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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움트는 베트남 화장품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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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움트는 베트남 화장품 시장

유영국 Nice Retail Vietnam 대표




1. 코로나19 펜데믹 속 돋보이는 베트남 경제

참혹했던 전 세계 경제는 본격적인 코로나 백신 공급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지난 해 모든 경제 지표가 나빴던 기저 효과 때문에 2021년에는 각국 경제 지표가 좋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베트남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정부의 강력한 방역 정책과 과감한 공공재정 사업을 통해 2020년 2.91% 성장했으며 2021년 올해에는 단순 기저 효과를 넘어선 실질적이고 베트남 국가 자체가 한 단계 레벨업을 할 정도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경제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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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래 싸움에 새우 복 터진 미중 무역 갈등

2020년 8월 베트남-EU FTA가 발효되고 관세 99%가 철폐되면서 중국을 대신할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서 베트남의 매력이 더욱 높아졌다. 베트남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EU로의 수출은 21년 1분기 기준 28% 증가하였고 수출금액은 100억 달러에 달했다. 앞으로도 베트남의 주요 수출 품목인 핸드폰, 신발, 섬유의류의 수출 금액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기획투자부는 EU와의 FTA 발효로 베트남 GDP의 4.6%, EU 지역으로의 수출 금액이 FTA 체결 이전보다 2025년까지 42.7%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은 베트남에 있어 ‘고래 싸움에 새우 복이 터진’ 호재 중의 호재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민주당 바이든 정부에서도 미중 갈등은 지속되고 있어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생산기지 베트남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경제경영연구센터 CEBR은 2035년에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 불리던 대만(21위)과 ‘아세안 최대 경제국가’인 태국(29위)을 물리치고 베트남이 세계 19위의 경제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라는 말 그대로 전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베트남의 역량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스타 탄생을 예고한 것이다.

3. 팬데믹 속에서 움트는 베트남 화장품 시장

대외적인 경제 지표뿐만 아니라 베트남 소비재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베트남에는 시장을 예측하고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와 통계가 많이 부족하다. 그나마 비싼 돈을 주고 구하는 글로벌 리서 회사들의 발표자료들은 1~2년이 지난 데이터들이라 하루에도 빠르게 변화하는 베트남 시장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하는데 부족함이 많다. 하지만 베트남 시장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객관적인 지표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베트남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점점 선진국 시장을 닮아 가고 있고 베트남 소비자들의 삶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모습이 있다. 바로 화장품 시장이다.

베트남 한류 열풍으로 한국 화장품이 잘 팔릴 것이라는 안일한 기대감에 수많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베트남에 진출했다. 하지만 한국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물건을 사는 일은 없었고 베트남 소비자를 위한 제대로 된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회사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베트남 화장품 시장은 작았다.

베트남 화장품 시장 규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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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Statista, Cosmetics market in Vietnam - Statistics & Facts(2020)

독일계 시장 조사 기업인 Statista에 따르면 베트남 화장품 시장 규모는 ASEAN 주요 6개국 중에 가장 작다. 2019년 기준 스킨케어 부문 USD 3억4100만 달러(한화 약 4000억 원), 메이크업 부문 1억200만 달러(한화 약 1200억 원) 합계 약 4억4300만 달러로 우리 돈 5000억 원 시장이다. 베트남보다 인구가 2700만 명이나 적은 태국에 비하면 화장품 시장 규모는 1/6 수준이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에서의 기대에 비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화장품 회사들의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하지만 베트남 시장은 2010년 2150억 원의 시장에서 2019년 5000억 원으로 133% 성장했다. 2020년 통계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현장에서 직접 살펴본 베트남 화장품 시장은 코로나 확산에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화장품 유통망의 현대화와 현지 기업들의 시장 참여로 시장은 더욱 발전하고 있다.

(1) 팬데믹으로 하늘길 끊긴 베트남, 밀수 시장 붕괴 시작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70%는 보따리 밀수 시장이 차지했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로 비행기 길이 끊기면서 수입 유통로가 막히고 베트남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밀수 제품을 단속하면서 화장품 밀수 시장이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 밀수 화장품만 취급하던 화장품 매장들도 정식으로 수입 통관된 제품들만 판매하는 곳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2) 밀수 시장 붕괴, 베트남 화장품 매장의 현대화

베트남에는 우리나라 남대문 지하상가에서 보던 형태의 밀수품 매장이나 재래시장 내에 있는 허름한 가게에서 판매되는 곳들이 많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수도 하노이와 최대 경제도시 호찌민을 중심으로 바코드로 가격을 확인하고 깔끔하게 진열된 매장들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젊은 소비자들 중심으로 직접 발라보고 품질을 확신할 수 있는 곳에서 제품을 사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코로나 때문에 밀수업자들의 수입 경로가 막혀 베트남 화장품 시장 환경의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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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지금도 왼쪽 사진처럼 재래 시장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있지만,
젊은 소비자들일수록 현대화된 유통 매장에서 구매를 선호하고 있어 화장품 유통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3) 베트남 기업들의 화장품 시장 참여 및 로컬 브랜드 출시

코로나19로 본업이 힘들어진 베트남 기업들이 신규 사업으로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베트남 1위 ICT 기업인 FPT는 50개의 약국 체인점과 함께 F-Beauty라는 화장품 편집샵을 오픈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베트남 연예인, 뷰티 블로거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화장품 브랜드들이 런칭 러쉬를 이루고 있다. 베트남 유통 업체들도 한국 화장품 ODM 기업들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놓으며 시장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동안 베트남 화장품 시장은 해외 기업들 중심이었는데 현지 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규모가 급격히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4) 새로운 소비 주체 베트남 밀레니얼 세대

새로운 소비 주체 20대들이 베트남 화장품 유통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90년대생과 00년대생들인 이들은 전쟁 직후의 궁핍함을 겪은 70~80년생 부모들과 달리 부족함 없이 자라온 세대들로 저가 항공을 통해 해외여행을 경험하고 가짜 상품에 민감하다. 베트남 밀레니얼 세대들의 등장은 한국 화장품의 르네상스를 만들어간 ‘90년대 X세대+밀레니얼’들의 출현과 비슷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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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국 VS.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평행 이론

전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K-Beauty의 시작인 다양화 화장품 브랜드의 탄생이 불과 18년 전인 2003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에는 이제 막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로컬 화장품들이 탄생하기 시작하고 로컬 기업이 운영하는 화장품 중심의 드럭 스토어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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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라 오인했었던 지난 10년간 베트남은 유통 혼돈기이자 Big Bang 상황이었다. 12년 전인 2008년에야 처음으로 호치민에 현대식 백화점이 들어섰고 2010년 말레이시아계 백화점 Parkson이 베트남에 진출해 본격적으로 백화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백화점이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인 2015년부터 백화점들이 폐점하기 시작했고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단계별로 거쳐왔던 유통체계가 순서 없이 건너 뛰면서 말 그대로 유통업계의 대혼돈기였다. 2016년에서야 베트남에 드럭스토어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동안 현금 거래하던 베트남 화장품 유통 채널에 2018년이 되어서야 POS 단말기를 갖춘 현대식 화장품 편집샵들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선진 유통 시장에서 100년 동안 겪을 일을 베트남 불과 12년 사이에 겪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유통망들이 안정화되고 베트남 소비자들도 익숙해져 갔다.

빠르게 변화한 유통망에 비해 베트남 화장품 제조 업체 수준은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 베트남에는 낮은 수준의 화장품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현지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제품 라인을 갖추고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번듯한 로컬 화장품 브랜드가 없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를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베트남이기에 수년 내에 베트남의 이니스프리, 미샤 같은 화장품 브랜드가 출연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르네상스는 이제 시작했고 화려하게 꽃 피울 날이 머지않았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