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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증권사 IRP공짜수수료 주도..."실보다 득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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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증권사 IRP공짜수수료 주도..."실보다 득많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IRP수수료무료 전격선언
시장확대 가입자 확보 차원, 은행고객 이동 기대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증권사가 IRP무료수수료에 나서며 그 배경에 궁금증을 낳고 있다. 사진=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증권사가 IRP무료수수료에 나서며 그 배경에 궁금증을 낳고 있다. 사진=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증권업계가 공짜 IRP수수료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커지는 IRP시장을 선점하는 차원에서다. IRP관리서비스가 우수한 대형증권사들이 공짜IRP수수료 경쟁을 주도하면서 넓게 보면 은행 등 타업권 고객이 이들 증권사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운용관리 수수료, 자산관리 수수료 전액면제…비대면고객 대상


수수료공짜가 주식에 이어 IPR로 확대되고 있다.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는 은퇴소득 마련을 위한 퇴직연금 계좌다. 근로기간 중에는 연간 최대 700만원 납입한도까지 개인 부담금을 납입해 예금, 환매조건부채권(RP), 펀드, 상장주식펀드(ETF)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면서 최대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국내 최초로 IRP 계좌에 부과되는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다이렉트IRP'를 내놓았다. 금융사들은 IRP계좌에 대해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 등 두 가지를 부과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합하면 가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금융회사별로 연간 0.1%~ 0.5% 수준이다. 다이렉트IRP를 통하면 가입자가 근무한 기업에서 지급한 퇴직금과 본인이 추가로 납입한 개인납입금 모두에 대해 이 두 가지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다이렉트IRP의 편의성도 높였다. 소득이 있어야 개설이 가능한데,국세청 등의 기관에서 자동으로 소득/재직 서류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구축해 별도의 소득증빙 서류제출 절차없이 비대면으로 계좌개설을 완료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비대면 고객을 대상으로 다이렉트 IRP 수수료 전액면제를 결정했다. 이번 수수료 전액면제결정으로 다이렉트 IRP고객은 연말정산 세액공제 등을 위해 본인 스스로 납입하는 가입자부담금은 물론 회사가 퇴직금 등으로 지급하는 사용자부담금에 대한 운용, 자산관리 수수료 전부를 면제받는다. 수수료 면제시행일 이후 가입하는 신규고객뿐 아니라 기존 고객도 수수료 면제혜택을 소급적용했다. 약관변경 등 제반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다이렉트 IRP의 수수료를 전액면제할 계획이다.

그동안 증권사의 IRP계좌수수료는 인하 쪽에 초점을 맞췄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1일 IRP계좌 수수료를 업계 최저수준으로 인하했다.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가입한 IRP계좌의 수수료는 전액면제하고, 퇴직금을 입금할 때 총 수수료를 합산해 연 0.1%로 수수료를 내렸다. 앞서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도 IRP수수료를 낮추며 최저수수료경쟁을 벌였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이 IRP수수료무료를 선언하며 최저수수료경쟁이 무료수수료경쟁으로 판이 달라진 셈이다.

◇은행 IRP고객 겨냥...수수료면제시 실질혜택 증가


눈에 띄는 것은 IRP시장의 상위사업자가 무료수수료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형IRP 상품판매사인 국내 14개 증권사들의 지난 1분기말 기준 적립금(원리금 보장•비보장 합계) 규모는 총 9조110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3조1969억 원으로 적립금이 가장 많다. 삼성증권(1조7182억 원), 한국투자증권(9863억 원), 현대차증권(9766억 원), NH투자증권(7592억 원), 신한금융투자(3968억 원)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후발주자들이 시장확대를 위해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면제하는데, IRP는 삼성, 미래에셋 등 대형증권사가 수수료 면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장점유율이 뒤지는 다른 증권사들도 IRP수수료를 면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IRP의 수수료면제가 은행 쪽 IRP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금융업계 IRP계좌수수료를 분석한 결과, 만 55세의 퇴직자가 퇴직금 3억 원을 입금한 뒤 20년 동안 매년 3%의 수익을 내면서 IRP잔고금액을 연금으로 나눠 수령하면 가입자는 이 기간 동안 수수료만으로 많게는 1000만 원 넘게 부담해야 한다. 수수료의 군살을 빼 실제 수익률을 높여 보수성향의 은행고객 가입자의 발걸음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이기태 삼성증권 연금본부장은 "증권업계 IRP는 퇴직금 비중이 77%로 높았는데, 이는 퇴직금을 상장주식펀드(ETF) 등을 활용해 적극투자가 가능한 증권사 IRP를 통해 관리하려는 니즈(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라면서 "수수료가 면제되는 IRP로 증권사 IRP 계좌의 매력이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영 미래에셋증권 연금솔루션본부장은 “계좌개설과 자산운용을 직접하는 다이렉트 IRP에 한해 수수료를 면제하는 것이 고객의 실질혜택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며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성장하는 비대면 연금시장에서 증권업 내 연금 규모 초격차를 확대함과 동시에 은행, 보험업권으로부터 머니무브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부담도 있다. IRP수수료 공짜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다. 증권업계는 단기로 보면 수익악화가 우려되나 장기로 보면 시장규모 확대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거래무료수수료도 초반에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다양한 금융상품을 팔고 신용융자서비스를 제공하며 시너지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느냐”라면서 “시장확대를 위한 마켓팅비용의 일환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IRP수수료면제 대상은 비대면고객”이라면서 “비대면계좌 개설이 많아지더라도 관리를 잘 받느냐, 아니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비대면고객은 결국 증권사의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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