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증권사 해외부동산 투자 ‘빨간불’...美 호텔리조트 개발 무산

공유
2

증권사 해외부동산 투자 ‘빨간불’...美 호텔리조트 개발 무산

미래, NH, 하나, 신한금융투자 등 3000억 손실 위기

증권사 해외대체자산 투자구조, 자료=금융감독원이미지 확대보기
증권사 해외대체자산 투자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증권사 해외부동산 투자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대형 호텔리조트 개발이 무산되며 여기에 투자한 증권사와 기관들이 손실위기에 처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투자했다 매각하지 못해 보유한 해외부동산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무산…미래에셋대우 등 부실 우려


증권사의 해외부동산 투자사업은 투자은행(IB)부문에서 ‘중수익 중위험’의 핵심투자처로 각광받았으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그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미국의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The Drew Las Vegas)’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4개 증권사는 해당 프로젝트 담보권을 인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JP모간 등 선순위 대출투자자들이 이들 증권사에 담보권 인수의사를 타진했으나 막대한 자금을 집어넣어야 하는 담보권 인수를 거부하며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사업이 차질을 빚었다.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 리조트개발은 연면적 80만3146㎡ , 지상 68층의 초대형 빌딩에 호텔, 카지노, 컨벤션시설, 극장이 들어서는 대규모 부동산프로젝트다. 사업비용만 3조 원에 이른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은 이 프로젝트에 70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투자를 진행했다. 총 투자금액 7000억 원 가운데 4000억 원은 JP모건 등 글로벌IB로부터 선순위 담보대출 방식으로 조달했다. 나머지 3000억 원은 연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로부터 중순위(메자닌)과 후순위(에쿼티)로 자금을 끌어들였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이 중순위(메자닌) 주관사를, 하나금융투자는 후순위 주관사로 참여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개인대상(리테일) 판매증권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증권사가 선순위 담보권 인수를 포기하며 중순위, 후순위 투자자들은 자금회수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자금회수 순위는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 순으로 선순위 해외투자자들이 담보권을 실행하며 중순위, 후순위투자자에게 돌아갈 자산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가 인수한 중순위, 후순위 대출 물량을 받는 연기금 등의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증권사 미매각 해외부동산도 비상…우량자산으로 부실위험 제한


이번 일을 계기로 증권사의 미매각 해외부동산 규모도 재조명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의 전체 해외 대체투자는 지난해 4월 말 기준으로 부동산에 23조1000억 원, 지난해 6월 말 특별자산에 24조9000억 원이 투자됐다. 이 가운데 31조4000억 원은 투자자에 재매각됐고 나머지 16조6000억 원은 직접 보유하고 있다.

주요 투자처를 보면 부동산 중 오피스는 12조2000억 원으로 53%, 호텔•콘도는 4조5000억 원인19%다. 특별자산 중에는 발전소가 10조1000억 원으로 41%, 항만•철도는 4조3000억 원으로 17%를 차지했다.

이 중 증권사가 재매각 목적으로 투자했으나 재매각하지 못한 상태로 6개월을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금액은 3조6000억 원에 이른다. 증권사는 보통 3∼6개월내 셀다운(기관재매각) 조건으로 투자를 승인하는 것을 감안하면 기관에게 팔지 못해 물려있는 셈이다.

주요 미매각 해외부동산은 미래에셋대우의 마중가타워, NH투자증권 투어에크호 빌딩, 하나금융투자•대신증권 CBX타워, 한국투자증권 브로드웨이195 빌딩, 삼성증권 크리스털파크 빌딩 등이다.

문제는 이들 해외 미매각 부동산이 코로나19 장기화로 부실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재확산에 호텔은 방문객이 감소하고 오피스는 공실률이 상승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보유중인 증권사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손상 또는 충당금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부동산 미매각과 관련 있는 증권사는 ‘미매각부동산=부실’이라는 시각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투자한 부동산은 자산가치가 우량해 금리보다 높은 임대수익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코로나19라는 이례적 상황 때문에 해외부동산의 셀다운이 잘되고 있지 않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해외부동산의 가격이 정상화되며 자연스럽게 미매각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