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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기회의 땅’ 중남미 잇단 수주 'K-건설 첨병'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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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기회의 땅’ 중남미 잇단 수주 'K-건설 첨병' 역할

2000년 브라질 첫 진출 이후 지난해 17억달러, 누적 107억달러 해외실적
화력발전·정유플랜트·철도·공항·하수처리 등 업종·지역 다변화 전략 주효
하반기 페루 신공항 터미널·엘살바도르 철도인프라 추가 수주 기대 높아


중남미가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이은 국내 건설업계의 ‘엘도라도(황금의 땅)’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 속 국내 건설의 해외 텃밭인 중동·아시아지역 수주 가뭄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남미 시장이 건설업계의 새 먹거리 시장으로 부상하며 ‘해외건설 효자 노릇
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중남미시장 진출 활약상과 대표 수주사업들을 소개하고, 향후 수주 예상 중남미 주요 프로젝트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콜롬비아 베요 하수처리장 현장. 사진=현대건설이미지 확대보기
콜롬비아 베요 하수처리장 현장. 사진=현대건설

국내 건설업계 맏형으로 꼽히는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업체 중 중남미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브라질에서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따내며 중남미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현재까지 중남미에서만 누적 수주액 107억 2700만 달러(약 13조 원)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해외에서 64억 5462만 달러(7조 4000억 원) 규모의 일감을 확보했다. 주목할 부분은 중남미 지역의 수주 비중이 직전 2019년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점이다.

2019년 현대건설의 중남미지역 건설공사 수주액은 3억 3469만 달러 규모에 불과했다. 그러나, 1년 뒤인 2020년 17억 1244만 달러 규모로 크게 늘렸다. 해외시장 다변화 차원에서 중남미시장의 문을 두드렸던 현대건설의 노력이 ‘해외실적 급증’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 2000년 브라질 복합화력발전소 수주로 중남미시장 첫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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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2000년 브라질 ‘포르토 벨료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수주(1억 5197만 달러 규모)를 시작으로 중남미 땅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다.

이를 계기로 그 해 연말 콜롬비아에 이어 2012년 베네수엘라에 해외지사를 개설하며 중남미 건설시장 본격 공략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2012년 6월 베네수엘라에서 첫 해외수주 실적을 신고했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에서 발주한 29억 9500만 달러 규모의 ‘뿌에르또 라크루스 정유공장 확장·설비개선 공사’를 따낸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과 중국 위슨엔지니어링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공사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동쪽으로 약 250㎞에 위치한 정유공장의 시설과 설비를 고부가가치 석유제품 생산을 위해 개선하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현대건설은 석유화학 분야에서 다수 실적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정유공장 공사 실적은 저조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프로젝트 수주로 그동안 해외 실적이 없었던 정유 플랜트 공사를 직접 수행하게 됨으로써 이후 다른 나라에서 발주하는 정유공장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같은 해 2월 콜롬비아 메데진 시 공공사업청(EPM)에서 발주한 3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베요(Bello) 하수처리장 공사를 현대엔지니어링, 스페인 건설사 악시오나아구아와 공동으로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이 수주 프로젝트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서북쪽 240㎞에 위치한 안티오키아주 베요시에 하루 처리용량 43만t의 하수처리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 베네수엘라 페트콕 발전소 기본설계, 칠레 차카오 대교 등 굵직한 국책사업 도맡아


현대건설은 2014년 11월 베네수엘라에서 다시 수주 신고를 했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로부터 페트콕(석유정제 부산물) 발전소 기본설계권을 따낸 것이다.

페트콕 발전소 시장은 기존에 유럽·일본 등 기술고부가가치 산업을 주도하는 일부 국가들이 도맡아 온 시장으로 알려져 있었다. 당시 현대건설의 수주는 한국기업 최초로 새로운 형태의 발전시장에서 기술로 한 단계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았다.

같은 해 2월엔 칠레 건설시장에 첫 상륙했다. 칠레 공공사업부가 발주한 6억 4800만 달러 규모의 차카오 교량공사를 브라질 건설업체 OAS사와 공동으로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칠레 차카오 대교는 칠레 수도 산티아고 남쪽으로 1000㎞에 떨어진 로스 라고스 지역의 차카오 해협을 가로질러 설치하는 교량으로 남미 최초 4차선 현수교 형식의 교량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관광휴양지 칠로에 섬과 대륙을 연결하는 칠레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이기도 하다.

차카오 대교 사업은 수주 이후 추가 공사비를 둘러싸고 칠레 정부와 마찰을 빚으며 공사 중단의 위기를 맞을뻔 했지만 지난해 초 공사비 협상을 마무리 짓고 오는 2025년 정식 개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 파나마 인프라 역대최대 규모 ‘메트로3호선 공사’ 수주

파나마 메트로 3호선 프로젝트 조감도. 사진=현대건설이미지 확대보기
파나마 메트로 3호선 프로젝트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지난해 현대건설은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교량 국가인 파나마에 첫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지난해 2월 파나마 메트로청이 발주한 28억 1000만 달러(약 3조 3000억원) 규모의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공사를 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 수주했다.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공사는 파나마 정부가 추진하는 인프라 프로젝트 가운데 역대최대 규모로 자랑한다. 수도 파나마시티와 서쪽을 연결하는 총 연장 25㎞의 모노레일을 놓는 사업으로 파나마시티의 극심한 교통난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앞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2019년 11월 공개된 입찰평가 결과에서 기술·상업·금융 전 부문에서 유수의 글로벌 경쟁사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파나마 메트로 3호선과 유사한 대구 도시철도3호선 공사(총 23㎞ 구간 모노레일) 등 다수의 해외 메트로 수행 경험을 발주처가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본국제협력기구(JICA)가 장기 차관(국제간 자금융통)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로, 한국의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와 글로벌 금융회사 간 협업 체제로 경쟁사보다 유리한 금융안을 제출할 수 있었던 것도 수주 성공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건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주 증가가 기대되는 중남미 교통인프라 시장에 진출 기반을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사업으로 평가한다.

올들어 지난 3월 현대건설은 페루 ‘친체로 신공항 부지 정지 공사’를 수주하며 페루시장 입성에도 성공했다.

친체로 신공항 프로젝트는 세계문화유산이자 잉카 유적지인 마추픽추를 여행하기 위해 이용하는 관문인 쿠스코 시내 기존 국제공항을 대체하는 신국제공항을 건설하는 페루 정부의 국책사업이다.

지난해 10월 입찰 마감 뒤 기술·상업 부문을 망라한 종합평가 결과, 스페인·중국·포르투갈 등 5개팀의 쟁쟁한 글로벌 경쟁사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사업권을 쟁취했다.

쿠스코에서 북서쪽으로 약 15㎞ 떨어진 친체로 시에 신국제공항을 완공하면 연간 600만 명의 국내외 여행객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칠레 정부는 기대한다. 전체 프로젝트 사업비는 5억 달러 규모로 총 4㎞ 길이의 활주로와 탑승구 13기의 터미널 1개 동을 지을 신축할 예정이다.

◇ 하반기 페루 신공항 여객터미널, 엘살바도르 철도인프라 등 수주 기대

현대건설이 올해 3월 부지 정지 공사를 수주한 페루 친체로 신공항의 가상 이미지. 사진=현대건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건설이 올해 3월 부지 정지 공사를 수주한 페루 친체로 신공항의 가상 이미지.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은 하반기 중남미 지역에서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페루 친체로 신공항 부지정지 공사 후속 프로젝트인 여객 터미널·활주로 건설 패키지(4억 달러 규모)이다.

또한, 엘살바도르의 대규모 철도 인프라사업도 주목하는 추가 수주 먹잇감이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해안에 위치한 물류 인프라를 통합하고 철도·항공 네트워크를 재활성화하기 위해 ‘태평양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중남미 건설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각국의 환경 특성을 고려한 수주 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이미 중남미 주요 국가에서 수행한 다수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중남미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