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자들이 사용하는 장비 제조회사 중 많은 수가 이제 성장을 위해 다른 피난처를 찾고 있다고 한다. 항저우(杭州)에 본사를 둔 이방궈지(ebang international·億邦通信)는 국내 판매 수요가 사라지더라도 해외에서의 장비 부족 현상 여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국내 고객이 해외로 갈 것이라는 사실로 인해 그 영향은 더욱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새롭게 주조된 비트코인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검증하기 위해 ‘Rigs’로 알려진 점점 더 강력해지고 특수하게 설계된 컴퓨터 장비를 사용한다.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년째 중국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이 사업은 중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칩 설계자이자 암호화폐 채굴 장비업체 이노실리콘 테크놀로지(Innosilicon Technology)의 알렉스 아오(Alex Ao) 부사장은 “중국이 암호화폐 컴퓨팅 능력을 빠르게 상실할 경우 외국 채굴업체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북미나 중앙아시아와 같은 지역은 전력 공급과 정책 지원 면에서 이점이 있다”면서 “더 많은 중국 채굴자들이 해외로 이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또 다른 채굴 장비 제조업체인 가나안(Canaan Inc)의 에드워드 루(Edward Lu) 수석 부사장은 비슷한 시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저렴한 카자흐스탄, 캐나다, 북유럽 등 시장을 강력하게 발전시키는 동시에 규제가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시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 장비 유치 ‘호스팅 호텔’까지 등장
주요 암호화폐 채굴 중심지인 중국 북부 내몽골 지역은 지난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국무위원회가 이 사업을 근절하기 위한 규정 초안을 발표했지만, 다른 주요 채굴 센터들은 아직 이에 대한 자체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윈스턴 마(Winston Ma) 뉴욕대 로스쿨 겸임교수는 “채굴자들을 해외 사업에 재배치하는 것은 이 업계의 유일한 플랜 B”라며 “중국의 경험 많은 채굴 사업자들만이 원활한 채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채굴업체는 움직여야만 하는 것에 화가 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암호화폐 업체는 “채굴 사업이 불법이 아닌 이상 관계자들의 몇 마디 말로 업계를 죽여서는 안 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