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2021년 호주 수소 콘퍼런스 참관기

공유
2

2021년 호주 수소 콘퍼런스 참관기

- 호주 수소 업계가 기다려온 최대 규모 콘퍼런스에 지역정부, 총리, 에너지 기업 총집합 –
- 현대차는 넥쏘 실물 전시, 스미모토 미쓰이는 일본 수소 경쟁력 강조, 독일산업협회는 실시간 화상으로 참여 -
- 호주의 수소 경쟁력 확인하고 과학기술 협력, 규모의 경제 실현, 그린 수소의 미래 논의 -

행사 개요



이미지 확대보기


명칭
호주 수소 콘퍼런스(Australian Hydrogen Conference)
주최
호주 수소 위원회(Australian Hydrogen Council)
기간
2021년 5월 26일, 27일
장소
ICC Sydney
목적
호주의 수소 산업 현황을 공유하고 민관학 네트워킹 기회 마련
규모
연사 44명(정부, 기관, 협회, 투자, 에너지, 학계), 전시 6개사, 한국·일본·독일 등 해외 수소 관련 기관 및 기업
홈페이지
https://www.informa.com.au/event/conference/resources/australian-hydrogen-conference/


2021년 호주 연방정부 및 주정부들의 새로운 회계연도 예산안들이 발표된 지 2주 후, 시드니 전시컨벤션센터 ICC에서 5월 26일, 27일 이틀간 2021년 호주 수소 콘퍼런스가 진행됐다. 호주 전 총리 말콤 턴불, 현 호주 연방 에너지 장관, 호주 각 주정부 소속의 에너지·환경 ·수소 장관들뿐만 아니라 호주의 수소 경제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외 기업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해 만원을 이뤘다.

전 총리 말콤 턴불은 수년 전 소규모 회의 규모에 불과했던 수소 포럼이 대규모 콘퍼런스로 개최된 데에 호주 수소에 대한 관심이 몇 배는 커졌다며 호주 수소 경제 확대는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현재 진행형으로 앞다투어 실행되는 호주 각 주정부 및 수소 기업들의 전략 및 프로젝트들이 공유된 가운데 공통적으로 거론됐던 호주 수소경제, 주요 화두들을 짚어본다.

2021년 호주 수소 콘퍼런스 현장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주최사, KOTRA 시드니 무역관 촬영

호주, 글로벌 수소 경쟁에서 선두자리 차지할 필요조건들 보유

참가한 발표자들은 호주가 글로벌 수소 경쟁에서 선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자부심의 근원으로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안착, 수소 생산을 위한 풍부한 수자원과 넓은 영토, 전통적인 자원 에너지 수출 강국으로서 축적한 교역 경험 및 탄탄한 대외관계를 언급했다. 수소 수출국으로서 경쟁할 독일, 중국, 칠레 등이 호주가 가진 강점들 한 가지씩은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가격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정부 산하의 친환경 에너지 분야 투자기관인 CEFC에 따르면 그린수소로의 전환 시 생산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재생에너지 가격, 전해조 가격, 간헐성을 꼽았다. 그린수소의 가격 경쟁력 달성 시점으로 블루 수소 대비해서는 2025~2030년, 그레이 수소 대비해서는 2045년 정도에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2040년쯤 1kg당 2호주 달러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았다. 다른 연사들도 신재생 에너지의 가격은 예상보다 더 빨리 하락하고 있어 그린수소 생산 및 판매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CCUS 기술 개발 및 실현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그린수소 생산 여건은 분명히 나아지고 있으니 그레이, 블루 수소 보다는 처음부터 그린 수소에 더 집중해 수소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CEFC의 호주 수소 가격 전망
(단위: 호주 달러)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CEFC(Australian hydrogen market study, 2021.5.)

호주 수소산업의 중심은 과학기술 연구, 개발


호주의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 CSIRO의 수장인 래리 마셜(Larry Marshall) 박사는 호주 내 수소 산업 참여자들 간 협력의 수준이 전례가 없을만큼 활발하고 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호주 수소미래가 매우 희망적이라고 언급했다. 덧붙여 호주가 수소시대를 여는데에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CSIRO는 콘퍼런스 첫 날 언론을 통해 6,800만 호주 달러 규모의 ‘Hydrogen Industry Mission’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1키로당 2호주 달러’ 국가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지향적 파트너십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수소 지식센터, 실행가능성과 전략 연구, 시연 프로젝트, 과학기술 개발 및 연구의 4개 집중 분야를 두고 100여 개 이상의 프로젝트들이 향후 5년간 진행될 것이다. 여기에는 CSIRO와 함께 우리나라 현대자동차, 일본 도요타를 비롯해 FMG 그룹 외 호주 산업과학에너지자원부, 호주 수소협회, 호주 재생에너지 협회 등이 참여한다.

CSIRO는 호주 정부의 수소 전략, 로드맵 등 정책 자문 및 개발뿐만 아니라 ARENA, NERA 등과 호주 수소 생태계 확장에 참여하는 등 호주 에너지 전환의 핵심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 CSIRO의 래리 마셜 박사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주최 측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은 기존의 수소에너지 연구센터(Hydrogen Energy Research Centre)에서 나아가 수소산업 연구시설(Hydrogen Industry Research Faculty)을 설립했다. 이미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은 재생에너지 학과를 통해 태양열, 풍력 분야에서 선진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 나아가 호주의 수출에도 기여한 바 있다. HIRF 센터는 호주 각지의 수소 관련 학계와 산업계들을 모아 HIRF 내 공동 작업 공간에서 협력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소 기술개발이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수소에너지 연구센터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Sydney Morning Heralds, UNSW HERC

HIRF 센터 CEO Justine Jarvinen와 Kondo-Francois Aguey-Zinsou교수는 KOTRA 시드니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대형 전해장치, 저장 기술, 연료 전지, 전력 관리 및 변환 시스템 등 수소 생태계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기술을 시제품화하고 평가, 검증 및 인증할 수 있는 장비와 전문성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HIRF는 추후 서부 시드니 Aerotropolis에 연구센터로 배치될 예정이다. 더불어 HIRF센터는 글로벌 수소 학계과 산업계와 협력하길 원한다며 한국 대학, 기업 및 연구소와 협력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https://www.herc.unsw.edu.au/)

호주의 수소 생태계, 수직형이 아닌 방사형으로 빠르게 확장

호주 수소 생태계의 참여자들은 그룹으로 분류한다면, 정부와 관련 기관 주도로 수소 인프라에 집중하는 수소 허브(Hydrogen Hubs), 같은 목표를 가진 기업들과 학계가 프로젝트로 연결된 수소 클러스터(Hydrogen Clusters), 여기에 호주 전역의 수소 과학자, 기술자 등과 연구소들이 모여있는 수소산업 연구센터(Hydrogen Industrial Research Centres)가 있다.

이번 수소 콘퍼런스는 이 주체들 모두가 한 데 모여 호주의 수소 밸류체인상 협력할 수 있는 접점을 발견하고 각자를 홍보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이렇듯 호주의 산업 성장 및 비즈니스 협력의 핵심은 네트워킹이다.

호주 자원에너지 업계의 산업 브로커라고 불리는 NERA(National Energy Resources Australia)는 수소로 눈을 돌렸다. NERA 클러스터 디렉터 Leigh Kennedy 씨는 KOTRA 시드니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호주의 자원, 에너지 산업계가 발전할 수 있던 데에는 다양한 주체들간 네트워킹이 큰 역할을 했다. 호주 에너지 업계는 공통의 목표와 방향성을 가진 주체들이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결국 상생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호주의 수소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이 룰이 그대로 적용된다.”라고 말했다.

NERA의 수소 클러스터 및 수소 공급자 디렉토리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NERA

NERA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2020년 하반기에 호주 전국을 다니며 연방/주 단위가 아닌 지역정부 또는 소규모 지역 커뮤니티, 대형 기업에서 부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학계들을 만났다고 한다. 직접 찾아다니며 만난 수소 생태계 참여자들이 가진 목표와 작업들을 확인하고 서로가 가진 장애물, 과제 등을 파악해 공통 분모에 속하는 참여자들을 연결, 정부 자금 지원까지 연결해주는 수소 클러스터를 조성해왔다. 2021년 5월 기준으로 NERA 수소 클러스터는 호주 전 지역에 걸쳐 15개로 300여 개 이상의 산업, 연구, 교육 기관, 지역 정부, 주 정부, 투자자들이 연계돼 있으며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NERA는 전 세계 에너지, 자원,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기반 기업, 업체들을 검색할 수 있는 Technology Platform사와 제휴해 호주의 수소 관련 기술 기업들을 검색할 수 있도록 별도 호주 Technology Platform(https://australia.energytechnologyplatform.com/)을 열었다.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서는 호주 전역의 수소 공급망을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서칭 웹사이트를 론칭했다(my.economx.com).

Leigh씨는 “호주 전 지역에 다양한 목표와 특색을 가진 수소 클러스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고 싶거나 협력하고 싶은 한국의 지역정부, 민간기업, 학계에 함께할 기회가 열려있으니 NERA에 연락하길 바란다.”라며 해외 수소 생태계와의 연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호주의 수소 경제, 지역사회도 적극 참여 중

퀸즐랜드주 브리즈번 위에 위치한 도시인 분다버그(Bundaberg)는 해당 주 농업의 30% 생산을 담당하고 사탕수수, 마카데미아 등의 주 산지이며, 일반인들에게는 분다버그 설탕, 진저비어와 럼(Rum)으로 알려져 있다. 분다버그시는 왜 수소 콘퍼런스에 참석했을까?
분다버그시는 기존의 농업 생산으로부터 발생하는 바이오매스로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Uilitas사와 2020년 10월 이미 ‘분다버그 바이오 허브’를 조성했다. 여기에 2021년 2월에는 Recarbon사와 미국 수소 연료전지 차량 제조사인 Hyzon, 호주 폐기물 수거 및 압축 기기, 차량 제조사인 SuperiorPAK가 의기 투합해 ‘분다버그 바이오 수소 기술 클러스터’를 설립했다. 이 기업들과 함께 기술 협업을 위해 퀸즐랜드 대학과 MOU를 체결했으며 지역 카운슬도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분다버그의 바이오 수소 기술 클러스터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분다버그시(https://www.investbundaberg.com.au/)

호주의 수소 관련 인증 표준화 필요

수소 관련 인증, 규제 중에서도 호주가 집중하는 것은 수소 원산지 증명인 것으로 보인다. 콘퍼런스에 참여한 호주 정부의 Clean Energy Regulator는 2019년 호주 수소전략의 일환으로 현재 ‘Guarantee of Origin’, 원산지 증명 제도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호주 연방정부는 이 작업에 2021/2022년 예산안에서 970만 호주 달러를 추가로 투입한 바 있다. Clean Energy Regulator는 CertiFy 등 국제 수소 관련 인증제도를 적용하면서도 호주 내 실정에 맞는 인증 및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며 뉴사우스웨일스대학 등 학계가 실험 방법 고안 등을 위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증 시스템은 수소뿐만 아니라 그린 암모니아, 그린 메탈 등에도 적용될 것으로 콘퍼런스 참석 기업들 대다수가 수소 비즈니스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정부의 시스템 개발을 촉구하고 있었다.

시사점


2021년 호주 수소 콘퍼런스에서 무엇보다 강조된 것은 더 많은 해외 투자 및 해외 기업 유치, 지속적인 정부의 투자 및 지원이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수소 산업이 천연가스과 대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약 1,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콘퍼런스 참여자들은 수십억 유로가 투자되고 있는 독일 및 유럽에 비해 호주 내 수소 관련 투자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며 호주 수소경제 성장을 위해 투자 유치 및 대외 협력이 필수라고 밝혔다.

수소 수출과 대외 협력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수소 경제 확대의 수혜는 호주 국민들과 국내 경제에 먼저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호주가 천연가스의 수출에 집중하는 바람에 국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불러온 과거를 되돌리지 말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퀸즐랜드의 한 수소 생산 기업은 해외 협력 기업을 물색하던 중 대기업보다는 기술력에서 뒤쳐지지 않는 스타트업과 제휴했는데 그 이유로 대기업들이 호주 안에서 사업을 같이 하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호주 주요 수소 생산기업들은 각 지역 거점으로 연방/지역 정부의 투자를 받고 지역사회와 공조하는 경우가 많아 호주 내 일자리 생성 및 제조 산업 육성 측면에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대외 협력에 나설 전망이다.

호주의 수소 산업에 우리 기업 및 학계의 진출 기회가 있다. 호주 수출, 진출을 시도한 우리 기업들은 관심있는 바이어 또는 협력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미 성숙한 시장, 다른 경쟁 국가들과의 협력 역사가 깊은 산업은 한국 기업들이 진입하기 쉽지 않다. 호주 수소 산업은 이제 그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태생기에 놓여있다. 호주 수소 참여자들은 투자와 협력이라는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도 리스크를 줄여나가고 동반 성장하기 위해 글로벌 수소 플레이어들과 열린 자세로 대화할 자세가 되어 있었다. 다음 해 호주의 수소 콘퍼런스에는 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수소 기업들의 호주 수소산업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더 필요한 시기이다.

자료: 호주 산업과학에너지자원부, Australian Hydrogen Council, CEFC, CER, NERA, CSIRO, UNSW, Bloomberg, Bundaberg, 호주 수소 콘퍼런스 발표자료, KOTRA 시드니 무역관 인터뷰 및 내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