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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내 이름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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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내 이름이 뜬다

촬영 장비의 통관현장에 서있는 다른 나라 신입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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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부총장(전무)
한 번 상상을 해본다. '영화가 끝나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것이다. 주연, 조연 배우 이름과 제작진, 투자자의 이름이 올라가고 마지막에 나의 이름이 선명하게 나오는 광경'이다. 진 대리는 영화 촬영의 '영'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예상치 못한 고객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도와준 일로 감사 의미의 본인 이름이 엔딩크레딧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고객사가 영화 제작사이고 태국에 영화 촬영으로 열흘 정도 일정에 있었던 해프닝이 계기가 됐다. 서류 하나로 낭패를 당할 뻔한 일을 진 대리의 침착한 업무 대처로 해결이 된 에피소드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방콕에 사무실을 두고 태국에서 영업중인 한국의 국제운송·포워딩 전문 글로벌 기업인 '주식회사 IEF(가칭)'에 근무중인 진정대 대리(가명)다. IEF는 해당 분야의 글로벌 지점망을 두고 활발한 영업 활동을 하고 있으며, 태국 지점 직원은 70여 명 이고 한국인은 4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진 대리가 취업한 지 2개월이 채 안 된 2019년 7월의 일이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글로벌청년사업가(GYBM)양성과정태국반 3기'로 2018년 8월에 참가해 그 해 11월 태국의 탐마삿대학으로 연수장소를 옮겨 2019년 5월 말에 수료하며 IEF에 취업했다.

◇방콕 공항 면세품 통관 창구에서 느낀 난감함

이 영화 제작사는 당시 열흘 간의 태국 촬영을 모두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제법 많은 촬영 장비를 다 꾸려 방콕의 공항으로 나가 통관절차를 밟을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작업 용구로 들여온 촬영용 장비와 관련한 서류인 무관세임시통관증인 'ATA Carnet(까르네)'가 보이질 않았다. 당연히 누군가가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으며 열흘 전 태국으로 올 때 누군가 챙겼을 법한 서류였다.

일종의 작업장비 여권(패스포트) 성격의 서류이기에 촬영하는 일주일 내내 촬영팀과 같이 움직였을 것이고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대응하고 있었다. 진 대리도 입사 2개월밖에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워낙 드문 업무라 회사내에도 이런 일을 취급해본 사람이 없어 누구의 조언을 들을 수도 없었다. 같이 챙긴 막내 감독, 촬영 가이드 대행업체 직원, 트럭의 운전기사 등 모두 다 모르고 있었고 찾지도 못했다.

그 서류를 못 찾고 통관절차를 밟으면 태국 세관은 수출 절차, 한국 세관은 수입 절차를 받으며 관세만도 2000만원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최초 태국으로 들여올 때 업무를 처리한 진 대리 회사의 태국 현지 직원이 생각났다. 본인에게 통화해보니 '잘 모르겠다'는 답만 돌아왔다. 이 때부터 진대리는 지난 열흘간의 촬영팀 동선을 막내 감독과 다시 복기했다. 그러면서 숙소는 물론, 타고 다닌 차량을 하나하나 짚어 나갔지만 오리무중이었다.

마지막 남은 것이 태국으로 입국할 때 장비를 실은 차량이었다. 공교롭게도 회사 차량이 없어 다른 회사에서 빌렸다고 했다. 그 렌트카 회사의 차량을 확인해 보니 회사의 차고지에 주차돼 있다는 것이다. 찾아 달라고 전화를 해도 설명이 만만치 않을 일이었다. 진 대리를 만사를 제치고 택시를 타고 차고지를 찾아갔다. 짐칸과 운전석을 샅샅이 뒤지니 조수석 앞쪽의 수납공간인 글러브 박스에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처음 서류를 받은 진 대리 회사의 현지 직원이 숙소로 도착할 때 촬영팀에게 건네 주지 않은 것이다.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반가움과 안도감도 잠시 뒤로하고 호텔에 대기중인 팀에게 전화로 반가움을 전하고 부랴부랴 다시 돌아가 방송장비와 무사히 무관세 통관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촬영팀의 총무일을 막내 감독이 연신 "고맙다"고 했다. 정작 진 대리 회사의 일이고 매끄럽지 못한 일이기에 머쓱했지만 입사 초기에 의미있는 경험으로 기억에 남겨 두었다.

◇짧은 시간에 닥친 당황스러움 경험이 빠른 성장의 밑거름

웃으면서 가볍게 지나친 일이지만 배운 것이 많은 것 같았다. 두세 가지 정리해보자고 하니, 무엇보다 현지어 실력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한다. 1년간의 태국어 연수과정의 힘든 기억이 한 순간에 녹아들었다는것이다. 덕분에 막내 감독이 여러 차례 칭찬하며 우리의 GYBM과정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다음으로 이 일을 계기로 현지인과 일을 할 때 반드시 프로세스나 내용을 사전에 공부하고 진행하게 됐다. 그리고, 모든 일은 두세 번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고 챙겼다.신입사원임에도 빠르게 회사에 안착하며 선배들의 인정도 받게 된 계기가 됐다.

마지막으로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허둥대지 말고 하나하나 짚어가며 발로 뛰면 만드시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경험했다. 자신감의 원천이 된 것이었다.

진 대리가 처음 연수 받으러 들어올 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참 빠르게 커가는 구나'며 나도 모르게 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직 그 영화가 개봉되지 않아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