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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 ‘반도체 재편론’에 길 잃은 삼성전자…경제단체 ‘이 부회장 사면론’ 힘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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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 ‘반도체 재편론’에 길 잃은 삼성전자…경제단체 ‘이 부회장 사면론’ 힘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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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수염 수술 후 회복하려면 입원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뿌리치고 15일 “폐 끼치기 싫다”며 구치소로 복귀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지난 12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 세계 19개 반도체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 화상회의를 가진지 이틀 만에 중국과의 거래를 끊겠다고 화답하면서, 2위 업체 삼성전자에 간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공식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서 주목된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소식통의 말을 인용 TSMC가 중국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업체인 페이텅(飛騰)의 반도체 생산 주문을 더는 받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슈퍼컴퓨터 관련 업체인 페이텅은 자체 생산시설이 없어 TSMC와 협력이 끊기면 사실상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이에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8일 페이텅을 포함해 중국의 관련 기관과 기업 7곳을 ‘블랙리스트’(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TSMC는 이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미국 투자까지 약속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공장에 파견할 인력 1000명을 선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TSMC는 파견 인력에 기존 연봉의 2배, 주택·차량 제공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지난해 5월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 2곳을 짓겠다고 발표하고 피닉스시 북부에 대규모 부지를 매입했지만, 보조금 등 협상이 지연되면서 공식 계약 및 발표가 미뤄지고 있었다.
일각에선 TSMC의 이런 행보가 백악관 회의에 함께 초청받은 삼성전자에 ‘간접 압박’으로 작용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진출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선언한 데 이어, TSMC까지 미국 친화적 태도를 분명히 밝힌 상황에서 삼성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TSMC와 달리 실적도 기대 밑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지난 1분기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TSMC와 입장이 전혀 다르다. 이에 대해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TSMC는 중국 내 반도체 양산 시설이 없으며, 이른바 ‘큰손’이라고 부를 만한 주요 고객사가 거의 다 미국에 있다”며 “중국 시안(삼성전자)과 우시(SK하이닉스)에 대규모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둔 한국 기업과는 달리 중국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중국 현지 공장이 일종의 ‘볼모’가 될 수 있어 TSMC처럼 미국의 메시지에 노골적으로 호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다만 삼성전자가 검토 중이던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증설 건에 대해 백악관 요청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갖추되,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내에 완료될 수 있도록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수 이재용 회장이 수감된 상황에서 옥중경영마저 법무부 당국의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는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 ‘미운 털’이 박힐 수 있는 이러한 선택을 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 경총 손 회장의 삼성전자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다. 손 회장은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사면을 건의했다.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 간담회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등도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를 마친 후 손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홍 부총리 주관 업무는 아니지만, 정부를 대표하다는 점에서 사면을 건의했다”며 “홍 부총리는 오늘 이야기를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와 함께 미‧중 패권 다툼의 샌드위치 신세가 된 반도체 위기론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이 반도체 강국인데 그 위치를 뺏기고 있다"면서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빠른 상황에서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의 의도는 최근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공백이 반도체 산업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재편론’이 산업계의 최대 화두로 등장하면서 이 부회장의 사면론에 대한 여론도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과연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