달라진다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16)] 발달 단계와 죽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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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불안은 아동기에서부터 청년기와 중년기를 걸쳐 장년기에 이르기까지 존재한다. 그러나 삶에 대한 의미를 깨닫을 수록 죽음은 또다른 삶의 연장임을 알게 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인간만이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사는 존재이다. 물론 매시간 의식하고 생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시간 사람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하지만 의식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죽음은 인간의 삶에 크나큰 변화를 주는 것으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와 살아가는 모습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처럼 죽음이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고로 많은 사람들과, 학문과 종교가 죽음과 삶의 의미에 천착해 왔다. 철학은 죽음을 사변적인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종교는 특정 종교의 교리를 바탕으로 그 의미를 이해하려고 한다. 심리학은 사변적인 죽음의 의미나 특정 종교에 따른 교리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연구하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죽음 그 자체의 의미보다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그 중에서도 발달심리학자들은 '죽음관(觀)'에 대한 발달 과정에 큰 관심을 가진다. 죽음관은 '죽음에 대한 견해나 주의 주장'이다. 아무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태어날 때, 생존이라는 차원에서는 그 어느 생명체보다 무기력한 상태로 태어난다. 죽음에 대한 인식은 아동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노년기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한다.

아동기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죽음의 이해는 크게 두 나이대로 나누어볼 수 있다. 3세에서 4세 정도의 아동들은 생명의 불가역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죽음을 일시적인 상태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한 순간에 죽을 수도 있으나 다음 순간에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아동이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면서 '할아버지도 함께 가셨으면 좋을텐데'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할아버지가 앞으로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대략 5세에서 7세경이 돼서야 아동들은 죽음에 대한 또 다른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을 이해한다. 첫째 죽음은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결국 죽는다. 둘째 죽은 사람은 전혀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생명의 기능은 죽음으로 끝난다는 중요한 개념을 이해한다. 그러나 아직도 죽음의 생물학적 인과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총이나 칼 등의 도구나 질병에 의해 죽을 수 있으나 모든 죽음이 궁극적으로 내적 생물학적 과정의 중지를 포함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여전히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있는 아동은 보통 죽음을 이해할 수 없는데, 이는 죽음이란 것이 자신의 개인적 경험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을 둘러싼 쟁점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와 아동 자신의 경험을 이용하여 죽음의 개념을 가르친다면 죽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애완동물이나 꽃의 죽음이 죽음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청소년기

청소년들은 죽음에 대해 보다 추상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죽음에 관해 굉장히 낭만적인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용감한 병사가 되며, 그만큼 강하고 명예롭게 되는 데 열중한다. 테러집단이나 조직폭력배 집단에서 청소년들을 행동대원으로 사용하여 잔혹한 폭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도 그들의 죽음에 대한 비합리적인 이해를 이용하는 것이다.
청년들은 불치병을 앓을 때 모순되고 황당한 모습으로 죽음을 대한다. 이들은 자신의 죽음을 부정하고 사실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회복될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병을 않는 청소년들은 좌절하기보다 분노하는 편이다. 자신의 불공평한 운명에 대한 분노가 종종 부모, 의사, 친구 혹은 세상 전반을 향해 분출된다.

자신의 죽음에 대한 실제적 지각은 청소년기 후반에 가능해진다. 개인의 정체감 형성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인생의 의미와 필연적인 죽음 그리고 죽음 후의 영생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자기 자신의 독특함과 중요성에 몰두해 있는 청소년들은 죽음에 대해 강한 공포를 갖는 것이 보통이다. 자기를 중요시하고 자기애에 몰두한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청소년기에 획득한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기도 한다.

청년기

대다수의 청년들은 이제껏 준비해온 삶을 사는데 열심이다. 인생에서 제일 왕성한 생명력과 열정을 가지고 일에 몰두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죽음에 대해 크게 몰두하지 않는다. 그 결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다른 성인 시기에 비해 약한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지적 능력이 완전히 성숙한 청년들은 자신의 죽음뿐 아니라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주는 죽음의 영향을 고려하기 시작한다. 죽음에 대한 시각은 개인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인과의 상호의존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들이 갑자기 병들거나 심하게 부상당했을 때 다른 어떤 인생 시기에 있는 사람들보다 임박한 죽음에 대해 더 감정적이 되는 편이다. 이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극도로 좌절한다. 그들은 끔찍이도 열심히 일해 왔지만 이제 모든 것이 헛되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좌절은 분노로 바뀌고, 분노는 종종 이들 성인들을 다루기 어려운 환자로 만든다.

중년기

중년에 도달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내면 깊숙이 깨닫게 된다.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그들은 집안에서 이제 가장 나이 많은 세대가 된다. 몸도 이제 예전처럼 젊지도, 민첩하지도, 기운차지도 않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이러한 내면적인 인식과 함께 중년기 사람들은 시간을 지각하는 방법에서도 변화를 겪는다. 이전에는 출생 이후부터 살아온 햇수로 시간을 지각했으나, 이제는 죽을 날까지 남은 햇수로 시간을 지각하며 남을 세월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뜻있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죽음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남은 삶에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에 몰두하려고 하는 강한 내적 충동을 경험하게 된다. 이제 중년은 죽음을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자신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

죽음은 엄연한 현실이라는 자각은 종종 인생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는 추진력이 된다. 중년들은 자신의 직업경력과 결혼생활 자녀와의 관계 우정 가치관 등에 관해 재평가하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자기실현을 미룰 이유와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이제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절실함을 느낀다.

노년기

노년에 이르면 개인은 자기 자신의 삶을 수용하고 생애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으로 죽음을 보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노년들은 중년보다 죽음을 덜 걱정한다. 노인들은 살아가면서 친구와 친지를 잃으면서 결국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생각과 느낌들을 재조정하기 때문이다. 자아통합이 이루어져 자신의 인생이 의미 있는 것이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아직도 삶의 의미에 대해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대체로 예상하고 있는 죽음을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노년들은 죽음 자체에 대해 불안하기보다는 임종을 맞게 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고통, 그리고 가족들에게 불편을 끼칠지 여부에 대해 더 걱정한다.

죽음에 대한 불안은 죽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죽음의 위험을 예상할 때 일어난다. 종교와 철학에서 끊임없이 죽음의 의미에 대해 탐구하는 이유이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높은 자기존중감과 통제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죽음에 대한 불안을 낮게 느낀다. 결국 죽음에 대한 불안은 전생애에 걸친 성숙함의 결과물이다. 공교육 체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죽음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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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