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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기근' 전 분야 확산…막오른 '패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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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기근' 전 분야 확산…막오른 '패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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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콕' 현상과 재택근무 확산으로 노트북, 게임기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반도체 칩 부족 사태가 자동차로부터 시작해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칩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5G,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발달로 마이크로프로세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다 코로나19 이후 '집콕' 현상과 재택근무 확산으로 컴퓨터, 노트북, 게임기 등의 수요 폭증으로 반도체 공급 절벽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임러, 제너럴 모터스, 포드와 같은 자동차 회사들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일부 생산을 중단했으며, 2021년에 610억 달러의 자동차 산업 매출이 없어질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수요 폭증은 칩의 수급을 더 이상 민간 기업의 영역이 아닌 것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에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도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패권 장악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 EU 등은 산업 영역에서는 가급적 정부 차원 개입을 배제해 왔다. 하지만 반도체 분야에서는 과민 반응처럼 보일 정도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19년 4600억 달러, 2025년이 되면 6000억 달러에 달한다. 국가별 반도체 점유율은 미국이 50%가량으로 독주체제다.

세계 반도체시장은 시스템 반도체 53%, 메모리 반도체 28%, 개별소자 부문 18%로 나누어진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1%를 점유해 세계 최고다.

반면, 메모리시장 2배 규모인 시스템 반도체는 5G, 자율주행, IoT 등 4차산업 혁명 가속화로 수요가 확대 중이다. 특히 경기변동에 영향이 적은 시스템 반도체는 미국이 상위 15개 업체 가운데 9개를 차지, 시장 점유율 60%로 단연 1위다. 한국은 3% 정도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이 반도체 제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대만과 한국이 43%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동 보고서는 "TSMC가 애플 아이폰부터 구글 인공지능까지 모든 것을 구동하는 프로세서를 공급하는데 AMD(Advanced Micro Devices), 엔비디아, 퀄컴을 포함한 세계 최대의 팹리스 칩 회사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계속 확대되는 데이터 처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디스의 경제학자 팀 유이는 지난 2월 24일 온라인 세미나에서 "코로나 대유행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측면에서 정말로 변곡점이 되었고 아시아는 혜택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용 기기의 판매 호황은 한국이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적은 경제 위축 중 하나를 기록하도록 도왔고, 대만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보다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브레이크 시스템이나 대시보드 디스플레이를 잠그는 칩을 손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독일, 일본, 미국 등 각국 정부가 대만 지도부에 문제 해결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바이든, 반도체 자급자족 위한 '행정명령' 서명
이런 흐름 속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미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강화를 위해 반도체, 제약 및 기타 첨단기술 공급망 검토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후 반도체를 직접 꺼내 들면서 "이 컴퓨터 칩의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지연돼 미국 근로자의 일거리가 줄었다"며 "반도체는 21세기 말의 편자 못"이라고 말했다. 못 하나가 없어 편자가 망가지고, 말이 다쳤다는 미국 속담을 빗댄 표현이다.

또한 그는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 설계, 연구, 개발에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CHIPS for America Act)을 시행하기 위한 예산 370억 달러 확보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국립 인공지능 보안위원회 역시 바이든 행정부에 한국과 대만을 앞서는 반도체 생산 시설을 미국 내에 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역시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의미다.

특히 미 반도체 협회인 SIA는 지난해 자국 반도체 업체 보조금과 세금 감면 등 아시아 정부 지원에 대해 '이길 수 없을 때 동참하라'는 입장을 취하며, 수십억 달러 연방정부 인센티브를 밀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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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대만TSMC가 장악한 가운데 유럽연합이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EU도 첨단 반도체 육성 프로젝트 추진

기즈 차이나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첨단 칩을 생산하기 위한 자립 계획을 수립, 세계 첨단 반도체 제품의 최소 20%를 EU 내부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이 계획에는 독일, 프랑스 주도로 최대 500억 유로(약 67조4630억 원)가 투입되며,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삼성전자와 TSMC의 참여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반도체 자구책을 보고서를 완성해 다음 주 중 집행기구인 유럽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대만의 TSMC와 한극 삼성전자는 5나노 칩 생산에 들어갔으며 EU는 이 추세에 맞추어 5나노 또는 3나노 등 한층 발전되고 성능이 뛰어난 칩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에도 NXP, 인피니언 등 팹리스 업체들이 있지만, 대부분 자동차 반도체가 주력 분야이고 자체 공장이 없어 대부분 아시아 지역 파운드리 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EU가 목표로 하고 있는 10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공정 공장을 구축할 수 있는 파운드리 기업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가 유일하다.

과거사 문제로 한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도 반도체 패권경쟁에 가담하는 눈치다.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로 한국이 일본산 반도체 소재·장비 국산화를 시도하자 일본과 대만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는 지난 2월 200억 엔(약 2124억 원)을 투자해 일본 동북부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R&D센터를 세울 계획임을 밝혔다.

대만과 한국, 미국·유럽투자로 견제 피해갈 수 있을까

반도체 전문가 샘킴은 미국 사회 일각의 반도체 공급망 우려를 대변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강력한 석유 카르텔에 버금간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대만은 미 바이든 정부 출범을 계기로 미국의 세계전략이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특히, 반도체 패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과거 일본이 미국의 견제로 반도체시장 독점적 지위를 잃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공급망 검토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과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 설계, 연구, 개발에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CHIPS for America Act) 처리 과정을 철저히 지켜본 후 대비할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과정에서 "우리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공급망을 의존해서는 안 된다. 공급망의 복원력 확보는 미국에서의 생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치를 공유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와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만은 미 정부의 기류 변화를 읽고 안보연맹 복원에 동참하는 보폭을 확대하는 일환으로 이미 지난 1월 14일 2021년 신규 플랜트·장비 투자로 전년 대비 37% 늘어난 280억 달러를 배정했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투자 확대를 천명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도 미 텍사스 오스틴공장을 4배로 확장하기로 하고 제조장비 유지와 보수에 100억 달러, 자산 유지와 개선에 51억 달러 등 총 151억 달러를 신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수출 총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1%에 달한다. 4차 산업 가속화로 전개되는 반도체 수요증가에 편승해 반도체와 관련 장비 수출액이 두 배만 늘더라도 한국 수출은 물론 국민총소득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반도체 시장의 확대는 한국 기업에 큰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