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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건설시장 잡아라...'K-건설의 엘도라도'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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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건설시장 잡아라...'K-건설의 엘도라도' 급부상

지난해 국내 건설사 약 70억달러 수주, 코로나19 뚫고 전년대비 25배 급증
美·스페인 "한국의 중남미 이니셔티브 기대"...좌파정부·국유화 흐름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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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건설 인프라 시장에서 한국의 'K-건설(K-Build)'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기업의 중남미 지역 건설인프라 수주액은 총 69억 2000만 달러로 전년도와 비교해 무려 25배 크게 증가했다.

지난 1965년부터 2019년까지 54년간 중남미에서 올린 총 수주액 398억 달러의 6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실적을 지난해 1년 기간에 거둬들인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초반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중남미 전체 건설인프라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다소 축소된 점을 감안하면 'K-건설'의 수주 확대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5월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내 미주 국가들의 경제개발 협력과 디지털·녹색 협력을 확대하는 한국의 이니셔티브(주도자 역할)를 환영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어 지난달 16일 한-스페인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스페인의 경제·문화 영향력이 큰 중미 국가들에 한국의 지원 이니셔티브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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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같은 달 25일 파나마 등 중미 8개국 역내기구인 중미통합체제(SICA)의 화상 정상회의에서도 SICA 회원국 정상들은 한국의 참여와 협력을 적극 요청했다.

스페인·포르투갈과 언어·문화를 공유하고, 미국의 정치·경제 영향력이 크며, 일본·중국이 지역 영향력 확대를 경쟁하는 중남미 지역은 그동안 거리가 멀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우선순위에서 밀려왔지만, 이제는 풍부한 자원은 물론 대규모 인프라 건설 수요의 잠재성을 인정받아 'K-건설의 엘도라도'로 재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 등 유럽이 50% 이상, 미국이 20% 이상 분점하고 있는 중남미 건설인프라 시장에서 한국은 아직 2% 남짓 머무르는 수준이다.

그러나, 언어·문화·역사의 유대가 없는 중남미에서 경제력을 앞세워 접근하던 일본·중국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한국이 빠르게 'K-건설'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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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국가철도공단·외교부·기획재정부·서울시는 '중남미 인프라협력 사절단'을 현지에 파견해 ▲멕시코 스마트시티 ▲파나마 도시철도 해저터널사업 ▲페루 도시철도 3·4호선 사업 등 총 122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사업 참여 방안을 타진했다.

재정 여건이 어려운 중남미 국가들이 해외민간투자개발형사업(PPP)이나 정부간협력(G2G) 형태로 해외자본을 끌어들여 자국의 대규모 건설인프라 시설을 대대적으로 구축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국 기업에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K-건설의 엘도라도' 중남미 시장이 장밋빛 전망으로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올해 4월 에콰도르와 6월 페루, 11월 니카라과·칠레·온두라스가 일제히 대선을 치르는 '슈퍼 일렉션(선거) 사이클'을 거치고 있는 중남미 국가들이 '좌파 정부'로 회귀하는 흐름과 함께 자국 기간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해외기업의 투자 규제 등 정부 개입을 강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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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지난 3월 페루 '친체로 신공항 공사' 부지정리 사업을 수주해 페루시장 첫 진출 쾌거를 이뤘다. 사진은 페루 친체로 신공항의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국제사회로부터 중남미 개발과 협력의 이니셔티브를 인정받은 우리 정부와 기업으로서는 최근 중남미의 정세 변화가 이제 탄력을 받아 본궤도에 올라서려는 K-건설의 기회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한·중남미협회가 공동주최한 '중남미 인프라 시장 진출' 세미나에서 한·중남미협회 이희준 글로벌센터장은 "지난 10년간 세계 개발도상국 인프라 운영현황에 대한 현지 국민들의 만족도 조사에서 중남미 지역은 아시아·동유럽·북아프리카 지역보다 자신들의 인프라 시설에 대한 국민 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다"며 "한국이 우수한 기술을 앞세워 현지 국가와의 상생 마인드로 접근한다면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미나에서 조준혁 전 주 페루 한국대사는 "서구국가와 비교해 거부감이 적은 한국이 국가주도 경제성장의 경험을 전수한다면 중남미 지역과 협력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단순한 비즈니스 차원이 아니라 '마음을 얻는' 상생협력 차원으로 접근하기 위해 국토부를 비롯해 KIND·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이 주도해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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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한·중남미협회가 공동 주최한 '우리 기업의 중남미 인프라 시장 진출과 다자개발은행(MDB)와의 협력' 세미나에서 조준혁 전 주 페루 한국대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KIND 유튜브 채널 캡쳐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