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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중심 가부장적 위계 사회는 엄격한 질서 속 살아간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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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중심 가부장적 위계 사회는 엄격한 질서 속 살아간다는 의미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14)] 생각이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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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근거 없는 편견을 퍼트리고 있다. 이 같은 이해관계에 따른 편견을 극복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우리의 전통문화의 특징을 간략하게 줄이면 가족 중심의 가부장적 위계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가족 중심이라는 말은 개인보다 가족을 행동의 기본적 단위로 본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내 아버지'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 또는 '내 남편'이 아니라 '우리 남편'하는 표현에서 잘 드러난다. 가부장적이라는 것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아버지가 중심이니 여타의 가족들은 가장의 말에 순종해야 한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되려면 '한목소리' 즉 아버지의 목소리만이 들려야 한다.

위계 사회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엄격한 질서 속에서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윗사람'이 누구인지는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어느 때 어느 상황에서나 윗사람의 말에 아랫사람은 복종해야 한다. 부부 사이에는 남편이 부인보다 윗사람이다. 그래서 '부창부수(夫唱婦隨)'가 '가화만사성'의 지름길이고 여성의 미덕이라고 교육한다. 이 정신이 일반화되면 '남존여비(男尊女卑)'가 된다. 형제 사이에는 형이 아우보다 윗사람이다. 이 정신이 일반화되면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정신이 된다.

개인보다 가족을 행동 기본 단위로

덕분에 가부장적 위계 사회에서는 남자, 윗사람이 권력이 된다. 즉, 성별과 연령이 사람 간의 서열을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현재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회 갈등의 밑바닥에는 이 기준, 즉 성별과 연령에 따라 사람을 구별하는 전통이 빠르게 와해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혼란이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과 그 기득권을 무너뜨리려는 세력 사이의 갈등이다. 이 갈등의 과정에서 온갖 폭력과 비방이 난무한다.

폭력은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언어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즉 욕설이 난무한다. 비방은 상대를 비웃고 헐뜯는다. 비방의 핵심은 상대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상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감정이 비방에 담겨있다. 상대에 대한 자신의 그릇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편견을 퍼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편견은 무의식적이다. 다시 말하면, 자기 생각이 옳다고 여긴다. 그래서 자신이 그릇된 지식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편견(偏見)의 사전적 의미는 '한편으로 치우치게(偏) 봄(見)'이다. 영어로는 'prejudice'이다. 이 말의 뜻은 '미리(pre-) 판단함(judice)'이다. 즉, 사실을 확인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지 않은 정보에 의해 대상을 미리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편견이 두려운 것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닌 미리 판단한 내용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강하게 믿는 편견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자성적 예언(自成的 豫言)' 혹은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부른다.

'윗사람'이 누구인지는 상황따라 달라져
'자성적 예언(自成的 豫言)' 혹은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은 자기가 예언하고 바라는 것이 실제 현실에서 충족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다시 말하면, 어떤 예언이나 생각이 이루어질 거라고 강력하게 믿음으로써 그 믿음 자체에 의한 피드백을 통해 행동을 변화시켜 직간접적으로 그 믿음을 실제로 이루어지게 하는 예측이다. 이 효과를 사회과학에서 진지하게 다룬 최초의 학자는 사회학자 머턴(Robert Merton)이다. 그는 "누군가가 어떤 상황을 진실이라고 정의하면, 그 상황은 결과적으로 진실이 된다"라는 개념을 통해 자기-충족적 예언이라는 현상을 설명하였다. 그후 이 개념은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집단이나 개인의 심리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심리학과 교육학에서는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라고 잘 알려져 있다. 피그말리온이라는 명칭은 그리스 신화 속의 피그말리온 왕에서 유래한다. 피그말리온 왕은 자신이 만든 여성의 조각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의 소원을 들어주어 그 조각상을 실제 인간 여성으로 만들어 주었다. 왕은 그 여성과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로젠탈(Robert Rosenthal)의 연구로 유명하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무언가에 대한 사람의 믿음, 기대, 예측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향을 말한다. 1964년 로젠탈 연구팀은 샌프란시스코의 초등학교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지능 검사를 시행했다. 해당 담임교사에게 앞으로 몇 개월 안에 성적이 오를 학생을 산출하기 위한 조사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능지수와는 아무 상관이 없이, 학생들을 무작위로 선발한 후 학생의 명단을 담임교사에게 전달하며 이 아이들이 앞으로 성적이 향상될 학생이라고 알려주었다. 그 후 담임교사는 그 아이들의 성적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고 실제로 8개월 후의 재조사에서 선발된 학생들의 지능지수가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성적이 올랐다. 성적이 오른 원인에 대해 로젠탈은 담임교사의 기대가 성적 향상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명단의 학생들도 그 기대를 의식하고, 교사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성적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 실험에 참가한 담임교사는 실험할 때 명단을 대충 보았다고 주장했으며, 명단에 기재된 아이들의 이름은 기억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그렇다면 담임교사는 자신이 선발된 학생들에 대한 기대와 행동을 의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날 수 있다면 더욱 심각한 결과가 된다.

부부사이는 남편이 부인보다 '윗사람'

자성적 예언은 긍정적 결과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자성적 예언은 우리의 부정적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심화시킨다. 예를 들면, 미국의 일부 백인들은 흑인들이 게으르고 폭력적이라는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 편견 때문에 흑인들은 직장을 얻을 기회가 더 적고, 경찰들에게 더 많은 검문과 체포를 당한다. 그 결과 흑인들은 더 가난해지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사람들은 '역시 흑인들은 게으르고 폭력적이며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사람들'이라는 자신의 견해가 옳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고, 편견은 더 강화된다. 편견의 대상이 되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면,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낙인이 찍힘으로 해서 더 나쁜 쪽으로 변해 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스티그마(Stigma) 효과' 또는 '낙인(烙印) 효과'라고 한다. 또한 미국 흑인들은 자신이 백인보다 지적인 능력이 뒤진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고정관념을 가진 흑인은 학문 영역에서 수행이 저조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의 계절을 맞이해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근거 없는 편견을 퍼트리고 있다. 지금까지 고질적으로 우리 사회를 분열시켰던 지역 간의 갈등도 그 원인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선동에 의해 증폭된 것이었다. 최근에는 연령과 성차에 대한 편견을 퍼뜨리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경력이 전무한 30대 젊은 야당대표를 맞은 정치권에서는 각기 연령에 대한 편견을 강조하고 있다. 나이든 쪽에서는 젊은이들이 '구상유취(口尙乳臭)' 하다고 폄하하고 있다. 반면에 젊은이들은 자신보다 나이든 사람들을 '꼰대'라느니 '틀딱'이라고 비하하고 있다. 또 하나 성차에 대한 편견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여혐' 또는 '남혐'이라고 부르면서 사랑과 조화보다는 미움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편견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과장해서 주장하는 그런 남성이나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느 한 면을 부풀리고 있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무책임한 편견에 자주 노출되고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 편견이 현실이 된다.

성별과 연령 서열 나누는 중요한 기준

이렇게 편견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을 정계에서 추방하는 것은 일반 국민인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그들이 조장하는 편견 때문에 실제로 현실에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국가의 수치이자 국력의 낭비이다. '연령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101세에도 정정하게 우리 사회의 어른으로 큰 모범을 보여주고 계시는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이나 정치계에 파란을 일으킨 36세의 야당 대표의 파격적이고 신성한 행보가 잘 보여주고 있다. 남녀노소가 조화를 이루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이다. 머튼은 자기 충족 예언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최초 신념의 기반 자체를 재정의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겸손함과 계속적인 자기-탐색이 성숙한 삶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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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