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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진·박지선의 춤 '수화지재'…성균관대 출신 두 한국 춤꾼의 건무(健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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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진·박지선의 춤 '수화지재'…성균관대 출신 두 한국 춤꾼의 건무(健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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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묘일무(임학션류, 유혜진 박지선 출연)
4월 25일(일) 오후 다섯 시의 두리춤터 블랙박스에서 임학선댄스위·두리춤터 주최·주관의 유혜진, 박지선의 춤 「수화지재」(隋和之材)가 연습처럼 경건하게 무대를 빛내고 있었다. ‘인재의 훌륭함에 비유함’이라는 뜻의 공연은 두 춤꾼의 건재함을 밝히고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유혜진, 박지선은 임학선(성균관대 무용학과 명예교수)의 지도를 받은 수제자들로서 국가무형문화재 제85호 석전대제 성균관대 팔일무 전수자이다. 전통춤 특성상 자신의 안무 없이 기량이 돋보이도록 절묘하게 선정된 작품들은 출연자 두 사람을 더욱 빛나게 했다.

보물 같은 두 제자가 隋侯之珠(수후지주)의 隋(수), 和氏之璧(화씨지벽)의 和(화)에 해당하는 인재임을 밝히는 의식은 다섯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익숙한 레퍼토리인 「문묘일무」(임학선 복원, 유혜진 박지선 출연), 「산조춤」(황무봉류, 박지선 출연), 「살풀이춤」(이매방류, 유혜진 출연), 「태평무」(강선영류, 박지선 출연), 「진도북춤」(박병천류, 유혜진)은 깔끔하게 핵심에 접근하는 전통춤이었다. 초대 관객들은 거의 다 무용을 전공하고 무용을 이어온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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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묘일무(임학션류, 유혜진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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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묘일무(임학션류, 박지선 출연)

조선조 성균관(成均館)에서 유생들이 대대로 춤을 춰왔고, 지금까지 성균관 대학에서 춤을 추던 임학선 원형 복원(2006년)의 「문묘일무」는 유혜진 박지선이 공동 출연하여 원전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이 춤은 복식을 갖추고 문묘 석전에서 공자의 학문을 이은 훌륭한 스승을 기린다. 문무는 피리(籥)와 꿩 깃(翟)을 들고 공경과 사양과 겸양의 예를 표현하고, 무무는 방패(干)와 도끼(戚)를 들고 공격과 방어를 춤춘다. 내용과 형식의 압축미, 독특한 음악에 맞춘 여유로운 진법, 뜻을 헤아리는 호흡, 장르의 변주 등 다양한 버전으로 국제화 가능성을 보인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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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춤(황무봉류, 박지선 출연)

「산조춤」(황무봉류, 박지선 출연); 1960년대 산조에 맞춰 창작된 춤으로, 2019년 한국무용협회 명작무 제16호로 지정되었다. 인위적 기교나 정형화된 움직임보다는 몸의 기와 리듬을 춤으로 자유롭게 형상화된다. 「산조춤」은 기본 내용은 같지만, 춤꾼의 신체적 조건·인원구성· 자세가 주는 각도와 시선 등 세부적 움직임·의상의 색상·조명 사용 등으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박지선의 「산조춤」은 철가야금의 반주의 선율 속에서 자유분방하면서도 앰버와 하이키 조명으로 즐거움의 절정을 치마 끝을 가슴에 가져가는 등의 섬세한 몸짓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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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풀이춤(이매방류, 유혜진 출연)

「살풀이춤」(이매방류, 유혜진 출연);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남도 살풀이장단을 반주로 한다. 익숙한 레퍼토리에서 주목할 것은 연희자의 신체적 조건, 연기력, 의상, 음악, 조명 등과의 일체감을 살펴보는 것이다. 유혜진은 조각같은 얼굴에서 조형되는 표정 연기와 맺고 푸는 기법의 움직임으로 정·중·동의 멋과 자신의 매력을 춤에 담아낸다. 한 서린 긴 살풀이의 음률을 타고 긴 흰 수건을 당기고 채고 걸치며 매우 섬세하고 정교한 춤사위가 추어진다. 그녀가 연기하는 백색 살풀이춤은 기교가 넘치며 이 춤의 근원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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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무(강선영류, 박지선 출연)

「태평무」(강선영류, 박지선 출연);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는 한성준이 왕십리 당굿의 무속 장단을 바탕삼아 무대춤으로 구성한 것으로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춤이다. 전통춤의 기본인 이 춤을 무용 전공자들은 모두 숙지하고 있기에 자신의 장점을 과시해야 한다. 절도 있게 몰아치는 발 디딤새는 신명과 기량의 과시이며 전통춤의 미적 형식을 잘 드러낸다. 다양한 각도의 여유로운 모습과 눈에 보이지 않는 분주한 움직임, 뒷모습과 회전 등으로 채운 춤은 궁녀에게 옷을 물리는 전형을 고수하며 공주적 「태평무」로 비교적 경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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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북춤(박병천류, 유혜진 출연)

「진도북춤」(박병천류, 유혜진); 마무리에서 흥을 돋우기에 딱 맞는 이 춤은 두레굿에서 북만을 독립시킨 춤이다. 이 춤은 성과 인원이 자유롭게 구성되며 남성적이다. 중북을 맨 유혜진은 뚜렷한 직선미와 곡선미의 조화를 보여준다. 장단과 가락은 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음악에 녹아든 춤은 절정의 마무리를 이끈다. 유혜진은 춤사위의 기교가 뛰어나 세련되면서도 예술성이 돋보이게 춤을 춘다. 극장 음향시스템은 녹음음악이라도 악단의 현장 분위기 이상을 만들어내었다. 「진도북춤」은 신명의 춤과 음악으로 악운을 쫓아내고 행운을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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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들과(왼쪽부터 임현선, 유혜진, 박지선, 임학선)

출연자 유혜진(계원예중), 박지선(안양예고) 두 춤꾼은 여러 점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들은 제각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상지대와 이화여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한바 있으며, 성균관대 유가예술문화콘텐츠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서 스승 임학선의 뒤를 이어 문묘일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자신을 특화하며, 제자들의 성장을 자신의 성장으로 여기는 경쟁을 즐기고 있다. 유혜진, 박지선 이들의 출사는 험난한 세상을 향해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 선언이어서 크게 기뻐하며 대약진의 건투를 기원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