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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란? 하나는 타고난 능력, 둘은 본인의 노력과 훈련에 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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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란? 하나는 타고난 능력, 둘은 본인의 노력과 훈련에 의한 것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11)] 가정과 부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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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며 가정환경에 따라 그 재능이 꽃을 피우기도 하고 사장되기도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어떤 일을 하는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을 '재능(才能)'이라고 한다. 그리고 재능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타고난 능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본인의 노력과 훈련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노력과 훈련에 의한 재능은 타고난 능력을 당하지 못한다고 한다.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 수영의 박태환 선수, 축구의 손흥민 선수 등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첼리스트 장한나,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 뛰어난 업적을 이룬 예술가들을 일컬어 '천부(天賦)의 재능'을 타고났다고 부른다. '천부의 재능'은 각자의 영역에서 범인(凡人)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큰 업적을 남겼을 때 이르는 말이다. 이들이 각고의 노력과 상상하기 어려운 고된 훈련을 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오직 그들 자신의 노력과 재능만으로 꽃을 활짝 피운 것은 아니다. 그들 뒤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똑같이 고생하면서 뒷바라지한 부모의 헌신 또한 이들이 재능이 꽃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즉 재능이 꽃피는 데는 부모와 가정의 역할이 몹시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들과는 다르게 큰 업적을 남긴 것도 없고 널리 이름을 날리지 않고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범인(凡人)들은 태어날 때 '하늘이 주신 재능'이 없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모두 세상에 태어날 때 '천부의 재능'을 받고 태어난다. 그 재능을 다른 말로 '적성(適性)'으로 바꾸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모두 각자 나름의 적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그 재능이 얼마나 많은지 또는 어느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는 오로지 '하늘(天)'에 달린 것이다.

◇박태환 김연아 손흥민 선수 등 뛰어난 업적…자신의 노력과 재능만으론 활짝 꽃 못피워

다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할 책무는 재능의 과다에 불평하거나 자포자기(自暴自棄)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재능을 충분히 실현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자기 자신에게 지고 있는 의무이기도 하다. 그리고 충분히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면 사회적인 기준이 아니라 각자의 판단과 기준에 따라 '천부의 재능'을 발휘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재능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와 가족이 해야 할 일차적인 책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하늘이 주신 재능이 있다고 해도 그 재능을 알아보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꽃필 수 있도록 보호하고 도와주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리 뛰어난 '천부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재능이 꽃필 수 없다. 꽃 필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과 사회에 해로운 방향으로 발달할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희대의 탈옥수'라는 별명을 얻은 신창원을 들 수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퇴학당한 그는 1982년부터 소년원과 교도소를 들락거리기 시작하다가 1989년 3월 강도살인을 저지르고 무기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다 1997년 부산교도소 감방의 화장실 환기통 쇠창살을 절단하고 탈옥했으며, 이후 5차례에 걸쳐 경찰과 맞닥뜨리고도 유유히 검거망을 벗어나며 2년 6개월간의 도피 행각을 벌였다. 신창원이 2년 6개월의 기간을 도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성 15명에게 도움을 받았고, 그들 중 몇 명과는 경찰에 쫓기면서도 동거를 하기도 했다. 이후 신창원은 재수감됐고 교도소에서 고입,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신창원이 범죄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천부의 재능'을 타고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만약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독립운동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처럼 감옥을 탈옥하고 2년 6개월 동안 여러 여성의 환심을 사고 동거까지 하면서 신출귀몰하게 일본 경찰을 따돌리는 능력으로 독립운동을 했다면 우리는 그를 보통 사람은 가지지 못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데 동의할 뿐만 아니라 국민적 영웅으로 떠받들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도 역시 '천부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 재능이 긍정적으로 발휘되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발휘됐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천부의 재능이 긍정적으로 발휘되는지 부정적으로 발휘되는지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가정환경, 즉 가족 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이라고 자처하는 인간은 사실 어느 동물보다 무기력한 상태로 태어난다. 다른 동물들이 태어날 때 보이는 발달의 수준과 비교하면 인간은 최소한 1년은 더 모태에서 성장한 후 태어나야 한다. 하지만 일 년 더 모태에서 성장한다면 태아가 너무 커서 해산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가 일 년 먼저 태어난 어린이를 어머니의 몸에 있는 것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만물의 영장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영아(嬰兒)는 어머니와 탯줄을 자르면서 신체적으로는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지만, 심리적으로는 아직 어머니와 분리된 것을 지각하지 못하고 생활한다. 이 기간에 영아는 어머니를 믿는 경험을 통해 '기본적 신뢰'라는 자아발달을 하게 된다. 이 경험은 평생을 통해 지속된다. 그리고 대략 돐이 지난 후에는 어머니와 분리된 존재라는 것을 심리적으로도 지각하게 된다. 이때부터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다른 형제들과의 관계에서 자율성과 주도성을 경험하며 발달시킨다. 이런 과정이 긍정적으로 발달하면서 유년기(幼年期)를 보내면 어린이들은 희망, 의지, 목적 등의 좋은 성품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가족과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불신, 수치심, 죄의식을 발달시킨다.

◇뒷바라지한 부모님의 헌신 또한 큰 역할…재능 과다에 불평보다 충분한 실현 노력해야

신창원의 예에서도 어렸을 때의 불우한 가정환경은 여지없이 나타난다. 4남 1녀 중 넷째로 태어난 그에게 어머니가 간암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 세상을 떠난 것이 견딜 수 없는 슬픔이었다. 아버지는 도박과 술에 빠져 지냈다가 얼마 후 계모와 계모의 아들을 집에 들였다. 하지만 그의 동생이 아파서 약을 사달라고 하자 계모는 신창원을 꾸짖고 막상 자신의 아들은 과일 등을 깎아주었다고 한다. 다음 날 신창원은 칼을 들고 학교 다녀오기 전까지 안 나가면 죽여버린다며 협박했고 계모는 돌아가신 친어머니의 패물을 모두 들고 도망갔다. 아버지는 평소에 엄한 성격이어서 신창원이 잘못을 저지르면 폭행을 했고 신창원은 아무 말 없이 며칠 나갔다 들어왔다고 한다. 계모가 나간 그날에도 폭행을 가했다. 그의 회고에 의하면, 그가 범죄자가 된 계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으로부터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라는 막말을 듣고 자신의 마음속에서 악마가 태어났음을 느끼고 어둠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학교생활에서도 학우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였고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가정에서 안정감을 얻지 못한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출을 시작했으며, 결국 중학교에 진학한 지 3달 만에 퇴학당했다.

또다시 '가정의 달'이 돌아왔다. 영웅을 만들고 기리는 것도 사회가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가정을 잘 못 만나 뛰어난 재능이 사장(死藏)되거나 개인과 사회에 부정적으로 발휘되지 못 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도 부모와 사회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마음속에 증오심을 품고 거리를 배회하고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고 재능을 인정받고 발휘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신창원은 교도소에서 다른 재소자들의 심리상담을 해주고 싶다며 현재 심리학을 공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언론에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이 편지에서 "안녕하세요. 편지 잘 받았습니다"라며 "이틀 동안 고민을 많이 했지만 사형도 부족한 중죄를 지은 죄인이 무슨 말을 하겠나"라고 썼다. 그러면서 "모두 자기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이곳에서 조용히 속죄하며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