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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영화 '서복' 극장·티빙 동시공개…CJ의 실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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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영화 '서복' 극장·티빙 동시공개…CJ의 실험, 통할까?

넷플릭스 바라보던 배급사, 대안 찾나…국내 OTT-멀티플렉스 상생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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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복'. 사진=CJ ENM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된 영화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중견급 배급사 작품들은 넷플릭스행을 결정했지만 CJ와 롯데 등 대형배급사 작품은 넷플릭스의 시장 잠식을 우려해 쉽게 넘어가지 못했다.

이 가운데 CJ ENM의 영화 '서복'이 티빙을 통해 극장과 OTT에 동시 공개한다. 티빙은 지난해 10월 CJ ENM에서 분사한 독립 법인으로 현재 CJ ENM이 대주주로 있다.

'서복'이 티빙 동시공개를 결정하면서 개봉이 미뤄졌던 영화들의 OTT행도 예상되고 있다. 또 업계 리딩기업인 CJ ENM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롯데와 NEW, 쇼박스도 계산이 복잡해졌다.

공유, 박보검 주연의 영화 '서복'은 당초 지난해 하반기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극장가 매출이 전년 대비 70% 이상 줄어들면서 극장 개봉의 위험이 더 커졌다.

16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서복’의 손익분기점은 400만명 이상이다. 지난해 극장 개봉작 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제외하면 코로나19 발병 이후 400만명을 넘긴 영화가 없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서복'의 극장 개봉은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개봉을 미루던 '서복'은 결국 다음달 15일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장 CJ ENM의 또 다른 개봉 예정작인 '영웅'도 계산이 복잡해졌다. '영웅' 역시 지난해 하반기 개봉 예정이었으나 '서복'과 마찬가지로 개봉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 '영웅'은 '해운대'를 만든 윤제균 감독이 연출했고 뮤지컬 배우 정성화와 김고은, 나문희 등이 출연한다. '서복'과 비슷한 15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돼 손익분기점이 370만명에 이른다.

이 밖에 변요한, 김무열 주연의 영화 '보이스'(가제)도 개봉이 미뤄진 상태다. '보이스'(가제)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을 소재로 한 범죄액션물로 역시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다.

CJ ENM 측은 "현재 '영웅'을 포함한 다른 영화는 티빙 공개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이고 코로나19 확진자 수도 사그러든 만큼 더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화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여도 극장이 당장 회복되긴 어렵다"며 "때문에 지금 분위기가 장기화 된다면 대작 영화들은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서복'과 같은 방법을 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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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연기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J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롯데와 NEW, 쇼박스 등 다른 대형배급사들도 계산이 복잡해졌다. 롯데는 지난해 '모가디슈'(가제)와 '1947 보스톤', '인생은 아름다워' 등을 개봉예정 라인업에 올렸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김윤석, 조인성이 주연한 '모가디슈'(가제)와 강제규 감독 연출, 하정우, 임시완 주연의 '1947 보스톤'은 워낙 대작영화인데다 코로나19로 촬영이 늦어진 만큼 올해 개봉을 염두해두고 있다. 그러나 이미 몇 차례 개봉을 연기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계산이 복잡해졌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국가 부도의 날'을 만든 채국희 감독이 연출했고 류승룡, 염정아가 주연한 뮤지컬 영화다. 지난해 2월 촬영을 마치고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역시 개봉이 미뤄진 상태다.

롯데컬처웍스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과 '#살아있다'를 극장 개봉한 후 넷플릭스에 판매한 바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시장 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CJ가 새로운 선례를 남긴 만큼 계산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쇼박스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직전에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이 475만명을 동원하며 한숨 돌렸으나 대부분의 영화들이 개봉시기를 놓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촬영이 중단되기도 한 '비상선언'은 올해 개봉이 예정됐다.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주연의 영화 '싱크홀'(가제)과 최민식 주연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신민아, 김해숙 주연의 '휴가' 등은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NEW는 지난해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를 개봉해 국내에서 370만 관객을 동원했으나 해외 판권 수익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또 라미란 주연의 영화 '정직한 후보'도 1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NEW는 '콜'과 '낙원의 밤'의 극장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긴 바 있다. 이에 따라 추가로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길 가능성도 남아있다. 특히 2019년 10월 크랭크업했지만 현재까지 개봉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특송'이나 같은 해 8월 촬영을 마친 ‘인질’은 계산이 복잡해졌다.

'특송'은 '기생충' 이후 박소담과 아역배우 정현준이 다시 만난 범죄액션영화다. '인질'은 '어느 날 새벽,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사라진 배우 황정민의 20시간을 그린 납치 범죄 스릴러'라는 독특한 컨셉을 가진 작품이다.

이 밖에 현재 후반작업 중인 '소울메이트'나 '핸섬가이즈'도 계산이 복잡해졌다. '소울메이트'는 김다미, 전소니가 주연한 영화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리메이크작이다. '핸섬가이즈'는 이성민, 이희준, 공승연, 이규형 등이 주연한 코미디 영화다.

현재 '낙원의 밤' 이후 넷플릭스와 한국영화의 추가 계약 소식은 없는 상황이지만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재미를 본 만큼 영화계에서는 여전히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총 24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승리호'는 넷플릭스에 310억원에 판매됐다.

이 가운데 ‘서복’이 국내 OTT와 동시 개봉하는 선례를 남기면서 국내 OTT업계와 멀티플렉스가 상생하는 길이 열리고 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