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IBM은 ‘IBM 360’을 개발하면서 자금난에 봉착, ‘긴급자금’을 빌려서 직원들의 급료를 지불하기도 했다. 게다가, ‘360 컴퓨터’는 IBM의 기존 제품을 못 쓰도록 만들었다. 새 제품 때문에 기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김영사>
‘맨해튼 프로젝트’에 투입된 자금은 20억 달러였다. 오늘날 화폐가치로 2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였다. IBM은 그보다 훨씬 많은 ‘50억 달러짜리 모험’이었다. 그 모험이 실패했더라면, IBM은 벌써 망했을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쉽지 않은 ‘모험’이 있었다. 잘 알려진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1983년 ‘도쿄 구상’이 그랬다. 이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수많은 미·일 전문가를 비롯하여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거의 다 들었다. 관계 자료는 손닿는 대로 섭렵했고… 그 결과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참으로 힘겨운 결단이었다.”
반도체에 투자한 오너는 또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은 2012년 SK하이닉스 대표로 선임된 바로 다음날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공장을 찾았을 만큼 반도체산업에 ‘대단한 애착’을 보였다. 적자상태였던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첫해에 자그마치 3조8500억 원 규모의 시설자금을 쏟아 붓고 연구개발 투자도 늘렸다.
‘힘겨운 결단’은 아무나 내릴 수 없다. 오너만 가능할 수 있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은 ‘위험한 결단’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통 큰 결단’일 경우, 아무래도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너의 결단은 중요하다. 오너의 결단은 ‘기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정도로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결단의 타이밍’을 놓쳤다가 낭패를 보는 기업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그런데, ‘통 큰 결단’을 저해할 만한 일이 생기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5년 취업 제한’이다. 5억 원 이상의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규정이다. 이 부회장은 2022년 7월 만기출소를 하더라도 유죄가 확정된 범죄행위와 관련이 있는 삼성전자에 5년 동안은 재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면․복권되거나 법무부장관의 승인이 있을 경우에는 취업 제한이 풀릴 수 있다고 했다.
삼성그룹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조직인 만큼 그런대로 굴러갈 것이라는 전망들이다. 반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통 큰 결단’에는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삼성의 앞날은?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