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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IBM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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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IBM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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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미국 기업 IBM은 1960년대에 ‘IBM 360’이라는 새로운 컴퓨터에 “가진 돈을 전부 거는 도박”과 같은 투자를 했다. 이 사업은 미국이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위해 ‘맨해튼 프로젝트’에 쏟아 부은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당시 경제주간지 ‘포천’이 “IBM의 50억 달러짜리 도박이며, 아마도 최근에 일어난 가장 위험한 사업 결정”이라고 지적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IBM은 ‘IBM 360’을 개발하면서 자금난에 봉착, ‘긴급자금’을 빌려서 직원들의 급료를 지불하기도 했다. 게다가, ‘360 컴퓨터’는 IBM의 기존 제품을 못 쓰도록 만들었다. 새 제품 때문에 기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김영사>

‘맨해튼 프로젝트’에 투입된 자금은 20억 달러였다. 오늘날 화폐가치로 2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였다. IBM은 그보다 훨씬 많은 ‘50억 달러짜리 모험’이었다. 그 모험이 실패했더라면, IBM은 벌써 망했을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쉽지 않은 ‘모험’이 있었다. 잘 알려진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1983년 ‘도쿄 구상’이 그랬다. 이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수많은 미·일 전문가를 비롯하여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거의 다 들었다. 관계 자료는 손닿는 대로 섭렵했고… 그 결과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참으로 힘겨운 결단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보통 사람’이라면 은퇴하고도 지났을 70대의 고령이었다. 그런데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이 잘못되면 삼성은 반쪽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며 결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 ‘힘겨운 결단’의 결과는 전 세계가 알고 있다.

반도체에 투자한 오너는 또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은 2012년 SK하이닉스 대표로 선임된 바로 다음날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공장을 찾았을 만큼 반도체산업에 ‘대단한 애착’을 보였다. 적자상태였던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첫해에 자그마치 3조8500억 원 규모의 시설자금을 쏟아 붓고 연구개발 투자도 늘렸다.

‘힘겨운 결단’은 아무나 내릴 수 없다. 오너만 가능할 수 있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은 ‘위험한 결단’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통 큰 결단’일 경우, 아무래도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너의 결단은 중요하다. 오너의 결단은 ‘기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정도로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결단의 타이밍’을 놓쳤다가 낭패를 보는 기업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그런데, ‘통 큰 결단’을 저해할 만한 일이 생기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5년 취업 제한’이다. 5억 원 이상의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규정이다. 이 부회장은 2022년 7월 만기출소를 하더라도 유죄가 확정된 범죄행위와 관련이 있는 삼성전자에 5년 동안은 재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면․복권되거나 법무부장관의 승인이 있을 경우에는 취업 제한이 풀릴 수 있다고 했다.

삼성그룹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조직인 만큼 그런대로 굴러갈 것이라는 전망들이다. 반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통 큰 결단’에는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삼성의 앞날은?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