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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면으로 삼성 '신경영 신화'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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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면으로 삼성 '신경영 신화' 이어져야

삼성, '신경영' 28주년 맞아...이재용 부회장 부재속 초격차 전략에 '빨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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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시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계기가 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新)경영 선언'이 7일 28주년을 맞는다.

'신경영 선언'은 고 이 회장이 삼성전자 임직원에게 대대적인 혁신을 지시한 것을 가리킨다.

이 회장은 독일 출장 중이던 1993년 6월7일 임원들을 불러 "바꾸려면 철저히 다 바꿔야 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했다.

재계에선 삼성이 신경영 선언을 통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삼성은 신경영 선포 이후 20년 간 매출 13배·수출 규모 15배·이익 49배가 늘어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세계가 주목하는 위대한 업적에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하지만 현실은 무거운 침묵만 맴돌고 있다.

이 회장이 수년 간 와병 중 지난해 10월 타계했고 총수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수감 상태라 삼성은 올해 신경영 선언일이 그 어느 때보다 착잡한 분위기다.

7일 삼성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은 신경영 선언일에 별다른 행사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 날이지만 삼성은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시계 제로'속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그동안 신경영 선언을 되새기기 위해 매년 6월7일을 기념일로 챙겨왔다. 2013년에는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학술포럼과 유명 가수 축하 공연을 포함한 만찬을 여는 등 대대적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처럼 삼성은 2014년 고 이 회장이 쓰러져 입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매년 신경영 기념식을 열어 임직원 사기를 북돋웠다. 이 회장이 입원한 이후 사내 방송 등을 통해 기념식을 했지만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등에 연루되며 각종 수사와 재판을 받기 시작한 2017년부터 이마저도 사라졌다.

이에 따라 신경영 선언 28주년을 맞은 삼성은 이 부회장 수감이라는 초위기 상황에서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 중이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석방돼 부친 이 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계승한 ‘뉴 삼성’ 비전을 밝혔다. 그는 또 2019년 4월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는 등 제 2의 도약을 위한 경영 행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아 재수감 되면서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무대에서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를 일궈내는 전략'에 급제동이 걸렸다.

◇정부 '햄릿 증후군' 이어지면 삼성 세계 1위 전략도 흔들려...사면 결정 빠를수록 좋아

다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4대 그룹 회동을 계기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한 긍정적 기류가 더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며 사면 필요성을 느끼는 듯한 발언을 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과 이광재 의원 등도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사면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햄릿 증후군(Hamlet Syndrome)'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작품 중 하나인 햄릿이 보인 우유부단한 행동처럼 특단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결정 장애'가 햄릿 증후군이다. '좌고우면(左顧右眄)'만 하지 말라는 얘기다.

특히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실시한 공동 조사 결과 이 부회장 사면 찬성이 64%였고 시사리서치 조사 결과도 찬성이 76%로 나온 것을 보면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하는 국민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대통령이 얼마전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부회장의 조속한 사면 단행의 필요한 시점이다.

이왕 할 것 같으면 민심의 간을 더 보거나 뜸 들일 필요가 없다.

반도체 장비업체 상무 A씨는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기술 패권과 군사·안보문제가 걸린 반도체에 미국 등 전 세계가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 부회장 부재에 따른 삼성전자의 글로벌 반도체 위상 추락과 한국경제 타격을 감안한다면 지금이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을 감안해 사면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광복절 사면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 세계 반도체 상황을 보면 8월까지 한가롭게 기다릴 처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문경영인과 오너 경영인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오너만이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밀리면 한국경제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부회장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한국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가 있어야 할 곳이 감옥이 아닌 글로벌 무대라는 얘기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amsa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