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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미국 ‘동맹 외교’에 맞서 갈수록 교묘해지는 중국 ‘파트너십 외교’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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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미국 ‘동맹 외교’에 맞서 갈수록 교묘해지는 중국 ‘파트너십 외교’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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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과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7일 향후 25년 간의 ‘포괄적 파트너십 협정’에 서명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갓 출범한 바이든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공세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중국도 왕이 외교부장 등이 활발한 외교를 펼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의 기둥의 하나가,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손상된 NATO 제국 등과의 동맹 관계의 복원이다. 중국은 이에 대응한 외교 전략으로 ‘파트너십 외교’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 3월 하순 왕이 외무장관은 이란을 방문해 향후 25년간의 경제나 안전 보장 분야에서의 제휴를 심화시키는 포괄협정에 합의했다. 모하마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 협정을 이란과 중국과의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이란은 2016년 시진핑 국가주석과 로하니 대통령 사이에 이 파트너십을 합의했으며 이후 중국은 이란에 포괄협정 체결을 압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 경제 관계를 축으로 한 외교에 치중

이 포괄협정은 이미 계산된 절묘한 타이밍에 합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탈한 이란의 핵 합의 복귀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압력을 넣기 시작한 때여서 재빨리 이란을 중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중국 외교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이어 4월 초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ASEAN 4개국 외무장관들과 개별적으로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 이후 관련국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아세안에 대해 현재의 ‘전략 동반자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시키자고 요청해 화제가 되고 있다. ASEAN 가맹국의 상당수는 중국과의 사이에 남중국해의 영토 문제를 안고 있어 관계 격상이 순조롭게 합의될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중국의 적극적인 외교가 돋보인다. 국가와 국가 간의 외교 관계를 나타내는 말로 ‘동맹 관계’는 자주 듣지만 ‘파트너십’이란 말은 잘 감이 안 잡힌다. 하지만 이 말은 중국 외교에 있어 중요한 의미가 있다.

1990년대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2017년 사망)이 거듭 어떤 나라와도 동맹 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말한 것처럼 중국 외교에 동맹관계란 말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중국의 동맹 관계는 군사력을 우선시하고 블록화를 추진해 중국을 비롯한 동쪽 국가들을 죽이기 위한 국가 관계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국제사회가 세계화되고 국가관계가 다양화되고 복잡해진 오늘날 동맹관계는 냉전시대의 유물과 같아서 현실에 맞는 ‘신형 외교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중국이 말하는 파트너십 외교다.

그 정의는 서로 상대를 적으로 삼지 않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공통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며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파트너십이라는 말에는 공동사업을 하는 등 경제활동의 의미가 강해 중국의 경우도 경제 관계를 축으로 폭넓은 국가 관계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브라질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시초

하지만 미국에서 보면 다른 풍경이 보인다. 미국은 일본을 비롯한 10여 개 국가와 동맹조약을 맺음과 동시에 세계 150여 개국에 미군을 파견 주둔시키고 있다. 개혁개방 정책에 성공해 급속히 국력을 키운 중국은 뒤늦게 미국 중심의 국제관계로 파고들려 했지만 속수무책이다. 중국식 파트너십은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외교 세계를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파트너십 외교를 펼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였고,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한 것은 브라질과의 전략 파트너십이었다. 이후 러시아 등 관계가 가까운 나라 등에서 시작했지만, 이윽고 대상국은 전 세계로 확대되어 영국, 프랑스, 독일이나 EU, NATO나 동남아시아 국가, 중남미로부터 아프리카, 중동 국가로 그 수는 40개를 넘는다.

흥미로운 점은 상대국마다 파트너십에 붙는 형용사가 다르고 순위가 확연히 매겨진다는 점이다. 전술한 이란이나 ASEAN와 같은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은 최상급의 등급이다. 그 아래는 전략 파트너십, 우호적 파트너십, 전통적 협력 파트너십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그때, 친중국 성향인지 아닌지는 순위 매김과 관계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힘 있는 나라의 경우에 전략이라는 말을 붙여 등급을 높이는 것 같다. 또 ‘전천후 전략협력 파트너십’(파키스탄) ‘전방위 전략 파트너십’(독일) 등 말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일본과는 1998년 우호 협력 파트너십을 맺었지만 2006년 전략적 호혜 관계라는 표현에 합의한 바 있다. 교섭에 참여한 일본 외무성 간부는 파트너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중국이 만들려는 질서 속에 들어가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굳이 전혀 다른 개념과 말을 꺼냈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중국은 신형 대국 관계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ASEAN의 예에서 나타나듯 중국 측의 판단으로 이 표현이 격상되기도 한다. 외교 관계를 분류한다는 중국의 발상은 옛 왕조 시대에 황제(천자)를 정점으로 하는 ‘중화’가 중심에 있었고, 그 밖에 ‘조공국’과 ‘오랑캐’가 동심원 모양으로 존재한다고 하는 책봉 체제나 중화사상을 연상시키는 것이 있다.

■ 파트너십 외교가 갖는 전략성이란?

중요한 것은 현실 외교 세계에서 파트너십이 얼마나 의미 있느냐가 중요하다. 동맹 관계에는 공통의 가치관과 정치제도를 갖는 등의 기반이 있고 안보 분야의 비중이 크다고는 하지만 외교 경제 정치 등 폭넓은 분야에서 연계해 유사시 군사력을 제공한다.

반면 중국의 파트너십은 상대국의 국가체제 등과 무관하며 친중이라고는 할 수 없는 국가와도 맺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경제적 이익 추구를 위한 수단의 하나 정도로 받아들여져 ‘미일 안보조약’과 같은 동맹 관계와 달리 동반자 관계가 되었다고 해서 이에 부수되는 협정이나 조약이 없는 한 아무런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 형식적인 관계가 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 들어 활성화된 중국의 파트너십 외교에는 유례없는 전략성이 있어 보인다. 이란과의 합의는 핵 합의에 대한 미국의 움직임을 견제할 뿐 아니라 이란을 친중국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외교다. ASEAN으로의 움직임도 남 중국해와 동 중국해에서 미국 안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움직임 만큼 역시 미국에 대한 견제도 된다. ASEAN 제국에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을 취할 것인가를 강요하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QUAD 등 미국이 서방국과의 동맹 관계를 복원하고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기 시작한 데 맞서 그동안 비즈니스 성격이 강했던 중국의 파트너십 외교를 안보전략으로 연결하기 시작한 셈이다. 물론 이런 중국식 외교가 당장 세계 각지에서 펼쳐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미국 중심의 국제시스템을 부정하고 중국의 독자적인 새 체제 구축을 추진하려는 중국의 국가전략 속에 이 파트너십 외교를 자리매김하고 다음 전략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