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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MZ세대의 반란' 올바른 감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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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MZ세대의 반란' 올바른 감상법

합리성·소통·공정성·투명성 금과옥조로 여겨...한국호(號) ‘게임 체인저’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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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한 개가 생기면 천국 하나가 나타나고 일자리 한 개가 사라지면 지옥 하나가 등장한다.”

미국 작가 존 스타인 벡이 1930년대 대공황으로 피폐해진 미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에 등장하는 문구다.

스타인 벡은 당시 미국 사회가 “굶주린 사람 눈에는 패배의 빛만 보이고 영혼 속에는 분노의 포도가 무르익어 간다”고 묘사했다.

이 소설이 등장한 후 90여 년이 지났지만 대공황과 현재를 관통하는 주제는 단연 실업 문제다. 특히 우리의 경우 청년 실업이 최대 화두다.

청년 구직난에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세대’, ‘5포(연애·결혼·출산·취업·주택)세대’, 7포(5포세대+꿈·희망)세대‘를 넘어 이제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N포 세대’라는 자조적인 신조어마저 등장했다.

청년이 피부로 느끼는 실업률이 역대 최고인 26.8%를 넘는 암울한 현실에서 뭐든 혼자 하는 외로운 인간 ’호모 솔리타리우스(Homo Solitarius)‘가 신(新)인류로 나타난 것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리언 페스팅거가 주장한 ‘인지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처럼 청년들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 암울한 시절을 보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층에게 일자리 한 개가 사라진다는 것은 불행의 씨앗이 뿌려지는 것이며 정치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잠재적 뇌관이다. 청년 일자리는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나라 명운을 좌우하는 현안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치러진 4·7 재보선은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의 대반란‘이다.

20대 이하 남성 유권자의 72%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게 몰표를 준 것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 20대의 60%, 30대의 69.3%가 집권당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밀레니얼세대(25~39세)와 Z세대(15~24세)를 아우르는 MZ세대의 여야 지지가 3년 만에 180도 뒤바뀐 것은 MZ세대가 집권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통념을 깨기에 충분하다.

취업난으로 시름이 깊어지는 MZ세대는 불공정과 불의, 그리고 ‘내로남불’에 대한 이중기준에 분노의 포도처럼 활활 타올랐다. ‘거짓순수(pseudoinnocence)'의 결말은 처절할 수밖에 없다.

MZ세대의 반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들은 한번 등장한 후 사라지는 ‘블랙스완(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우뚝 섰다.

MZ세대가 1696만 명에 이르고 우리나라 인구의 약 33%에 달하는 ‘거대 연령층’이라는 점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MZ세대는 합리성과 소통, 공정성, 투명성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긴다.

이들은 자유경제 체제 등 자본주의 순기능을 포용한다. 이에 따라 ‘반(反)대기업·반 시장경제·노조 만능주의‘를 외치는 정치세력과는 선을 긋는다.

MZ세대가 4·7 재보선에서 보여준 투표 성향도 고용창출 등 경제에 눈과 귀를 닫고 자기 정치에 매몰된 ’정치적 갈라파고스‘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IoT)이 경제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는 제4차산업혁명 시대에 확증편향과 집단 광기는 깊고 어두운 동굴로 돌아가는 퇴행적 행태다.

MZ세대의 급부상으로 말로만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이들은 이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게 됐다.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