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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자기기 위기 부른 1달러 부품 D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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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자기기 위기 부른 1달러 부품 D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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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글로벌이코노믹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4799억 달러(약 548조458억 원)다. 최근 이 시장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자기기 업계에서는 칩 부족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부품 중 하나로 디스플레이 드라이버(DDI) 부족을 꼽고 있다.

현재 DDI를 만드는 제조업체가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는 텔레비전과 노트북, 자동차, 비행기, 고급 냉장고뿐만 아니라 액정표시장치 패널의 공급 부족과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 DDI 부족은 왜 초래됐나?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한 전문가는 "다른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도 DDI가 없으면 전자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DDI는 통상 1달러짜리 부품이다. 컴퓨터에서 비디오와 시각 그래픽 및 이미지를 제공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작동중인 프로그램을 모니터 또는 랩톱 화면에 연결하여 시각적 요소를 표시하도록 도와준다. 전기 작업 과정을 통해 시각 효과를 생성한다.

업계에서도 알려진 바와 같이 DDI는 노트북 컴퓨터와 모니터용 드라이버, 스마트폰, 태블릿, 터치스크린 등 전화기와 텔레비전에서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DDI 주요 공급업체인 하이맥스 테크놀로지스 설립자이자 CEO인 조던은 "회사가 설립된 지 20년 동안 이런 수급 차질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DDI 수급 차질은 작년에 코로나 19가 강타했을 때 업계의 잘못된 전망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을 때 많은 회사들은 시간이 갈수록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수요는 탄력적이었다.

집에 틀어박혀 있던 사람들은 전자 기기를 사기 시작했다. 계속 소비했다. 소비자들은 원격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컴퓨터와 더 큰 디스플레이를 구입했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원거리 학습을 위한 새 노트북을 사주었다. 그들은 격리된 삶을 더 입맛에 맞게 만들기 위해 더 큰 텔레비전, 게임기, 우유 튀김기, 에어 프라이어를 샀다.

자동차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전시장에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수요가 줄자 공장 문을 닫았다. 그들은 반도체 칩 공급자들에게 자동차에 점점 더 필수적인 칩을 포함한 부품 운송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수요가 급격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자동차 회사들은 밀려드는 수요에 맞춰 공장을 다시 열고 TSMC와 삼성과 같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에게 주문을 했다. 그러나 제품이 부족했다. 현재로서는 빠른 속도로 칩을 충분히 제공할 여력이 없다.

◇ DDI 제작이 어려운 이유는 8인치 파운드리 부족 때문


디스플레이 수요에 비해 DDI 공급이 수월하지 않은 이유는 8인치 파운드리 부족 때문이다. 8인치 파운드리로 DDI를 생산하는데, 8인치 팹에 수익성이 높은 CIS(이미지센스)와 PMIC(전력 반도체)가 주로 할당됨에 따라 DDI는 용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설계업체에서 DDI를 설계한 다음 TSMC 또는 UMC에서 제조하는데 8인치 파운드리는 첨단 공정에 뒤처져 수익이 적다. 제조업체가 신규 투자를 꺼리는 이유다. 자동차 시스템용 드라이버 칩도 8인치 실리콘 웨이퍼로 만든다.

대표적인 웨이퍼 제조업체인 일본의 섬코에 따르면 "새로운 용량을 구축하는 것은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라며 "낮은 경제성으로 투자를 확대하지 않아 2020년 8인치 장비 라인의 생산 능력은 월 5000대 정도로 2017년보다 적다"고 발표했다.

DDI 공급 부족은 빨라도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DDI 수요는 전년 대비 2.5% 증가가 전망된다. 지난해 DDI 수요는 58억2700만대로 전년대비 2.3%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늘면서 TV와 노트북 등 전자제품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DDI 가격은 상반기 대비 20~30% 인상됐다. 노바텍 등 대만 파운드리 업계도 올 1분기에 DDI 칩 견적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텍사스에 있는 보기 드문 겨울 폭풍이 미국 반도체 생산의 늪에 빠지도록 했다. 최근 일본 반도체 칩 주요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한 달 동안 공장 가동이 멈췄다.

메모리 반도체 챔피언 삼성전자는 '심각한 수급 불균형'을 경고했고, 대만반도체 제조업체들도 "100% 이상의 용량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음에도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고 밝혔다.

◇ 전자 기기 시장 전반에 가격인상으로 작용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반도체 공장 신설을 감안하면 8인치 파운드리 공급부족에 따른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감소는 향후 디스플레이 드라이브가 들어가는 모든 제조 파트너들이 생산 하는 컴퓨터, 텔레비전, 게임기, 냉장고, 스마트 온도계, 자동차, 오락 시스템 등 전자 기기 전반에 가격 인상을 가져 올 전망이다.

우선 LCD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TV용 50인치 LCD 패널은 2020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

포드, 닛산, 폭스바겐 등과 같은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생산 축소에 돌입, 올해 업계의 매출 손실액은 6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