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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의장 발언 ‘내용보다 어조’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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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의장 발언 ‘내용보다 어조’가 중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역대급 경기부양책을 집행한 결과 미국 경제가 뚜렷한 회복 국면을 맞으면서 연준이 통화팽창 기조를 멈추고 금리 인상에 나설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때로는 발언 내용 자체가 문제가 되기도 하고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어조로 발언했는지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현재 연준을 이끌고 있는 파월 의장의 경우 물가 상승세를 인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까지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연준 의장 리스크’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연준 의장이 어떤 식으로 발언을 내놓느냐에 따라 시장이 불안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월 현 16대 연준 의장을 포함해 재닛 옐런 15대 연준 의장, 벤 버냉키 14대 의장까지 근래 연준을 이끈 3명의 지도자를 발언 내용과 발언 기조를 중심으로 비교한 결과 3명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돼 관련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파월 의장 ‘가장 부정적’ 평가


이 분석을 진행한 연구진은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유리 고로드니첸코 경제학과 교수와 영국 버밍엄대의 올렉산드르 탈라베라 경제학과 교수, 병리학 전문가인 토 팜 스탠퍼드의대 교수.

이들의 연구 결과는 미국의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발행하는 학술지에 최근 게재된 논문을 통해 공개됐다. 인공지능과 음식인식 및 음성부석 기술 등 최첨단 기술이 이들의 연구분석 과정에 적용됐다. NBER은 미국의 경제상황을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기관이다.
이들이 밝혀낸 흥미로운 사실은 연준 의장이 무엇을 말했느냐보다 어떻게 말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

이 논문에 따르면 이들이 발견한 사실은 연준 의장은 주로 기자회견, 의회 청문회 등의 형식을 통해 주식시장을 비롯한 관련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쏟아내는데 발언한 내용 자체보다 어떤 식으로 발언을 했느냐, 어떤 기조로 발언을 했느냐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인물별로 보면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내뱉은 발언이 전임자들에 비해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준 것으로 분석돼 눈길을 끌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지난 2018년 취임하면서 앞으로 연준의 각종 정책을 설명할 때 보통 사람이 쓰는 언어로 쉽게 설명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검증해본 결과 가장 부정적인 어조를 쓴 편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에 옐런 전 의장은 기자회견을 비롯한 공석에서 중립적인 어조로 발언을 소화하는 능력을 가장 많이 발휘한 것으로 분석됐고 버냉키 전 의장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쪽으로 비교적 발언을 많이 한 편

◇연준 의장 발언 따라 S&P 지수 2%P 흔들


연구진은 또 연준 의장의 발언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정도를 S&P 500 지수에 비유해 이론적으로 추정해봤다.

연준 의장이 어떤 어조로 발언했느냐에 따라 S&P 500 지수가 흔들리는 폭은 200베이시스포인트, 즉 2%포인트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 S&P 500 지수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작성하는 미국 500개 우량 대기업의 주식을 기준으로 한 지수.

연구진은 “연준 의장이 어떤 식으로, 어떤 태도를 보이면서 설명을 하느냐가 대중이 연준의 정책 메시지를 얼마나 완전히 이해하느냐, 정확히 이해하느냐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연준 의장의 발언 태도와 시장 반응의 상관 관계는 내년 2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의 연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고 로이터는 내다봤다.

로이터에 따르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파월 의장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비록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지만 그의 업무 능력에 신뢰를 보내는 편이고 경제전문가들도 대체로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온 편이다.

그의 발언 어조에 대한 논란은 있으나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도 파월 의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연구진은 “메시지가 어떤 식으로 전달되느냐는 메시지에 뭐가 담겼는지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준 의장의 지원 자격에 추가할 필요가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